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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눈물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이 춤추는 땅
장형원.한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최근 <정글의 법칙>이란 TV프로그램을 통해 남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의 원주민의 삶을 구경해볼 수 있었다. 바누아투는 문명의 이기를 전혀 접하지 않고도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원시적인 삶의 방식으로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나라다. 그에 비해 아프리카는 역사적으로 무척 슬픈 땅이었던 듯싶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그 풍부한 자원을 모두 빼앗기고 흑인은 노예로 부려졌다.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아프리카 출신 흑인은 인종차별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선 여전히 내전이 끊이지 않아 민간인 살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피맺힌 눈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축제를 벌인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신명나는 땅이기도 하다.
이 책은 MBC 다큐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한 담당 프로듀서 두 명이 아프리카 대륙을 촬영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방송 그 뒷이야기를 모아 펴낸 책이다. 방송을 보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방송에 나왔던 주요 장면들은 기본이요, 두 프로듀서의 실감나고 유쾌한 말들이 더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나 싶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을 장면, 곧 아프리카 사막과 산악에서 맞은 제작진의 노곤함과 고달픔과 위험천만한 순간들, 또 이에 더불어 애처롭지만 해학이 담긴 배설의 시간까지 꽤나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두 프로듀서의 진솔하고 재미있는 글로 가끔 지을 수 있었던 웃음마저 이내 아프리카 땅 위의 슬픔이 압도하고 말았다.
아프리카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륙이다. 사막화와 가뭄으로 풀이 자라지 않자 풀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 죽어가고, 초식동물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은 먹을 것이 없어지자 민간으로 내려와 가축을 노린다. 북극에선 녹아 내리는 빙하로 인해 북극곰이 고통을 받는 반면 적도에선 말라가는 물로 인해 사막 코끼리가 말라 죽는다. 동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순박한 사람들까지 생명을 위협 받는다. 아프리카의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오모 계곡 근처의 부족들은 왜 가뭄이 계속되고 초지가 줄어드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부족과 가족을 위해서 초지 쟁탈전에 참여해 싸워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오지에 살아서 문명의 이기와는 거의 접할 일이 없는데도, 문명의 잔인한 산물인 총만은 소지하고 있다는 현실이 아프리카의 눈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남아공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 또한 가뭄 문제가 근본적인 요인이었다. 가뭄 때문에 고향 모잠비크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돈을 벌기 위해 남아공에 건너간 에르네스뚜는 같은 흑인에 의해 '분신 살해'되었다. 외신에 의해 버닝맨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자세한 사연이 알려지지 않아 이내 잊혀져 버려야 했던 에르네스뚜는 남아공 제노포비아의 희생자인 동시에 온난화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픔에도 아프리카 부족들은 각 부족만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만의 축제가 있고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다. 특히 산악 지대에 사는 수리 족은 국가라는 개념을 전혀 모를 정도로 원시적이다. 수리 족은 에티오피아에서 살지만 정작 그들은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전혀 모른다. 경찰이란 개념도 모른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행정력은 수리 족의 영역까지 미치지 못한다. 남자들은 나체로 소의 피를 마시고 토까이 나무를 찧어 약을 만들어 마시고 장대 싸움으로 용맹함을 겨룬다. 여자들은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입술 원반을 차고 살점을 뜯어내면서까지 문신을 한다. 이 모두를 그들은 ‘우리의 문화’라고 한다.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우리, 그리고 문명과는 먼 것이기에 신선하고 신비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대지와 풀과 야생동물과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잘못 없이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오롯이 입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미 발전한 나라들의 과도한 개발로 인해 시작된 지구온난화는 이렇게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끊임 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아프리카의 눈물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그들의 아픔을 직접 어루만져주진 못하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