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그늘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의 그늘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사람에게 시원함과 청량감을 주는 존재이고, 또 다른 그늘은 근심과 걱정, 불행으로 인해 표정이나 마음이 어두워진 상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책 표지에 보이는 그림은 전자의 의미 같지만 머리말에 담긴 저자의 생각은 후자를 가리키고 있다.

그늘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우리네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우리는 가끔 행복이 엄청난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나 여행과 같은 놀라운 경험, 사랑에 빠지는 순간 등등 흔히 우리가 행복이라고 이야기할 만한 것들을 삶이란 원 안에 넣는다면 이런 일들은 큰 원의 한 점이나 될까 말까 한 지극히 일부분 자그마한 조각일 것이다. 물론 인생의 멋진 순간들이 행복이 되기도 하지만 멋진 모든 순간들이 행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인생을 오직 그것들로만 채울 수도 없다."

인생을 사는 목적은 무엇일까?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책의 이 구절을 읽고 있으니, 문득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도대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돈이나 명예와 같은 상투적인 요소들을 제외하면 행복은 고통과 괴로움이 없이 즐겁게 사는 것이 계속 유지되는 상태일 것이다.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면 불행하다는 느낄 것이고 이는 행복과는 반대 방향을 의미한다. 잠시 잠깐의 기분 좋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니 핵심은 계속 유지되는 상태이다. 100% 인생을 즐거움과 기분 좋음으로 채울 수는 없을 테니 고통과 괴로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만큼의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마음속에서 불행을 담는 그릇은 아주 작게 만들어 그것이 들어오더라도 금방 차고 넘쳐 사라지게 만들어 버리고, 행복을 담는 그릇은 아주 크게 만들어 그것이 들어오면 아무리 작더라도 계속 모이게 만들 수만 있다면 계속 마음속에 머물 수 있을 텐데.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직업을 갖는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고 또 달려간다고 하는데, 내가 되고 싶던 그 어떤 직업을 가진다 해도 인생은 계속되는데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어쩌면 꿈이란 직업이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목표도 꿈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직업이라는 얘기가 나오니 대학교 3학년 때가 생각이 난다. 졸업반을 앞두고 과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어떤 직장을 가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대기업을 다니는 모습도 떠올려 봤고, 공기업을 다니는 모습도 생각해 봤다. 돈과 직장의 안정성 면에서 당연히 꿈꿀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한편으론 과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 당시 한창 PC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여러 곳의 서포터즈와 리뷰어로 활동하면서 참으로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학과 공부는 밤 11시만 넘어도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제품 리뷰는 조립도 여러 번 하고 소프트웨어도 여러 번 설치하고, 사진도 여러 장 찍어야 되는 참으로 귀찮은 일의 연속이었지만 너무나도 재밌어서 새벽 2~3시까지 밤 깊은 줄 모르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면서 취직이 잘 안되면 이쪽 계통으로 진출해 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했었다. 내가 과연 그때 그 길로 진출했으면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루하루 돈 벌기 위해 의무감으로 임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설레며 나름 즐겁게 일하고 있을까? 인생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지만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의 갈림길로 돌아가서 다른 길을 한번 선택해 보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더 기다릴 수 있을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무덤가로 먼저 간 사람을 쫓듯 말이다. 그럼 우리는 뭘 더 찾아갈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적어지게 되면서 생기는 조바심 때문일까? 아니면 신체의 노화에 따라 시간을 인지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일까? 중년의 나이가 되니 주변에 부고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갔었던 장례식장이 요즘은 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무수한 선택의 연속이라고. 삶과 죽음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둘 사이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값어치 있는 삶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의 빠름만을 탓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 현명한 선택인지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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