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얼마전에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안정효 번역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 최근에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멋진 신세계'는 무려 193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에도 이미 다른 번역판으로 몇번 출판 되었다. 나는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지만, 2000년도를 맞이하기 전, 그러니까 20세기를 살던 사람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특히 1930년대의 독자들이 생각하기에 너무 허무맹랑하고 말도 안되는 SF 소설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살고 있는 지금...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은 단지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이미 그렇게 바뀌어 버린 것도 많고, 곧 다가올 미래를 꽤 근접하게 예측하고 있어서 놀랍다. 80여년 전에 이 정도로 미래사회와 과학 문명을 예측하고 그 안에서 사라져 버린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에 대해서 신랄하게 풍자했던 매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6년 후'멋진 신세계'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다시 찾아 본 멋진 신세계'도 출간 되긴 했지만 세간의 평은 본편을 더 인정해주고 있다. 이번에 소담출판사에서 두권이 모두 출판되었길래 조만간 속편도 읽어볼 계획이다.
소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인간 모두는 공장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공장이니까 생산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들은 만들어지면서 부터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지식을 주입받고, 신분도 정해진채 세상에 나온다. 정해진 신분과 룰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부모가 없으니 잔소리할 사람도 없고, 공부를 할 필요가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신분도 이미 정해졌으니 무언가에 열정을 가질 필요도 없고, 국가에 규정하는대로 정해진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결혼이라는 개념도 없다. 사춘기가 지나면 얼마든지 성생활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유흥거리일 뿐이다. 사랑한다는 감정따윈 필요없다. 그냥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성행위가 가능하다. 늙거나 아픈 사람도 없다. 애초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에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게 만들어졌다. 가끔 정신적으로 우울감 등이 찾아 오기도 하는데 '소마'라는 약물을 사용해 바로 치유가 가능하다.
신분제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없다. 태어날 때 부터 정해진 신분에 따라 정해진 지식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러운 일은 가장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평생 해줄 것이기에 높은 신분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살면 된다. 인간인지 로봇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한 소설속 사회의 모습. 싸움도 없고, 질투도 없고,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현되어 돌아가는 완벽한 시스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 속에서도 버그는 존재한다. 바로 정상적인 임신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인간들... 국가의 시스템에 귀속되지 않고 자유 의지를 가지는 그들이 있기에 이 소설의 핵심이 전달 될 수 있다. 완벽할 것만 같은 미래사회의 시스템의 부조리와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상태를 파헤쳐나가는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얼마전 과학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 조만간 임신을 하지 않아도 아기가 생겨나는것이 가능한 인공 자궁 (인큐베이터 와는 다르다)이 실현 가능해진다고 했다. 말 그대로 난자와 정자의 수정부터 자라나고 태어나는 순간까지 모두 기계에서 제어한다고 한다. 이미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왔지만, 도덕적인 문제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듯 싶었다. 작가가 생각했던 세상이 정말로 눈 앞에 다가 와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이 소설속 사회는 유토피아 일까 디스토피아 일까?
통제받는 행복을 선택할 것인지, 불행하지만 자유를 선택할지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