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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76
노혜진 지음, 노혜영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평점 :
언니가 글을 쓰고 동생이 그림을 그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일생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을 담고 있는 책,
<넌 누구니?>는 판형부터 그림까지 옛날 사진첩을 넘겨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딸이 태어난 걸 기뻐하며 오동나무를 심은 아버지를 닮은 딸은
아침마다 아버지의 모자를 들고 아버지 출근길을 배웅했다.
그리고 순사들을 피해 얼굴도 모르는 신랑에게 시집을 간 후 아이들 얻었다.
피난을 가고 병든 남편을 간호하다 이별했지만 아이들이 있어서
살아갈 힘을 낸 정자 어머니였다.
월순 어머니도 혼인하고 아이들 낳아 기르며
그저 아이들 입에 먹을 것이 있으면 행복했던 시절을 살다가
남편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고 아이들을 위해 부엌을 지키며 살았다.
다섯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인 작은 밥상에 보답이라도 하듯
첫월급 받았다며 보내준 선물도 받고 결혼 시켜 손주도 봤다.
손주를 낳은 딸과 며느리를 만나러 온 정자씨와 월순씨.
두 어머니들은 손주가 사는 세상은 더 낳은 세상이 되길 꿈꾸며
옛날 아버지가 그러셨듯이 조용히 오동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던
“넌 누구니?” 라는 질문에 답한다.
“우린 이 땅의 딸이었고, 여자였고, 아내였고, 엄마였고, 할머니였으며
모든 뭇별의 시작이라고”
정자와 월순 어머니들의 강인한 삶은 나의 어머니의 삶과도 닮아있었고
그래서 더 가슴 깊이 내 어머니의 삶에도 감사와 경외심을 보낼 수 있었던
눈물나는 책이었다.
읽고 나니 가슴 묵직한 정자와 월순 어머니들의 질문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난 쉼 없이 부딪치며 살아야 했지만, 아이들이 있었기에 숨 쉴 수 있었어요.
그대는 어떠합니까...?”
어머니들의 시대보다 살기 편해졌고 풍요로워진 이 시대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여전히 엄마의 삶은 자식바라기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환경이든, 어떤 시대이든 자식들을 향한 모성애는 참으로 위대함을
빛바랜 앨범 같은 그림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