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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소녀들 -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생의 식민지 경험
히로세 레이코 지음, 서재길.송혜경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책의 전반적인 느낌 & 생각
이 책은 일본인 교수가 전하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란 일본인 소녀들의 기록을 적은 책.
저자는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를 다닌 제국의 소녀였던 그녀들, 16명을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설문과 인터뷰를 했다.
소녀들의 경험을 읽노라니 어릴때 봤던 <소공녀>가 떠올랐다.
여유있고 풍족한 생활을 하는 귀족 가문의 아가씨, 세상물정 몰라도 되는 순진함과 귀여움 가득한 눈망울을 가진 소공녀들.
소녀들의 부친은 거의 조선총독부 관료였고 구조적 강자로서 풍요로운 삶을 한껏 누렸다.
그녀들이 전하는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는 소위 엘리트 명문학교였다. 경쟁률도 치열하고 그 당시 꽤 진보적인 교육을 하는 학교로 유명했다 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소녀들은 입시준비를 했다 한다.
일본의 패망이 드리운 시점전까지만 본다면 모두가 선망에 마지 않던 학교였으리라.
격화되는 전시체계에 여학교 생활이 바뀌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몸빼를 착용해야 했으며 1939년부터는 근로동원이 시작되었고 수업은 거의 사라졌다 한다.
1941년 이후 입학생 대부분은 근로 동원에 몰두하다가 1945년 패전 = 일본제국의 붕괴를 맞이하며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도 10월 5일자, 37년간의 역사를 마감했다.
폐교된 이후 소녀들은 대부분 가족과 일본으로 간다. 가는 과정, 가서의 생활도 절대 순탄치 않았다고 술회한다.
그야말로 전세가 역전되는 상황.이제껏 온실 속 화초같은 세월에서 세상과 현실을 처음으로 목도했을 테니.
조선인들에게 재산을 몰수당하고 일본에서도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어 걸인, 비렁뱅이처럼 살았다고 하니 인생지사는 참으로 새옹지마라 느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녀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조선민족에 대한 우월의식, 내면화된 식민지주의였다.
식민지의 종속자로서 조선인을 고용자로만 인식했다. 조선인을 손버릇이 나빴다 말하며 이름 대신 통상적으로 오모니(결혼한 여성 고용인)로 불렀다. 인터뷰 대상자중 오모니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고용인은 하나의 인격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조선의 장례문화를 우습게 본다든지, 조선 여성들의 행동거지를 멸시의 대상으로 본 점 등이 나와 있었다.
저자는 이것은 지배, 피지배의 권력 관계가운데 뒤떨여져 있음 =비문명적으로 비치고 멸시로 전환된는 전형적인 사례라 칭한다.
사실 제목만 보고 바로 입가에 비릿한 냉소가 걸렸었다.
그들의 과거의 영웅팔이나 추억팔이에 지나지 않을 책이면 읽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절대 그런 책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선인들의 생활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타자화된 주변인이었지만 조선인은 하루 하루를 꿋꿋하게 36년을 몸으로 버텨냈다.
인터뷰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묻어나는 글에 계속 읽고 싶은 마음, 더 알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저자가 말하듯,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것처럼,
나는 더 알아야 한다. 제국일본과 식민지 조선에 대해.
그래서 앞으로는 내 아이가 사는 이 땅에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