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니가 밤길을 걸을 때면
너의 왼쪽 어깨 위에 앉아 있겠다, 했다.
그러니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둔 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저기 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은 우리 아빠이고
아빠가 저렇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나는 이 밤길을 걷는 것이 무섭지 않다고.
제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주 단편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빠 졸업식에 짜장면을 사주시던 모습,
잠든 내 귓속에 휘파람으로 새소리를 내어
이른아침 나를 깨워주시던 기억,
저녁무렵 마당에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커다랗고 빨간 물통 위에 오도카니 앉아있으면
왜 이러고 있냐, 하고 대문을 들어서시던 모습.
그마저도 아버지 얼굴은 희미하고
그저 그 때의 장면만이 아득히 떠오르는 기억.
나는 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은 것일까.
분명 더 많은 기억이 남아 있었을텐데
이렇게 다 잊도록 그냥 흘려보내고서는
이제 와 기억하려 애쓰는 지경에 와버린것일까.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이미 늙고 쇠약해버린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글로 담아놓았습니다.
언젠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엄마, 하면 눈물부터 차오르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식들이 엄마를 떠올렸을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싶어."
라고 말하는 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지요.
우리의 부모님은 자식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나를 포기해야 자식을 살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했고
자식은 그것을 빚처럼 짊어지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요.
특히 가장이자 아버지라는 자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을 지니면서도
가족에서 일정부분 소외되는
지극히도 외로운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노년의 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