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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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에 불안장애에 관한 책과 긍정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두 책이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어 궁금하던 참이었다. 긍정심리학이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치료법일 수 있다는 생각은 막연히 들긴 했지만, 불안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긍정심리학의 무조건적인 긍정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둘이 정확히 같은 맥락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둘의 본질과 근본 원리가 같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자면 우선 저자의 이력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저자는 대학생 때부터 불안장애, 정확히는 사회불안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5년이 지나서야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인해 그토록 아팠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강박관념이 일생의 신념으로 탈바꿈하여 저자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공포와 혼란의 삶을 이어가게 만든 것이었다. 진단 이후 저자는 인지행동치료 지원 모임에 나가면서 점점 증상이 나아지는 경험을 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는데, 당시 이 치료법이 어쩐지 고대철학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저널리스트가 되어 인지행동치료의 기원을 추적하면서부터 그 생각이 정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지행동치료의 개발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저자가 인지행동치료법의 개발자인 앨버트 엘리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를 알아냈는데, 예를 들자면 앨버트 엘리스는 에픽테토스의 이 말에서 깊은 감명을 얻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진다.” 이 명언은 내가 불안장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도 나왔던 말로, 굉장히 인상 깊어서 기억해두고 있던 문장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고대 철학이 불안장애의 인지행동치료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그 책만 가지고는 알아볼 길이 없었다. 그 책은 지극히 불안장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가치료법을 소개하는 데에만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을 구심점으로 삼으면서도 이를 심리학과 연계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자기계발서로 발돋움한다.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의 경우, 갑자기 닥쳐오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하여 두려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무의식적인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긍정심리학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이 아닌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에 의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이 생겨나므로, 긍정심리학은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어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는 감정학습을 중요시한다. 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도 애초에 고대 서양 및 동양 철학을 탐구했다.

 

이렇듯 심리학의 기술적인 치료법이 철학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신선해 보인다. 이런 게 바로 학문의 융합이라는 것일까? 이 책은 철학과 심리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에서 배우는 철학이 더 이상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지도 않고 답할 수도 없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아테네학당의 수업을 열어주었다. 소크라테스의 기조연설로 시작하여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그리고 졸업식까지, 이 책에는 대학을 다니는 일과 같이 인생의 일정 시점만을 구성하는 철학이 아니라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일생과 그 생애의 기복을 헤쳐나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철학이 가득 채워져 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이 스스로의 믿음에 질문을 던져보고 의식적으로 비판해보도록 유도했던 소크라테스의 거리의 철학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새롭게 구현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묘미이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나의 영혼과 나의 삶을 돌보아주는 소중한 현자로, 스승으로, 부모로, 친구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남아 평생 나를 곁에서 지켜봐 주고 보살펴줄 듯한 느낌이 든다. 따뜻하고 진정한 위안, 지속적인 삶의 기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도 철학에 대한 지배적인 편견과 철학을 철학으로만 설명하는 각종 입문서 및 개론서 같은 책들의 관습을 깼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굉장히 성공적이며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철학이 이렇게 재미있고 유용한 것이었나? ‘철학이라 쓰고 삶의 기술이라 읽는다는 출판사의 서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읽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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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알고 있는 古典의 힘 - 이미 알고 있던, 미처 알지 못한 고전의 재해석!
민경천 지음 / 북메이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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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단점이 하나 있다면 아마도 과거 현자들과의 대화가 좀처럼 쉽게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고전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워 정작 고전을 곁에 두고 즐거이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고전과 현대 독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통역사가 필요한 법이다. 고전의 정수만을 간단하고 쉽게 전하는 통역사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고전 통역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고전의 지혜에 저자 나름의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여 공자, 맹자, 노자, 장자와 함께 우리의 삶과 일상을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이 책은 특히 형식이나 내용이나 현대적인 재해석이 돋보인다. 우선 목차부터가 그렇다. 공자는 커피를, 맹자는 담배를, 노자는 음악을, 장자는 술을 연상시킨다. 공자의 말씀은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를 생각나게 하며 여운을 남긴다. 맹자의 철학은 시름시름 피어 오르는 담배 연기가 모여 나에게 단비를 뿌려주는 구름이 된다. 노자의 도덕은 나의 마음 속에서 울림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장자의 처세는 취하였다면 취한 대로 살아가는 인생이란 강의 흐름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네 명의 대가들에게서 얻은 108개의 문장을 통해 저자는 자신을 보고 우리를 보고 사회를 보고 세계를 본다. 애니메이션, 예능 프로그램 등 고전과 쉽게 섞일 수 없는 현 시대만의 구성요소에서도 그 가치를 뽑아내어 고전의 지혜와 함께 맛있게 버무린다. 잘 양념된 감칠맛 나는 글들이 숨어있는 마음을 자극하여 고개를 내밀게 만든다. 이제 독자는 그 마음을 바라보고 어루만져주기만 하면 된다.

 

고전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현 시대에도 몇 백 년 전의 고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단순히 현자의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전의 강인한 생명력은 삶의 보편성에 있을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은 누구나 다 똑같은 마음이고 똑같이 나약한 존재라는, 인간의 심성과 삶의 진실에 관한 통찰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전의 생명력에 들숨을 불어넣는 책들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그 점 때문일 것이다. 고전의 지혜로 현 시대를 살아간다면 우리의 마음은 풍요로워지고 우리의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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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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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중반쯤 일본에서 일어난 지하철 사린 사건은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집단 살인이었다. 꽤나 많은 신자를 끌어 들인 옴진리교 교주는 신자들로 하여금 어느 날 아침 출근 지하철에 올라타 사린가스를 살포하도록 지시했다. 독실한 신자들은 교주의 명령을 그대로 따랐고 결국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출근길에 독가스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일본에 집중됐었다. 일본은 아직도 이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교주는 체포되었지만 여전히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집회에 모이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옴진리교의 많은 신자들이 엘리트라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지식인은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통해 이성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사이비 교리를 그대로 믿고 교주의 말을 그대로 따라 집단 살인을 하게 되었다. 이 무시무시한 사건을 들어보면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어쩌면 기독교 같은 세계적인 종교의 신자들은 이 사건을 사이비 종교에 국한된 것으로만 여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교에 대한 회의감 자체를 종교계 전체를 타도하려 하는 시도로 여기고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옴진리교 사건은 종교의 힘이 어떠한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가 되었다. 과연 종교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일까 아님 위험한 것일까?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알랭 드 보통은 종교가 유용하고 흥미롭고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때때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전제’(12p)라고 밝힌다. 저자는 무신론자이지만, 그리고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만, 기본적으로 저자는 종교란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종교를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리고 종교의 여러 이점과 신앙의 지혜를 통찰하며 이를 세속적인 영역으로 차용해 오는 방법에 대하여 역설하기 시작한다. 그는 역사적이고 일반적인 종교의 지혜까지 무시한 채 신자들의 아둔함을 비판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배타적인 무신론자가 아니다. 종교는 물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꾸며낸 것이지만 세속 사회가 이을 수 없는 공동체적 가치를 꾸준히 강조하여 지켜왔다는 점에서, 무신론자라도 신앙의 지혜를 인정하고 종교와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종교의 순기능을 이해하게 된 무신론자라면 이제는 자신만의 신전을 세워 교리 없는 지혜를 지니고 살아가라고 권한다.

 

        드 보통의 종교와 인생에 대한 철학은 우리가 지나치게 세속적인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신앙을 갖지 않더라도 그 가치를 이어나갈 방법을 고찰해보도록 도와준다. 종교는 지혜롭다. 어떤 정치인보다도 설득력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기술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줄도 안다. 그러므로 신자든 아니든 종교의 지혜를 적당히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이는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 종교의 역할을 세속 사회가 이어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근본주의에 의한 테러나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이 신문을 도배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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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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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서울의 모 대학교 앞을 지나다가 그 대학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시민단체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나가면서 스치듯 들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이 참담하다는 사실은 다 들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고작 이 백 원 정도 ‘최저’ 임금을 인상해달라고 하기 위해 사용자인 대학에 맞서 시위를 결심한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다들 장성한 자녀를 두고 있을 듯한,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로 보였다. 당시 최저임금은 4320원이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260원이 올라 현재의 최저임금 4580원이 되었다. 다행이었지만 뭔가 께름칙하고 찝찝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는 시점에서는 필연적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 물가가 여전히 세다고 느껴지는 요즘 과연 4580원을 받고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쨌든 아주머니들의 시위를 목격한 이래로, 나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급여를 받으면 매우 불합리하다는 말로는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그 정도의 최저임금만 받고 장시간 일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면? 당연히 못할 짓이다.

 

 

<노동의 배신>은 저자인 바버라 에런라이크 ‘박사’가 최저임금 노동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몇 년간 집필해온 ‘잠입’ 취재기이다. 잠입 취재라는 말이 표지의 소개글과 홍보글에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박혀 있듯이, 이 책이 사회적 사건을 추적하는 르포르타주로 분류되어 있듯이,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 일부러 최저임금 노동자가 되었으니 잠입이라는 말은 충분히 어울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이 책은 죽음을 불사한 ‘잠입’ 수사기가 아니다.

거의 누구라도 내가 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를 찾고, 그 일을 하고,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실제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매일 그렇게 살고 있으며,

그걸 떠벌이지도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17p)

 

중산층이자 고학력자인 저자는 잠입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당시 자신의 ‘특별함’을 걱정했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같이 일하면서 자신의 정체, 즉 교육을 잘 받은 똑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는 종국엔 괜한 걱정으로 밝혀졌다. 그 누구도 저자의 진짜 모습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고, 저자가 직접 밝히고 나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확실하게 잠입한 셈이었지만 결국 무의미한 것이었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에서는 저자도 뼈빠지게 일만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취재기보다 수기에 가까워 더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실제로 저자는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처럼 소위 ‘두 탕’을 뛰며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해야 할 정도였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매일, 매달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의 임금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일해야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 했는데, 결국 직접 일을 해보니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해서는 좀처럼 수지를 맞출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생계 유지는 물론이거니와 ‘생존’에 꼭 필요한 집세를 마련하기도 벅차 전전긍긍하고 이리 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저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어디 저임금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수난이 생활고뿐이랴? 저임금 노동자들은 항상 무시당하게 마련이다. ‘단순 노동이니까 저임금을 받는 게 당연하지!’ 라는 무척이나 ‘합리적’인 생각이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그들은 모두 ‘고작 저임금이나 받는 사람들’이며, ‘그러므로 무시당할 만한 사람들’이다. 돈을 기준으로 삼아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조차 지켜주지 않는 이 사회는 얼마나 냉정하고 잔혹한지, 또 얼마나 오만한지……. 그들은 게으르고 태만하게 일하는 것도 아니며, 신참이 아닌 이상 누구나 맡은 일에 숙련된 노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일하다가 잠시 잠깐 맞이하는 짧디 짧은 휴식 시간조차, 잡담 시간 조차, 심지어는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항상 감시의 눈초리를 불평 없이 받아야 하는 그들의 처지는 자유를 뺏긴 노예와 마찬가지다. , 몸을 고되게 하는 일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매일같이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거나 처방전을 받을 돈이 없어 그저 진통제로 견디고 담배와 술로 마음을 달래다 보니, 결국 몸이 더 상하고 그 화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학력이 높다고 해서 단순 노동이라면 무조건, 무엇이든지 잘 해낼까? 저자가 말하는 대로 단순 노동이라 불리는 것들이 절대 ‘단순’하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은 몸소 노동 현장에 뛰어든 저자와는 달리 이런 사고방식을 가져본 적도, 가져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2001년 미국에서 출간된 당시 그리도 열풍을 몰고 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 책도 거대한 사회 구조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 저자는 최근 후기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전한다. 임금은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아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실이 여전하다고 말이다. 저자가 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던 2000년 전후에는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는데도 노동 현장만큼은 예외였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미국 경제는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휩쓸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개인이 거대한 구조에 잠식된 채 홀로 생존할 길을 구해야 하는 이 처참한 현실은 언제쯤이나 나아질까. 어쩌면 기한 없는 기다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 사회 저임금 노동자들의 환경 또한 열악하다. 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을 받고서라도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을 듯싶다. 불합리할 정도로 힘들고, 수모와 모욕까지 당하는 이 부조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겐 긍정도 희망도 없을 듯싶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6%가 오른다고 한다. 그래도 오천 원이 안 넘는다. 요즘 오천 원만 가지고 한 끼 식사를 때울 데도 별로 없다는 실상을 감안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과 생활 환경을 제대로 고려한 현실적인 인상안은 아닌 것이다. 이젠 좀더 실질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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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건강사전 -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는 유쾌한 반전 천하무적 지식 시리즈
좋은생각 편집부 지음 / 좋은생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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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지식을 갈구하고 자기계발에 힘쓴다. 그런데 정작 자기 건강을 보살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다들 나는 건강하다, 내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막연하고 오만한 생각에 빠져있는 듯싶다. 나 또한 내가 내 몸을 얼마나 잘 돌보는지, 나에게 건강상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 되돌아보니, 식사 중 이건 어디에 좋고 저건 어디에 좋다하고 엄마께서 가르쳐주시는 소중한 영양 정보들을 흘리듯 알아듣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내가 건강에 대해 이리도 무관심하고 무지했구나, 이제는 엄마 건강을 챙겨드려야 할 나이인데 아직까지 내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이 책은 신비로운 우리 몸 이야기로 시작해 건강과 관련된 식품 이야기와 육아 이야기, 그리고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생활 습관까지, 유익하고 유용한 건강 상식을 총 망라한 건강 사전이다. 사전이라고 해서 어렵고 답답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 꼭지마다 알아두어야 할 상식의 요점만을 뽑아놓았고, 믿을만한 정보인지 독자의 걱정을 덜기 위하여 과학적인,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근거(주로 국내외 연구 결과)를 적절한 분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내용들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달빛에도 얼굴이 탈까?’, ‘꾹 참은 방귀는 어디로 갈까?’, ‘색맹의 꿈은 무슨 색깔일까?’ 등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궁금증 같은 물음이 나오면 곧바로 명쾌한 답이 이어진다. 비가 오면 왜 부침개가 생각나는지, 엄마 손은 왜 약손인지 등 누구나 한 번쯤은 이건 왜 이럴까?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하고 궁금해 해봤을 물음에 대한 답 또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냉면과 삶은 달걀의 궁합, 메밀국수와 무의 궁합, 식사한 뒤의 박하사탕 등 음식의 궁합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주는 대로 먹기만 하는 일과 이런 음식 궁합을 간단하게나마 알고 나서 먹는 일은 건강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정보는 멀미가 날 때 운전자의 몸이 기우는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내용이었다. 차에 타면 항상 멀미를 하는 편이라 매번 고생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증상의 원리와 아주 유용한 멀미 대처법을 알게 되었다. 또 상처를 입으로 불면 세균이 침투해서 안 된다는 사실과 삼겹살과 소주는 궁합이 안 맞아서 같이 먹으면 안 좋다는 사실 등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

 

중간 중간 재미있는 그림도 있고, 내용도 전혀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이 건강사전은 조금도 지루할 틈을 안 준다. 다만 한중일 젓가락의 미세한 차이같은, 건강상식이라기 보다 문화상식에 가까운 내용도 있어 이건 왜 넣었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곁다리로 얻는 지식이라고 해가 될 건 없다. 어쨌든 건강에 관한 지식만큼 실생활에 이렇게 유용한 지식이 또 있을까? 이 건강사전을 참고로, 나 자신과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조언자이자 건강을 위한 조언자가 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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