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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과 리코더 ㅣ 빨간콩 그림책 25
김미희 지음 / 빨간콩 / 2023년 7월
평점 :
#미싱과리코더
#김미희_글_그림
#빨간콩
어린 시절, 명절 무렵이면 새벽마다 미싱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손끝이 야무진 우리 엄마가 읍내의 한복 가게에서 하청받은 한복을 만드느라
잠을 줄여가며 미싱을 돌렸기 때문이다.
엄마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한복은 다림질까지 마치고 나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엄마와 함께 한 미싱도 반질반질...
<미싱과 리코더> 책을 보는 순간 표지의 엄마가 우리 엄마 같았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는 분.
그런 엄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책을 넘기기도 전에 가슴이 먹먹했다.
먼지 가득하고 답답한 지하 공장에서 하루 종일
손가락의 상처들을 싸맨 채 미싱을 돌리는 엄마와
진짜 꽃놀이를 가고 싶었던 민아의 마음이 내 마음이었다.
꽃무늬 옷을 만드느라 진짜 꽃을 보지 못하는 엄마랑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 입고 나들이를 가는 상상을 하며
민아가 리코더로 불었던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
우리 세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론 고단하지만 애뜻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며 기억하던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이 힘겹고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은 까닭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있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민아가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의 미싱을 떠올리면
고단한 엄마의 삶의 무게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민아를 향한 따뜻한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장의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해 한 벌의 옷을 만든 것처럼
민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 감당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