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381p) 는 알베르 카뮈가 한 말로, 카뮈는 이 책의 공저자다. 카뮈 말고도 이 책의 공저자는 수도 없이 많다.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 브론테 자매, 조지 버나드 쇼, 존 레논, 밥 말리,……. 다 언급하기엔 힘이 들 정도다. 무려 272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죽은 사람들이다.

 

‘죽은 공저자’라고 하니 약간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죽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 대화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풀어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가 일생 동안 읽어왔던 책의 단편들을 ‘수집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를 특별히 ‘인문공간의 탐험 기록서이자 일종의 항해일지’(9p) 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 사학, 철학을 의미하는 ‘인문학’과 문예, 역사, 사유를 의미하는 ‘인문공간’을 구분하며 이 책을 통해 인문공간의 존재를 다른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수많은 명인들의 말을 모아 돈, 인생, 정치, 신과 종교, 예술과 자연, 욕망과 마음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주제에 대해 몇 편의 짧은 글이 이어지는데, 거의 열댓 명의 말을 모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놀라운 점은 하나의 글을, 그것도 두 쪽 정도의 짧은 글을 열댓 명의 사람이 써낸 셈인데도 글의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순전히 엮은이의 능력이다. 본래 명인들의 말은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명언이라 불리긴 하지만,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모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내기란 저자의 독립적이고 확립적인 사고와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글은 독자에게도 많고 깊은 생각과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돈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인생이란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을 되새겨보고, 종교의 위험성을 비판해보고, 예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욕망과 마음의 상처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이 아니라도, 글이 짧아도, 아주 옹골차다.

 

몇 편의 짧은 글이 이어진 후에는, 각 주제와 관련된 인용구가 한 쪽에 한 문장씩 나온다. 그리고 바로 밑에는 저자 엘리엇 부의 유쾌한 사족이 달려있다. 사족이라지만 저자의 재치와 유머가 돋보인다삶의 가속도만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간디에게는 “이 양반이 와이파이를 몰라서 그렇지!(125p) 하고 되받아 친다. 이런 엘리엇 부의 재기 발랄함이 없었다면 이 책은 그저 진지하고 심오하기만 했을 것이고,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라는 책의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독자를 위해 저자의 배려가 머무른다오만과 허영 없이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구상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모금 한 모금 책을 음미하도록 해준 저자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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