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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N.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평점 :
평전을 오랜만에 읽어본다. 그것도 과학자에 관한 평전.
엔리코 페르미가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만큼이나 대단한 과학자였음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나조차 엔리코 페르미는 처음 들어본 것 같다.
그에 관한 정보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벽돌책임에도 책 초반부부터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물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얼마나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의 과학적 업적과 그의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적 면모를 다룬 책이니까.
책을 펼치면, 페르미 사후에 그를 추모하는 레코드와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QR코드가 실려 있어,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의 저자 데이비드 N. 슈워츠의 기본적인 궁금증은 독자인 나까지 흥분케 했다.
이런 흥미로운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그의 가정사, 아내, 자식과의 관계는 처참하게 느껴져서 마음 아팠지만,
그는 그토록 물리만을 사랑했단 말인가.
그가 죽은 뒤에도 그가 미국 원자력 위원회에 건넨 조언은 극비로 분류되어 그가 죽은 뒤에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실로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이었겠구나 싶었다.
엔리코 페르미의 인생에 나타난 중요한 사람들, 그의 가족사,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은
마치 내가 엔리코 페르미의 가정에서 태어나 엔리코와 함께 살고 자라나고 있는 것 마냥 생생했고 떨림을 주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물리학자가 내 앞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은,
장편소설같기도 제3자가 쓴 에세이같기도 했고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물론 그가 주장한 과학이론들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원자력 시대의 아버지라 불린 그도 단지 한 사람에 불과했음을 느꼈다.
그는 1901년 9월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서 1954년 11월 28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죽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탈리아 시절 학생들과 미국 시절 학생들의 회고는 왜 그렇게 다를까? 특히, 페르미가 학생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미래를 이끌어주는 태도에서 왜 그렇게 큰 차이가 날까? 근본적으로 폭력적이고 사악한 정권이 장악하고 있던 이탈리아에서 그는 왜 그렇게 오래 남아 있었을까? 마지못해 파시스트 독재를 지지했던 것도 그의 면모였을까? 그는 무솔리니가 자기의 아내를 겨냥할 수 있는 반유대법을 공포한 뒤에야 정말로 미국에 오기로 결심했을까? 그 시기의 많은 기록이 말해주듯,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열렬한 참여자였을까? 아니면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사건들에 쫓겨 마지못해 끌려갔을까?1949년 10월에 그는 수소폭탄 개발을 대놓고 반대했지만, 1950년 여름에는 수소폭탄 개발에 집중적으로 참여했다. 왜 그랬을까? 전기 작가는 결국 명쾌한 답이 없는 이런 문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보기에 실제적인 면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는, 페르미의 여러 가지 다른 업적이 맨해튼 프로젝트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있다. 그가 양자역학을 통계역학에 통합시키는 데 성공해서 나온 것이 오늘날에 페르미-디랙 통계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것은 사실상 모든 응집물질물리학과 다른 많은 것의 기초이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학자였지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정에 충실하지는 못했다. 페르미가 죽기 직전인 1954년에 아내 라우라가 출판한 회고록에 나오는 애정이 깊지만 때로는 비난이 섞인 이야기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페르미는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화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최고의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나 집안일을 거의 돕지 않았고, 라우라도 달리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딸 넬라는 아버지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아버지와 거리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아들 줄리오는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서 고통받았고, 나중에는 가족의 유산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어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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