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경제학 -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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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라고 전해지는 이 문장은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간의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등으로 공동체 의식이 점점 옅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부를 쌓을 수 있고 이러한 부를 위해 인간관계도 이해타산적으로 흐르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현듯 나타난 코로나 팬데믹이 이러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개인과 자그마한 집단의 일탈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앞선 몇 개월 동안 숱하게 봐왔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의 붕괴의 원인을 저자는 주류 경제학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 책의 부제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공동체를 망치는가?(How thinking like an economist undermines community?)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경제학은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을 셈하는 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셈하라고 가르친다. 어떤 경제학자가 미국 평균 소득이 푸에르토리코의 3배이므로 미국인의 평균 인명 가치가 평균적 푸에르토리코인의 3배라고 계산해도 놀랍지 않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아프리카 주민의 인명 가치는 미국인보다 더 낮다(이러한 기준에 따라 경제학자가 미국 폐기물을 케냐로 수출하는 교역을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 빈부귀천과는 상관없이 중요하며 그 무게의 경중을 나눌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 효율의 극대화 등만은 추구하는 기존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부분도 비교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당사자이기도 했던 선진국의 산업 폐기물을 후진국에 수출하는 것등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폐기물을 후진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여 처리하는 것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최고의 선택이지만, 인명의 가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당연히 선택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21세기 서구인들이 노동에서 해방되리라는 케인스의 예측은 왜 이렇게 형편없이 빗나갔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소득 분배 악화다. 미국이 특히 그러하다. 1973년부터 1998년 사이에 소득 최상위 5% 미국인의 소득은 3분의 1 이상 증가했지만, 소득 최하위 10% 미국인의 소득은 7%만 증가했다. 소득 정체는 하위계층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같은 기간에 중위 가계 소득은 7% 증가했을 뿐이다."

>> 인간의 탐욕과 시기심은 근면함, 재산 축적,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한다. 그리고 각자 본인의 노동과 본인이 축적한 자본으로 혜택을 볼 뿐 아니라 타인이 달성한 다양한 형태의 자본 축적 증가로 이득을 본다. 주류 경제학의 이러한 관점을 현재 대입시켜 보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경제는 영원히 성장하기 어려울뿐더러, 자본 축적의 증가가 모든 인간(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 고용주들에게 집중되어 부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 중 하나인 욜로(YOLO)의 경우도 소득 증가에 따른 노동에서의 해방이라기보다는 소득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자유에 그 무게를 두는 것이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관계보다 개인이 우선이라는 관점은 문화의 진화가 문화적 자유에 종속되는 것을 정당화한다. 상상의 공동체인 국가가 확립됨에 따라 종교, 민족성, 근접성을 토대로 하는 지역 공동체의 역할은 무시당한다. 그리고 경험보다 알고리즘을 중시하는 근대적 지식 이데올로기는 합리적 사고 능력의 개발을 강조한다. 알고리즘을 지식의 한 형태, 심지어 더 우월한 형태의 지식이라고 보는 관점에 따르면 경험이나 정신은 삶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거의 쓸모가 없다. 반면 알고리즘을 중시하는 지식 이데올로기 대신 경험이나 정신을 중시하는 지식 이데올로기를 따르면 합리적 사고에 대한 편협하고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관계보다 개인을 우선하는 관점을 기각하면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권리를 두루 신경 쓸 감수성이 싹튼다. 국가 공동체의 우위를 기각하면 지역 공동체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받는다. 기본 가정을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 자신과 후손을 위해 다른 우선순위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선진국의 문턱에서 경제 성장과 부의 공정한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지나고 있다. 어찌 보면 더 나중에 고민했을 수도 있는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코앞의 현실로 다가온 문제가 되어 버렸다. 저자가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당연하며 옳다고 생각했던 주류 경제학 관점 하에서의 가치 및 이데올로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혁명에 가까운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공동체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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