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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밥 - 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여행자의 밥 1
신예희 글 그림 사진 / 이덴슬리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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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음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신예희 여행작가의 책은 언제나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통찰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뿌듯한 포만감과 졸음이 밀려오는 여유로운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수많은 테마 중 음식을 골라 여행을 하다 보면 인간의 본능과 어우러진 인류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이 미식탐험가는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먼 바다를 건너서까지 음식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이내 뛰어난 현지적응력을 보여주며 그 탁월한 식욕을 여지 없이 뽐내고 애정을 가득 담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여행자의 밥>에서는 우리에겐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장소들인 불가리아, 신장 위구르, 말레이시아, 벨리즈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불가리아부터 맛볼까? 불가리아는 발칸 반도의 한 국가로 터키와 국경을 접한다. 그래서 터키의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불가리아만의 특색도 물론 있다. 우선 불가리아는 요거트의 왕국이다. 우리는 주로 디저트로만 먹는 요거트를 불가리아에선 엄연한 식재료로 여긴다고 한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란다. 불가리아에선 돼지고기가 특히나 맛이 좋은데 이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데에도 요거트가 쓰인다고. 그런데 요거트 말고도 불가리아에 널린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허브다. 갖가지 허브가 지천에 깔렸다는데 얼마나 향긋할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와 함께 바니차라는 빵과 불가리아의 가장 기본적인 샐러드라는 숍스카 샐러드’. 싱싱한 토마토와 오이, 파프리카, 양파 등 각종 채소에 하얀 시레네치즈를 가득 올리고 올리브유를 한 바퀴 쭉 돌려가며 뿌려주면! 계속 구미를 당기는 숍스카 샐러드가 완성된다. 샐러드에 치즈를 솔솔 뿌려 먹으니 얼마나 고소할까. 아주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사진만 봐도 충분히 식욕을 돋울 만하다. 요거트, 돼지고기, 치즈를 특히나 좋아하는 나에게 불가리아는 너무나 환상적인 나라였다. 무엇보다 요거트와 치즈, 허브와 올리브유를 듬뿍 듬뿍 넣어주는 불가리아의 요리는 건강에 그만일 터. 꼭 가보고 싶다!

 

        이렇게 쓰고 나니 불가리아만 편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만만치 않았다. 신장 위구르는 중국 대륙 서쪽에 위치한 자치구로 중동 지역과 가깝다. 인도의 과 비슷한 이라는 빵이 있고, 강렬한 내음의 양고기 요리가 대표적이며, 양젖으로 요거트를 만들고 낙타젖으로 치즈를 만든다. 무엇보다 연 강수량이 아주 적은 신장 위구르는 달디 단 과일의 천국이다. 수박과 비슷한 생김새의 하미과라는 과일, 그리고 청포도가 특히나 맛이 좋다고 한다.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첸돌이라는 빙수가 무척이나 독특해 눈길을 끈다. 짧고 굵직한 초록색 국수를 얹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이 첸돌은 말레이시아의 무더운 날씨를 잠시나마 이기게 해주는 기특한 음식이다. 멕시코와 콰테말라 사이에 위치한 벨리즈는 라이스 앤 빈스라는 푸짐한 양의 식사와 다양한 길거리 간식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동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 회가 아주 명품이다.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나라와 더 많은 음식 들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새롭고 신선하면서 익숙지 않았던 것들을 금세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군침만 돌고 배는 못 채워줘서 살짝 아쉽긴 해도 눈에 가득 들어오는 이 생생한 사진 속의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행복감을 선사한다. ‘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완전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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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리를 보다 세트 - 전3권 세계지리를 보다
박찬영.엄정훈 지음 / 리베르스쿨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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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한국지리를 공부하면서 굉장히 애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훤하다. 생전 처음 보는 지형 이름에, 생전 처음 듣는 형성 원리에, 그 수많은 암기 대상들. 그리고 매번 아쉬웠던 점은 쪼끄만 사진 한두 장으로 그 거대한 이야기와 광할한 자연을 별 감흥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일. 한국지리에 별다른 애정을 느끼지 못한 나에겐 세계지리는 더 큰 넘사벽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지리를 사랑하게 만든 책이 나타났으니, 바로 <세계지리를 보다>가 그것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가 흥미롭다. 각 국의 특징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해내면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지리 여행을 선사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포부만큼 속이 옹골찬지 한 번 살펴볼까?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지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안으로 들어가보니 너무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두 페이지나 아낌없이 할애하여 더욱더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사진을 보여주는 덕분이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큼지막한 사진으로 독자의 눈을 호강시켜준다는 점이다. 첫 번째 조건, ‘이미지’. 만족스럽다.

 

두 번째 조건인 스토리텔링은 또 어떠할까? 1, 2, 3권은 차례로 세계 자연 및 인문환경과 동북·동남·남부 아시아, 유럽과 서남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담아내고 있는데, 이 모든 광대한 공간을 이야기를 해주듯이 풀어나간다. 단어의 뜻이나 어원까지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또 쉽게 설명해주는 친구이자 선생님이 눈 앞에 있는 느낌이랄까, 아주 든든하다.

 

이미지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더한 <세계지리를 보다> 덕분에 공부차원이 아니라 즐거운 여행차원에서 지리를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세 번째 조건인 지리 여행도 만족! 지리와 역사에 대한 상식을 꽉꽉 채워주는 이 책은 향후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여행지 선정에 도움을 주는 정보로 가득하기도 하다. 이 책을 만난 일이 두 배로 기뻐지는 이유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길 것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실제로 보았을 때 그 진가를 비로소 고스란히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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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다큐 - 우주비행사가 숨기고 싶은 인간에 대한 모든 실험
메리 로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세계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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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다 보면, 다음날 아침 찬란한 빛을 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 보면, 이 광활한 자연보다 더 신비롭고 생경한 우주라는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우주라는 이 거대한 낱말은 군사,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밀접할 뿐만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찾아나가는 철학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재의 심연에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을 것이고, 그럴수록 또 역으로 현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가게 마련이다. <우주 다큐>는 그런 현실의 우주를 우주비행사의 현실적 문제와 도전들을 통해 파헤쳐본다.

 

이 책은 우주의 신비나 존재의 심연 같은 거창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우주과학과 우주비행의 위업을 알리려는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주비행의 이면을 ‘까발리는’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희극적인 실험들을 소개한다. 제목은 ‘우주 다큐’지만 다큐멘터리라기 보다 코미디가 더 잘 어울리는 듯싶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능을 우주에서 어떻게 해소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미지의 공간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비행사도 인간으로서의 본능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배고픔과 배설 등의 본능은 어떻게 해결할까? 초기에는 모든 음식을 엄격한 제약에 따라 건조시키고 압축시켜야만 했다고 한다. 주사위 모양의 샌드위치가 한 예이다. 그런데 연구와 실험을 통해 수많은 제한 조건들을 통과한 이런 음식들은 죄다 맛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배고픔은 그야말로 대충, 될 수 있는 대로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더욱 정성스러운 식품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소연씨가 밀봉된 된장국을 손에 들고 있던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나라 출신의 비행사 덕분에 한식도 우주 식품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이 예전보다 높은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우주 식품에 이어서 우주 화장실, 무중력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저자의 글재주 덕분에 우주에서의 본능 해소에 대한 고찰이 아주 흥미진진했다.

 

이 외에도 책을 통해 우주 비행의 심리적, 정신적인 문제들에 대한 내용도 살펴볼 수 있었고 일본인이 우주 비행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 등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주 비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달래주는 <우주 다큐>는 우주 비행의 곤혹스러운 면모들을 밝힘으로써 우주와 우주 비행사를 한층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끌어준다. 지루하기만 한 과학 서적에서 탈피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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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우리 가족 건강 여행 : 봄.여름.가을.겨울 - 만점 아빠의 몸이 건강해지는 온천 & 스파 여행
이신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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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항상 설레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힘들고 지치기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족한 정보나 갖가지 곤란한 일들로 여행이 한 순간에 망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옹골찬 여행에 성공하려면 여행의 목적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준비할 내용도 간단하리만큼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테마가 있는 여행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음식여행, 명소여행, 미술관 여행, 그리고 <사계절 우리가족 건강여행>의 건강여행처럼 말이다.

 

이 책은 더 구체적으로 온천과 스파 여행을 테마로 한다. 저자는 손이 쭈글쭈글해져도 목욕을 줄일 수 없는, 목욕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목욕을 하는 순간 여행의 노곤함이 쫙 풀린다고 하니 어찌 안 할 수 있으랴. 그런 저자에게 온천과 스파는 최적, 최고의 장소일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가보고 체험한 전국의 온천, 스파, 워터파크 50곳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여행뿐만 아니라 온천에 대해서도 기막힌 전문가다. ‘어떤 온천은 어떤 성분이 특별하기 때문에 어디에 좋다’는 식으로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부모님을 모시고 주말마다 한 곳을 선정해서 갔다 오기 좋을 듯싶다. 아이들이 있다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워터파크에 가는 것이 좋겠고, 연인끼리 따뜻하고 좀더 친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시설 좋은 온천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장소마다 작가의 평가와 주 고객층, 이용 요금, 교통 정보, 부대 시설 등의 정보가 찬찬히 제시되어 있어 인터넷으로 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네비게이션이 일러주는 대로 따라만 가도 그만일 듯싶다. 아니, 직접 차로 운전해서 갈 경우 어떤 경로로 가야 하는지까지 책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이 없어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별미집이라고 소개한 음식점들에 대해서는 모두 전화번호와 주소 정도로만 소개가 끝나서 맛집에 신경 쓰는 나로서는 그 중 하나를 선뜻 고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온천 여행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니 맛집만큼은 직접 더 찾아봐야겠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장 적합한 테마 여행을 즐기고 싶어 이 책을 고른 나는 아주 중요하고 적절한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주말마다,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씩 건강한 물로 몸과 마음과 피로를 씻어내면 아주 개운하고 상쾌하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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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유령들 - 금지된 욕망의 봉인을 푸는 심리 르포르타주
대니얼 버그너 지음, 최호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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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관념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1819세기,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론을 주창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유아기 때부터 (배설 등을 통한 만족감과 쾌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의) 성욕을 느낀다. 이는 환경이나 교육에 좌우되지 않는 불변의 본능이다. 프로이트는 성적 충동이 인간의 모든 본능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인간의 모든 심리적 요인에는 기본적으로 유아 성욕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충격적이고도 혁명적인 프로이트의 이론은 정신분석학, 성심리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21세기가 지나도록 성욕의 확실한 근원을 찾기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명확한 사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지만 아직 분명하게 결론지어진 내용은 없다. 현재 성과학자들의 주된 연구 주제는 이렇다. ‘욕망은 타고나는 것인가, 학습되는 것인가?’ ‘욕망은 고정적인가, 가변적인가? <<욕망의 유령들>> 역시 이 주제를 면밀히 살펴보려 한다. 특히 인간의 이상 성욕을 중심으로 욕망을 작동시키는 심리와 그 근원을 파헤쳐나간다. 르포르타주이기 때문에 실존 인물들을 대상으로, 사실 그대로 꾸밈 없이 그들의 성적 취향과 욕망의 정체를 추적한다. 현실감, 사실성이 강하게 드러나며 주인공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총 네 명이다. 여성의 발만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느껴 고민인 성공한 사업가이자 가정적인 남편, 유명한 패션디자이너지만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여성 가학성애자, 어린 의붓딸에게 성욕을 느껴 30년 동안 감시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기술자이자 밴드 리더, 마지막으로 사지절단성애를 가진 광고업 종사자이다. 이들은 자신의 숨겨진 욕망이 드러났을 당시 저마다 생경한 느낌에 흥분했고 스스로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을 비정상적이라 생각하여 곤혹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순간 느끼는 성욕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자신의 성적 기질을 아주 당당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욕망들을 어떤 성과학자들은 학습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선천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인간이 스스로 욕망을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의사라면 약물이나 다른 치료법을 통해 환자의 변화 의지를 고취시키고, 더 나아가 성욕의 대상을 문제가 되지 않는 선으로 고쳐놓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즉 욕망의 정체에 따라 약물 치료의 정도와 정신적 치료법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저마다 꾸준한 연구와 치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이론을 증명해 보이려 하기 때문에 아직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결국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 정신분석학과 성심리학의 근간과 치료법을 밝혀주는 등대라는 점은 충분히 알만하다.

 

이 책은 성에 대한 모든 것, 특히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들에겐 생소하면서도 달갑지 않은 이상 성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객관과 주관 사이에서, 수용과 거부(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이 저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작가의 글솜씨(담담한 어조와 문체, 소설 같은 묘사와 융통성이 돋보이는 서술 방식)가 민망한 내용이나, 심하면 엽기적이기까지 한 내용을 어느 정도 순화해주며,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없다가도 어느새 이해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부린다. (그러나 소아성애자의 경우, 이 책에서 유일한 성범죄자기 때문에 마냥 이해해주기는 힘들었다. 저자 또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다가 딱 한 번 거부감을 솔직하게 밝힌 바 있는데 바로 이 경우였다. 그런데 사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어린 여자아이에게 성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남자’를 ‘성인성애자’라고 표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거부감이 덜하고, 결국 신세계를 만난 듯 관음증 환자가 된 듯 계속 엿보게 된다. 생각해보건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었던 요소는 무엇보다도 보통 사람들의 일생을 면밀히 살피며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낸 저자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진진한 이 책을 통해서도 욕망의 정체에 대해선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실망만 하기엔 아깝다. 저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물음은 따로 있다. 우리는 과연 관용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가 정의하는 ‘정상’과 ‘비정상’이란 어떠한 것인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질문에 대해 깊이 고찰해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들로 치부되기 쉬운 이들을 관용으로 살펴보려는 저자의 열린 마음이 뜻 깊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관찰력과 탐구력, 그리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의식을 높게 사고 싶다. 대니얼 버그너, 기억해 두고 이전 저작들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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