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긍정의 심리학
로버드 D. 아이셋 지음, 이문영 옮김 / 소울메이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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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에픽테토스

 

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이 말은,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이 사물이나 상황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는 뜻이다. 즉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하고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감정을 촉발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생각과 감정이 서로 별개의 것이라고 판단한다. 감정에 휩쓸려 자신이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 되돌아보는 일에는 신경조차 쓰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상황과 감정을 연결시켜 상황을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곤 한다.

 

긍정심리학은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어 인생의 행복을 지속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는 비교적 새로운 심리학 분야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간 개인 상담소를 운영하며 이 긍정심리학의 효과를 증명해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긍정심리학의 기본 원칙 12가지는 물론 사고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는 일과 더불어 자존감을 키우는 일 또한 중요하다. 스스로를 돌보고 아끼며 사랑해야 평안한 법이다.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기복에도 행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긍정적인 반응(감정)을 이끌어내는 일뿐이므로,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이 책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을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한꺼번에 따르려 하기보다는, 매 순간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하여 일상의 사소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쪽이 좀더 부담감이 덜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긍정의 심리학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생각과 감정의 인과관계를 잊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닥치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좀더 행복해지고 이로써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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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눈물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이 춤추는 땅
장형원.한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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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글의 법칙>이란 TV프로그램을 통해 남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의 원주민의 삶을 구경해볼 수 있었다. 바누아투는 문명의 이기를 전혀 접하지 않고도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원시적인 삶의 방식으로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나라다. 그에 비해 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 무척 슬픈 땅이었던 듯싶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그 풍부한 자원을 모두 빼앗기고 흑인은 노예로 부려졌다.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아프리카 출신 흑인은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선 여전히 내전이 끊이지 않아 민간인 살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피맺힌 눈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축제를 벌인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신명나는 땅이기도 하다.

 
 
이 책은 MBC 다큐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한 담당 프로듀서 두 명이 아프리카 대륙을 촬영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방송 그 뒷이야기를 모아 펴낸 책이다. 방송을 보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방송에 나왔던 주요 장면들은 기본이요, 두 프로듀서의 실감나고 유쾌한 말들이 더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나 싶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을 장면, 곧 아프리카 사막과 산악에서 맞은 제작진의 노곤함과 고달픔과 위험천만한 순간들, 또 이에 더불어 애처롭지만 해학이 담긴 배설의 시간까지 꽤나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두 프로듀서의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로 가끔 지을 수 있었던 웃음마저 이내 아프리카 땅 위의 슬픔이 압도하고 말았다.
 
 
아프리카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륙이다. 사막화와 가뭄으로 풀이 자라지 않자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 죽어가고, 초식동물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은 먹을 것이 없어지자 민간으로 내려와 가축을 노린다. 북극에선 녹아 내리는 빙하로 인해 북극곰이 고통을 받는 반면 적도에선 말라가는 물로 인해 사막 코끼리가 말라 죽는다. 동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순박한 사람들까지 생명을 위협 받는다. 아프리카의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오모 계곡 근처의 부족들은 왜 가뭄이 계속되고 초지가 줄어드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부족과 가족을 위해서 초지 쟁탈전에 참여해 싸워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오지에 살아서 문명의 이기와는 거의 접할 일이 없는데도, 문명의 잔인한 산물인 총만은 소지하고 있다는 현실이 아프리카의 눈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남아공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 또한 가뭄 문제가 근본적인 요인이었다. 가뭄 때문에 고향 모잠비크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돈을 벌기 위해 남아공에 건너간 에르네스뚜는 같은 흑인에 의해 '분신 살해'되었다. 외신에 의해 버닝맨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자세한 사연이 알려지지 않아 이내 잊혀져 버려야 했던 에르네스뚜는 남아공 제노포비아의 희생자인 동시에 온난화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픔에도 아프리카 부족들은 각 부족만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만의 축제가 있고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다. 특히 산악 지대에 사는 수리 족은 국가라는 개념을 전혀 모를 정도로 원시적이다. 수리 족은 에티오피아에서 살지만 정작 그들은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전혀 모른다. 경찰이란 개념도 모른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행정력은 수리 족의 영역까지 미치지 못한다. 남자들은 나체로 소의 피를 마시고 토까이 나무를 찧어 약을 만들어 마시고 장대 싸움으로 용맹함을 겨룬다. 여자들은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입술 원반을 차고 살점을 뜯어내면서까지 문신을 한다. 이 모두를 그들은 ‘우리의 문화’라고 한다.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우리, 그리고 문명과는 먼 것이기에 신선하고 신비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대지와 풀과 야생동물과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잘못 없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오롯이 입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미 발전한 나라들의 과도한 개발로 인해 시작된 지구온난화는 이렇게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끊임 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아프리카의 눈물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그들의 아픔을 직접 어루만져주진 못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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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보내는 상자 -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의 이야기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정향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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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그리운 존재이자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같이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엄마는 내 곁에 있는 느낌이니 말이다. 엄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고, 누구와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분이다. 이 책의 저자 메리 로우 퀸란에게도 어머니의 존재란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며 그녀의 어머니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과 자식 말고도 주변의 친구와 이웃,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친구의 친구와 친구의 가족까지 사랑하고 아낀 다정다감하고도 특별한 사람이었다.

 

갓 박스(God Box)는 저자 메리 로우의 어머니 메리가 하늘에 보내는 상자다. 하느님께 소망과 걱정,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알려드리고 보살펴주십사 하는 쪽지로 가득하다. 어머니 메리가 세상을 떠나자 장녀 메리 로우는 어머니의 갓 박스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어머니 방의 옷장 위에서 찾은 10개의 갓 박스에는 무려 20년 동안 그녀의 어머니가 남편과 그녀, 그녀의 남동생 잭, 그리고 어머니의 친구와 이웃에 대한 걱정과 보살핌으로 이루어진 쪽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갓 박스에 들은 자그마한 쪽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찬찬히 읽어보며 자신의 생애와 어머니의 생애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에 감동받아 어머니에 대한, 어머니의 갓 박스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어머니의 갓 박스에서 믿음, 사랑, 공감, 열정, 인내, 그리고 내려놓음의 지혜를 발견했다. 하느님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은 무척 신실하고 극진한 것이었다. 메리 로우의 어머니는 일상의 모든 일을 하느님께 보내는 쪽지에 적어 갓 박스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하느님이라는 절대자가 존재했기에 온갖 걱정을 갓 박스에 넣어두고 이내 잊어버리는 일이 가능했다. 갓 박스에 담긴 쪽지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도 돋보였다. 뇌졸중으로 언어 장애를 겪게 된 남편이었지만 바라만 봐도 좋다는 내용이 적혀있을 정도로 두 분의 사랑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공감 능력은 특별해 보였다. 나 또한 엄마와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엄마가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셔서 놀라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그녀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어머니의 힘이란 다른 이들에 대한 사랑과 포용력을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친구와 이웃, 그리고 서로 모르는 친구의 친구와 친구의 가족까지 가슴 아프고 안쓰러운 일들이 들려오면 모두 쪽지에 적어 갓 박스에 넣어두었다. 딸과 아들의 일에 대한 열정도 엄청났다. 딸과 아들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고 그들의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내용도 역시 갓 박스 안에 들어있었다. 그러나 모두에게 언제나 밝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었던 저자의 어머니도 희귀 백혈병 때문에 고생했다고 한다. 가족 외에는 병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그 모든 고통도 스스로 인내하며 갓 박스에 넣어 두었다. 저자와 나머지 가족들 모두 갓 박스의 쪽지를 보고서야 어머니아내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갓 박스에 모든 소망과 걱정을 넣어두고도 가장 어려웠던 일은 바로 내려놓음이었다. 내려놓는 일은 그녀의 어머니도 시간이 흘러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마조차도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계셨다.

… 엄마는 처음 갓 박스를 만들었을 때, 자신이 상자에 담은 고민들을 내려놓거나 잊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고민거리들을 상자에 담아두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했다.

(53~54p)

 

갓 박스는 일생의 기록이자 거기 담긴 이들에게 감동과 사랑을 전하는 어머니만의 방식이었다. 저자는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 했을 때 아버지를 천국으로 인도해달라는 첫 쪽지로 ‘갓 박스 의식’을 시작하면서 곁에 어머니가 있는 듯한 따뜻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와 이웃들의 인생 스토리를 알게 되고,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변화를 겪으며 어머니를 닮은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도 갓 박스 의식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인생의 모든 힘든 일을,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걱정을 쪽지에 적고 상자에 넣어두면 거기서 해방될 것이라 조언한다. 그것이 저자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마지막 선물이라는 사실이 참 감명깊게 다가온다.

 

가장 어려운 과정인 ‘내려놓음’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 하지만 이 간단한 믿음과 해방의 몸짓에서 당신 역시 안락함과 희망을 찾으리라 믿는다.

무엇을 하든, 그저 이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기만 하더라도, 당신은 메리의 선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엄마의 기도는 응답 받았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157p)

 

갓 박스 의식은 아주 쉽고 아주 적은 시간만을 필요로 하지만 그 자체로 고결하며 소중하다. 전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갓 박스 프로젝트'의 진가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특정 종교의 신자가 아니더라도 나를 옭아매는 온갖 걱정을 상자에 넣은 다음 해방을 맞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효과적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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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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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기계의 싸움은 이미 영화를 통해 수없이 보아왔다. 인간의 명령만을 따라야 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거역하고 오히려 인간 세계를 파괴하는 적으로 돌변하는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더 이상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와의 전쟁이며, 인간은 기계의 탁월한 기능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영웅 덕분에 마지막엔 인간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될까? 생명도 없는 기계가 생태계를 지배하기까지 하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런 영화들을 보다 보면 인공지능의 발전상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가 단순히 계산기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 특유의 것이라 여겨진 이성의 영역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에 대한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철학을 무너뜨리기까지 한다. 또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의식적 분석적 사고를 처리하는 똑똑한 기계를 목표로 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려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기계와 인간의 차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 저자는 그런 발전상을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인간다운 인간의 조건을 찾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로 여긴다.

 

저자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가장 인간적인 컴퓨터를 가리는 뢰브너 상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이후 인간적인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는 인간 연합군에 속하는 네 명의 인간과 네 대의 컴퓨터(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프로그램)가 참가하여 심사위원을 상대로 5분 동안 대화를 나눈다. 5분이 지나면 심사위원은 보이지 않는 진짜 인간과 인간 행세를 하는 프로그램 사이에서 누가 진짜 인간인지를 고민하고 맞추어야 한다. 대회가 생긴 이래 컴퓨터를 진짜 인간으로 선택한 경우가 몇 번 있었을 정도로 누가 진짜 인간인지를 맞추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기술이 발달했는가, 또 그만큼 우리가 인간다운 조건을 잃어버렸는가에 새삼 놀라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런 뢰브너 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기계를 닮아가는 인간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간이 잃어버린 가장 인간적인 조건은 무엇인지 추적해나간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이 유명한 한 마디 말로 인해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과 구별되는 일종의 고상함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 동물적인 감각과 감정을 잃어버리게 되어 신체와 정신은 융합되지 못하고 따로 분리된 채 살아가게 되었으며, 정신만이 고결한 인간의 특성이라 여겨져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계급으로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이럴수록 인간은 기계를 닮아갈 뿐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을 닮은 기계가 만들어지기 했지만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는 속도가 빨라져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진 것이다. 이는 기계의 발전상만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과학 기술과 우리의 삶을 적대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기계의 모습을 보고 인간 존재의 근본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간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비()익명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름이 없는 익명적인 존재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한 똑똑한 컴퓨터가 인간의 자리를 차지해 나가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간은 인간 고유의 이름, 즉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내야 하는 법이다.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뽑힌 저자처럼, 그리고 이 독특하고 명쾌한 매력적인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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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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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381p) 는 알베르 카뮈가 한 말로, 카뮈는 이 책의 공저자다. 카뮈 말고도 이 책의 공저자는 수도 없이 많다.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 브론테 자매, 조지 버나드 쇼, 존 레논, 밥 말리,……. 다 언급하기엔 힘이 들 정도다. 무려 272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죽은 사람들이다.

 

‘죽은 공저자’라고 하니 약간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죽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 대화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풀어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가 일생 동안 읽어왔던 책의 단편들을 ‘수집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를 특별히 ‘인문공간의 탐험 기록서이자 일종의 항해일지’(9p) 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 사학, 철학을 의미하는 ‘인문학’과 문예, 역사, 사유를 의미하는 ‘인문공간’을 구분하며 이 책을 통해 인문공간의 존재를 다른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수많은 명인들의 말을 모아 돈, 인생, 정치, 신과 종교, 예술과 자연, 욕망과 마음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주제에 대해 몇 편의 짧은 글이 이어지는데, 거의 열댓 명의 말을 모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놀라운 점은 하나의 글을, 그것도 두 쪽 정도의 짧은 글을 열댓 명의 사람이 써낸 셈인데도 글의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순전히 엮은이의 능력이다. 본래 명인들의 말은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명언이라 불리긴 하지만,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모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내기란 저자의 독립적이고 확립적인 사고와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글은 독자에게도 많고 깊은 생각과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돈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인생이란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보고, 종교의 위험성을 비판해보고,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욕망과 마음의 상처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이 아니라도, 글이 짧아도, 아주 옹골차다.

 

몇 편의 짧은 글이 이어진 후에는, 각 주제와 관련된 인용구가 한 쪽에 한 문장씩 나온다. 그리고 바로 밑에는 저자 엘리엇 부의 유쾌한 사족이 달려있다. 사족이라지만 저자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인다삶의 가속도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간디에게는 “이 양반이 와이파이를 몰라서 그렇지!(125p) 하고 되받아 친다. 이런 엘리엇 부의 재기 발랄함이 없었다면 이 책은 그저 진지하고 심오하기만 했을 것이고,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라는 책의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해 저자의 배려가 머무른다오만과 허영 없이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구상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모금 한 모금 책을 음미하도록 해준 저자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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