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어머니로서의 삶을 조명해냈던 신경숙 작가가

이번에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이야기 합니다.




이 세상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아버지에게 갔었어>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을 따라 나서는 엄마를 보며

늙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십니다.

내가 죽으러가냐, 왜 우냐 하던 엄마도

뒤돌아 울고있습니다.

내 늙은 부모의 눈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 계신 아버지를 위해

고향집으로 내려와 지내며

아버지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아버지는 자꾸만 눈물을 흘립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계속해서 기다립니다.

한밤중에 잠자리를 벗어나 사라진 아버지는

헛간이나 담벼락 아래에서 발견되고는 합니다.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믄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




-오래 슬퍼하지는 말어라잉.

-우리도 여태 헤맸고나.

-모두들 각자 그르케 헤매다가 가는 것이 이 세상잉게.

나는 딸을 잃고

가족과의 교류까지도 멀리한 채 지내왔습니다.

가족들 또한 말을 아끼고 섣부른 위로도 거둔채

나를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듯 보듬습니다.

가족이기에 더욱 조심하며 꺼내지 못한 위로의 말,

고향길에서 마주친 얼굴도 모르는 마을 할머니들은

내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말들에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아버지는 니가 밤길을 걸을 때면

너의 왼쪽 어깨 위에 앉아 있겠다, 했다.

그러니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둔 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저기 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은 우리 아빠이고

아빠가 저렇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나는 이 밤길을 걷는 것이 무섭지 않다고.

제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주 단편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빠 졸업식에 짜장면을 사주시던 모습,

잠든 내 귓속에 휘파람으로 새소리를 내어

이른아침 나를 깨워주시던 기억,

저녁무렵 마당에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커다랗고 빨간 물통 위에 오도카니 앉아있으면

왜 이러고 있냐, 하고 대문을 들어서시던 모습.

그마저도 아버지 얼굴은 희미하고

그저 그 때의 장면만이 아득히 떠오르는 기억.

나는 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은 것일까.

분명 더 많은 기억이 남아 있었을텐데

이렇게 다 잊도록 그냥 흘려보내고서는

이제 와 기억하려 애쓰는 지경에 와버린것일까.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이미 늙고 쇠약해버린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글로 담아놓았습니다.

언젠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엄마, 하면 눈물부터 차오르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식들이 엄마를 떠올렸을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싶어."

라고 말하는 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지요.

우리의 부모님은 자식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나를 포기해야 자식을 살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했고

자식은 그것을 빚처럼 짊어지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요.

특히 가장이자 아버지라는 자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을 지니면서도

가족에서 일정부분 소외되는

지극히도 외로운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은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노년의 나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