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NING 0.0 - 세상에 없던 ‘기획’
허영훈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회사의 업무 중 쉬운 게 있겠냐마는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기획서를 쓰는 일이었다.

보고서의 경우 산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석하여 데이터를 정리하여 도출되는 결과를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 기획서에 비해 좀 수월했지만 기획서의 경우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게 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의 세 가지 관점에서 서술하다 보면 늘 벽에 부딪히게 된다. 기획서를 잘 쓰기 위해 기존에 잘 쓰인 기획서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곤 하지만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기획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제대로 가르침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책의 부제는 '사회의 모든 문제는 기획의 부재에서 비롯된다'이다. 책에서 언급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뿐만 아니라 세상에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사고의 원인은 잘못된 기획이라는 저자의 얘기에 공감이 간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시점에는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언급하다가 불과 며칠만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사라지고 그러다 보니 늘 이런 사고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사후약방문'에 그쳐서는 직접적인 개선이 안된다는 얘기다.

올바른 기획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기획이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그럼 도대체 기획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세 가지로 정리해서 정의하고 있다.

첫째, 'Planning'이다.

Plan + ing 형태로 봤을 때 앞으로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계속해서 쉬지 않고 점검하고, 시험해보고, 만들어보고, 평가해보고, 작정하는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핵심은 한 번 작성한 계획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닌 수정, 변경 또는 업그레이드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Process of thinking'이다.

두 번째 정의인 사고의 과정은 어떤 현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이도록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방식 또는 상황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맞춰서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셋째, 'Forethought'이다.

'Forethought'는 앞서서 충분히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세 번째 정의가 기획의 모든 내용을 함축해서 설명하는 가장 의미 있는 단어라고 얘기하고 있다. 기획한 일을 실무에 적용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서 충분히 생각한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주' 그리고 '많이' 해 보는 것이다. 회사 업무(일)가 됐든 개인 일이 됐든 간에 목표 달성,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기획의 습관화가 필요하다. 운동, 식단 조절 등과 같이 습관으로 만드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주 하지 않으면서 잘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적지 않은 회사 생활 동안 늘 골머리를 썩였던 '기획 업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넘어가곤 했었다.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기획 업무에 대해 잘 알려줄 멘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지금 단계에서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어두운 터널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는 느낌은 분명히 받았다. 현업에 적용하여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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