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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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는 왜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어떤 이들은 사랑이 불가능해진 원인을 사랑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서 찾는다. 또 다른 이들은 개인의 정신건강 악화를 꼽기도 한다. 사랑이 불가능해진 이유, 사랑에서 실패하는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셈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랑에서 계속 실패하는 원인, 가짜 사랑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개인에게 있을까? 나는 사랑이 불가능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병적인 사회라고 믿는다. 물론 사랑에 대한 무지나 오해 정신건강 악화도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병든 사회가 초래하거나 강요한 것이므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부모와 자식, 스토킹을 포함한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범죄를 보다 보면 당사자는 사랑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랑이라고 포장하고는 있지만 상대방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해치고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서로 간의 사랑,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진대 언제부터 이런 기조가 무너진 것일까? 저자는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단호히 병적인 사회가 그 원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사랑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인간에게 사랑이 너무나 중요함에도 사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가 자존감, 행복 등에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의 영화, 드라마 등의 매체부터 최근 유행하고 있는 SNS의 순기능 또한 분명히 크겠지만, 사랑, 행복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관점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역기능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마법과 같은 환상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이 마치 보편화된 것처럼 보여주고 있고, SNS에서도 부유하고 이쁘고 아름다운 모습만으로 포장된 내면이 아닌 외면에 편향된 글들이 차고도 넘친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오직 나만이 남들보다 뒤처져 있는 것 같고 다들 성공해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러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은 자괴감만 더 키울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 국면을 한방에 전환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만남만을 꿈꾸기도 하고, 또는 지극히 인스턴트적인 사랑과 기쁨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사랑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 현대 사회가 사랑이 결핍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광신적 사랑이 마음의 상처(정신장애), 그리고 병적인 욕망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광신적 사랑은 무력감에 기초하는 의존과 동일시 같은 심리 현상을 동반하므로 자기 상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광신적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완전히 상실한 채 사랑의 대상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거나 복종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맹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종교일 수도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그 대상일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사랑도 그 정도를 벗어나면 없느니만 못한 법이다.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스토킹으로 나타나고, 정치인의 경우는 그들의 언행을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받아들이며, 반대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도로 적대시하는 경우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인 이분법적 성향이 사회의 갈등과 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사람 수만큼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각 의견을 모두 귀담아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사회-일반적으로 게임의 규칙은 그 사회를 지배하는 독점자본가 같은 지배층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정한다-가 정하는 부의 분배 방식이나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 게임의 규칙 등은 인간 심리와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는 권력과 부를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함으로써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초래했고, 사람들에게 승자독식의 원리에 기초한 경쟁이라는 게임 규칙을 강요하여 인간관계를 파괴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적이고 건전한 요구나 욕망을 실현할 수 없기에 전반적인 정신건강이 크게 악화된다. 부정적 심리와 정신건강 악화는 진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가짜 사랑을 강제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되며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부를 거머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제체제임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권력과 부의 불평등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초기에 부를 거머졌던 사람들은 자본의 힘을 느끼고 알았기에 이 달콤함을 영원히 놓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교묘하게 구성원들을 세뇌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고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가난과 실패는 구성원의 노력이나 능력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기조를 만들며, 잘못된 생각과 부정적 심리를 가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당연히 건전한 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이것은 곧 비뚤어지고 가짜인 사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또 다른 경제 체제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다.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며, 약자가 보호받고 누구에게나 균등하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척 힘들고 오랜 노력이 필요한 과정의 연속이겠지만 가짜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이 넘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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