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이채윤 지음 / 큰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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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저 비꼬는듯한 말투. 솔직히 살짝 비꼰게 사실이다. 현재 TV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중인 하지원 주연의 <기황후>라는 드라마 덕분에 관심을 끌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다. 대하소설이라는 표현아래 320페이지으 어중간한 분량으로, 여백의 미도 상당히 느껴지는 책이다. 덕분에 가독성이 좋아지긴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저 분량을 조금 더 늘리기위해 자간이나 대사부분의 사이를 많이 띄어놓은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소설인지 역사서를 조금 그럴듯하게 풀어놓은것 뿐인지 헷갈린다.

 

철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일개 공녀에서 대제국의 황후에 오른

기씨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말한다!

 

라고 표지에 쓰여있다. 거짓없이 딱 그 말이 맞는것 같다. 한권에 기씨여인의 모든 행적들을 다 담아놨다. 그것도 몇년도까지 표시해가면서 정확함을 잃지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럼에도 <기황후>의 화자는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진행된다. 후에 기황후게될 기씨 여인은 '나'라고 말하며 역사의 소용돌이속에 몸을 던진다. 고려에서 끌려간 공녀의 생활부터 황후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일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때는 짧게나마 전체적인 흐름을 다 알수있게 해주니까 좋은면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기승전결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냥 기황후의 일대기를 나열하기만 했을뿐 독특한 에피소드를 찾을 겨를도 없이 다음장으로 넘어가버린다. 1인칭 진행으로 조금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문체가 주인공인 여성의 섬세함을 전혀 살리지 못했고 너무 딱딱한 느낌이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없었다. 그럴바에는 그냥 3인칭 화자로 역사적인 부분을 잘 표현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뒷편에 보면 이런식으로 쓰여있는데 책 안의 문체도 별반 다를게 없다. (!) 이런 느낌표를 어쩜 그렇게 남발하는지... 책을 읽다가 놀랄일도 아닌데 항상 느낌표가 붙어있어서 나중엔 짜증스럽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TV 드라마 <기황후>의 인기가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관심받기 힘들었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기황후를 둘러싼 역사에 대해서 큰 관심도 없다.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신경안쓰는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역사에 대해서 알리려 하다니... 아무리 기황후가 고려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중국의 황후가 되어 그나라 말을 쓰고 그곳에서 죽어간 인물이다. 마치 국내에선 안받아주던 국가대표선수가 외국으로 귀화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때서야 아쉬워하며 존경심을 보이는 현대사회의 모습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단적인 예로 유도선수 추성훈을 들 수 있겠지)

 

역사를 바로 알고 다른나라의 역사에서 좋은점을 배우는것도 필요한거지만 이렇게 시기를 잘맞춰 그럴듯한 제목을 달고 쏟아져나오는 책들이 아쉽기만 하다. 소설로서의 재미보다는 잘 정리된 기황후에대한 역사적 사실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면 권하고 싶다. 저자는 소설작가보다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등에 적합한 문체를 가진것같다. 다음엔 다른 분야에서 좋은 책으로 만나길 기대하며 혹평분이었던 후기를 마친다.

 

PS. 드라마의 인기덕분에 최근 <기황후>관련된 책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표지는 가장 잘 선택한것 같다. 정말로 기황후의 초상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황후의 초상화라는데...

표지에 있는것과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살이쪄서 그렇다쳐도 눈매나 눈썹모양까지 완전 다른사람인데?

사실, 이 초상화가 더 믿음이 안간다. 중국황제도 사람인데 그당시 미의기준이 대체 어땠길래!


어쨋튼 책표지에 있는 초상화처럼만 생겼어도 참 예쁘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집어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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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크리에이티브
톰 켈리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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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자이너 들에게 창조란건 아주 익숙한 말이지만 말처럼 쉽게 얻을 수 없는것이기도 하다. 얼마전 읽었던 <유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책은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IDEO(아이데오)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켈리와 동생 톰 켈리의 창조적 영감을 전해주는 좋은 지침서였다. 단지 기업의 경영인으로서의 성공담이 아닌, 한명의 디자이너로서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어떻게 이끌어 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디자이너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생기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의 구성이 맘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의 사례를 들먹이며 그럴듯한 좋은 말들만 쏟아놓는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게 켈리 형제가 어떻게 사고하고 자신감을 얻어서 세계적인 디자인회사를 창업하고 꾸려나갔는지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들과 함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타인의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긴 한다.책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켈리는 2012년 사망하고 현재 동생인 톰 켈리만 버클리대학의 선임연구원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책에는 형제가 함께 이겨낸 모험이 잘 담겨있다.



※ 왼쪽이 데이비드 켈리, 오른쪽이 톰 켈리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은 바로 '협력' 이라는 단어이다. 어쩌면 서로 믿을 수 잇는 형제이기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 협력의 힘. 단순히 힘을 모아서 일을 처리하는것을 말하는것을 넘어서, 협력을 할때 나 자신은 창조적 자신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점으로 넘어간다. 나혼자만 잘났다고 계획이 성공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증폭자가 되고, 그것을 다른사람들에게 시너지 효과로서 전달할 수 있을때 비로소 이상적인 창조적 집단이 탄생하는거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까지 겹쳐진다면 더욱 큰 협력의 효과가 나타날것이다. 


이들은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창조적 자신감을 갖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외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동안 여러번의 실패과정을 통해 좋은것과 좋지않은것에 대해서도 잘 나열해 놓았다. 백지상태에서 스폰지처럼 무언가를 흡수하다보면 오는 모방의 폐해... 흔히 말해 벤치마킹이라고 부르는데 그것도 잘 사용하면 득이 되지만 너무 남발하면 독이될뿐이다. 창조적인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게 만드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는것이 형제의 의견이다. 그 의견에는 나역시 공감한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고는 했지만 모방만 해서는 성공을 할 수 없다는것을 직접 느껴보기도 했고, 이웃나라 중국의 모방산업을 보면서도 알 수 있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의 재미있는점 하나가 7장에서 볼 수 있는 도전과제라는 항목들! 저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필력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전과제라는 형식으로 일종의 숙제를 내준다. 창조성 도전과제라는 항목으로  10가지의 숙제를 내준다.


목적이 뭔지, 실행방법은 어떻게 하는건지, 준비물은 뭔지 세세하기 설명하면서 변화를 유도하는것 같다. 본인 스스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생각해 나가는 방법이라던가 회의에서 창조성을 증폭시키는 방법 등 실전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것이 특이하면서 맘에들었다. 책에 쓰여진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씩 삶을 변화시켜보는것도 나 스스로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꼭 디자인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내용들이 아니라서 누구라도 적용시켜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디자인계통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많나 구절이 많으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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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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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의미심장함을 보여준 간만의 한국 추리소설. 그동안 일본 추리소설만 열심히 읽어오다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니 반가움과 걱정스러움이 교차되었다. 한국 추리소설 작품에 특별히 반감은 없지만 이렇다할만한 수작이 기억나질 않아서 조금 고민되긴했는데 <레드>라는 작품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줬던것 같다.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색다른 캐릭터를 등장시켜 관심을 끌고, 스피디한 전개와 방대한 정보와 함께 호기심도 자극했다. 고작 한권으로 끝내기엔 아쉬울 정도로 흡입력 있는 내용이라서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대가 된다. 우선 간단한 줄거리와 함께 감상평을 간단하게나마 적어본다.


여대생이 등산로에서 살해된채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사건! 목이 잘리고 심장마저 뽑힌채 잔혹하게 살해당한 그녀 옆에는 마치 보란듯이 범행에 사용되어진 흉기가 놓여져있고, 범행흔적을 지우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묻지마 살인인가? 대체 범인의 목적과 윤곽조차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 유일한 단서가 잡힌다. 살해당한 여대생과 마지막 통화한 친구들과의 심문과정에서 어떤 남자한명이 용의선상에 오르게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3년전부터 행방을 알수없는 상태이고...


그렇게 사건이 미해결된 채 또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시끄러운 락카페 화장실에서 또 한명의 여대생이 난도질당해 살해당한것! 이러한 실마리에 궁금증을 가지고 파헤치는 사람은 다름아닌 이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민성'이다. 살해수법이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한 방법도 너무도 흡사한것이 그 첫번째 이유. 어째서 자신의 소설을 모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일은 점점 커져버리게된다.




사건을 파헤치며 밝혀지는 진실들과 함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수많은 정보들. 고대 신앙이나, 단어조차 생소한 테노치티틀란이라는 도시. 그리고 황금가지라는 책의 언급 (레드의 출판사 이름이 황금가지인것과는 상관이 없겠지?) 잔다르크의 작가 이야기까지... 독자에게 정보를 주면서 한편으로는 추리를 방해하는 복잡한 장애물들을 던져준다. 읽으면서도 대체 이것들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그러다가 다다른곳이 바로 '용호농장'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농장이 아니다. 그곳에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탐욕이 만들어낸 거대한 왕국이 존재하고 있었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묵인하며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합법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그런 무시무시한 공간이다. 마치 상상속에만 존재할것같은 장소라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도 이런 생각을 하며 알게모르게 생활속에서 더러운 일들을 자행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많다. 작가는 그런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건 아닐까? 


역겨운 인간 군상들을 접하면서 사건의 진실보다도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저 소설이라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실제 사회와도 너무 흡사한 묘사가 나를 놀랍게 했다.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이 기분.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다음 시리즈를 예고하는 탐정형 추리소설과는 다른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한국 작가... 아니, 김유철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였던 작품 <레드>의 뒤를 잇는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장르소설이 기대되어진다.


ps. 표지 디자인이 너무 아쉽다. 뭔가 싼티난다고나 할까? 물론 인형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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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저블 이펙트
김동준 지음 / 지식공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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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 대한 고찰. 창의적 협업에 쓰이는 도구의 하나인 비저블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해주는 일과 인생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수만가지 생각을 하고, 꿈을 꾸고, 그리고 또 그냥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중에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수도 있다는것!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그냥 지나치고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비저블이라는 수단을 좀더 세밀하게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생각을 나타내고 표현할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미팅, 회의, 프로젝트 등 나혼자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면 종이위에 (혹은 프리젠테이션 보드 위에) 옮겨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부분은 바로 가독성. 실제로 페이지도 180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데 글 자간도 크고 여백의 미(?)도 상당하다. 그림이 많이 곁들여져 있어서 질리지 않고 읽을수 있어서 좋다. 무조건 책만 두껍고 내용만 많다고 좋은 책은 아니니까.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정리가 잘된 책이야 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책의 구성과 편집역시 비저블이펙트에 기안해서 만들어진것 같다. 독자에게 좀더 명확하고 쉬운 전달방법을 생각해본 결과 이런 형태의 책이 완성된거겠지.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가는 내용이랄까? 


책에는 기본적인 이론드 외에 여러가지 사례와 옛 이야기들을 통해 비저블 이펙트의 성공적인 상황들을 전하고 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건 4장 (127페이지)부터 시작되는 <나사 청소부 이야기>이다. 얼핏 예전에도 들어본적이 있는 이야기인데, 역시나 다시 들어도 참 좋은 교훈을 담고있다. 

대통령이 나사에서 일하는 청소부에게 무슨일을 하고 있냐고 묻자, 청소부는 "우주선을 달나라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정말 청소부가 그런일을 하는걸까? 누구나 그냥 농담쯤으로 들리겠지만 그 청소부는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건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정확히 나요! 라고 대답할수있는 나사의 인물이 있을까. 그렇다, 조직이란 누구 한명이 다 만들어내는것이 아닌 모든 조직일원간의 상호 협력적인 관계에서 오는 유기적인 집단인것이다. 이런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그 청소부의 대답이 얼마나 우문현답 이었는지 알수있다.

단 한장의 종이가 기업의 창의력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혼자서 생각하지 말고 종이에 표현해서 서로 공유하며 협업해서 아이디어를 나누면 서로에게 영감을 주어 더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를수 있다는 기 단순하지만 확실한 진리.

그것이 비저블 이펙트인것이다. 이책은 회의는 무조건 길게 해야해~~ 라고 외치며 회의시간에 딴짓하면서 시간만 때우는 수많은 직장 상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떤것이 기업을 위해 최선인지... 스스로 한번 더 생각해보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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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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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테디베어... 의미심장한 표지와 함께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을 집어들었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을 쓴 작가라고 하면 감이 오는사람이 많을듯! 하지만 어느 작가에게나 슬럼프가 찾아오는건지... 그 이후의 작품들은 그다지 눈에띄지 않고 그나마 최근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가 조금 이슈가 되었지만 역시나 작품성 면에선 이렇다할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제목부터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질풍론도>의 첫장을 넘기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자필로 쓰여진 책에대한 한줄평!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나 자신도 놀랐다.

- 히가시노 게이고


대체 무슨 근거없는 자신감 인가! 어쨋튼 그동안 인기작가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심혈을 기울여 역작을 써냈나보다 하고 한껏 기대를 해보았다. 일본에서도 발매 일주일만에 100만부를 돌파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는데~ 그 100반부의 기록은 자신의 명성을 팔아먹은 저 첫장의 어이없는 글귀의 역할 덕분일까? 어찌되었든 직접 읽어보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솔직히, 너무 예상되는 스토리


추리소설에서 가장 허무해지는게 내가 너무 쉽게 예상했던 스토리대로 이어져 나가다가 그대로 끝나버리는것이다. 여러 작품을 접하다보면 예상할 수 있는 내용도 비슷해지기 마련이긴 하지만 의외의 결말을 예상했다가 맞추어서 흥분하게 되는것이 아니라. 설마 그런 단순한 전개는 아니겠지? 하며 걱정했던게 현실로 다가온 순간 그 허무함이란... 이번 <질풍론도>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날 스키장의 외진곳에 의문의 회색 스키복 사나이는 한그루의 너도밤나무 아래 구멍을 파서 가지고 온 물건을 묻은뒤에 나무에 테디베어 인형을 걸어놓은 후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카메라에 담아 누군가에게 협박메일을 보낸다.


의문의 사나이 정체는 '다이호대학 의과대학 연구소'의 연구원 '구즈하라 가쓰야'였다. 탄저균 연구를 해온 그는 K-55라는 무시무시한 생물병기를 만들었다. 탄저균 포자를 공기중에 떠돌아 다닐만큼 초미립자로 가공시킨 무서운 녀석이다. 그중 일부를 훔쳐내어 연구소장에게 3억엔을 준비하라는 협박을 하게된것이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고 스키장에서 올라오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해버리는 구즈하라! 


이제는 돈을 준비해도 구즈하라가 숨겨놓은 위험천만한 생물병기의 위치를 찾기 힘든상황! 연구 소장 '도고'는 경차에 알리지 않은채 '구즈하라'의 직속상관이었던 '구리비야시'에게 사진속의 장소를 찾아내어 K-55를 회수하라고 명령한다.


간단한 진행과 너무 쉬운 복선


자 이렇게 이번 이야기의 중요한 사건이 던져졌다. 너무 단순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덕분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파헤쳐가는 '구리비야시'는 전문 탐정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그저 못된마음 먹었던 부하 뒤치닥거리를 하고있는 연구원일뿐이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여타 추리물과는 다른거겠지... 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할판이다. 그래도 똑똑한 사람이라 나름 디테일한 추리력을 보여주는데...


구리비야시에게 주어진 단서는 고작 사진 몇장뿐. 스노우보드를 즐겨타는 아들의 도움으로 스키장의 위치는 대략 파악하게되고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한다. 




작가가 재밋다고 하는건 혹시?


책을 다 읽어가다보니 느낀점은 이책이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충격적인 반전의 이야기를 위해 심도있고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틀에서 벗어나서 작가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며 쓸수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여겨진다. 복잡한 생각일랑 접어두고 그냥 편하고 생각나는대로 쓴듯한 <질풍 론도> 그 수준으로만 따진다면 어린이 탐정만화인 <명탐정 코난>과 비교해도 될정도로 같은 작가가 쓴게 맞나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덕분에 보통의 추리소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정이라던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보며 재미를 느낄순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몰입감있는 추리를 다시 경험해보고 싶었던 독자들이라면 큰 실망을 하겠지만, 작가 스스로는 재미있게 집필하고 만족하고 있는듯하니~ 맨 첫장의 글귀에 파닥파닥 낚인 물고기가 되던지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던지 하는건 순전히 독자의 취향에 맞겨야겠지. 어쩌면 작가의 실제 취향은 이런쪽의 소설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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