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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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101주년이다.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이후 벌써 100년의 긴 시간이 흘렀다.

이 긴 시간 동안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것은 바로 지성과 시대정신일 것이다.

이 책은 파란만장했던 대한민국 100년 지성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더욱 풍요롭고 보다 정의로운 미래를 꿈꾸게 했던 60명 지식인의 삶과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독립운동가, 종교/철학, 문학, 역사, 정치가, 사회/문화, 여성/환경,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거론하고 있다.


1. 김구: <백범일지>와 민족주의의 미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계시지만 김구 선생을 첫 손으로 꼽는 데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만큼 그의 독립운동 행보와 사상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사상은 자서전인 <백범일지>에 잘 녹아있다.

좌우익, 진보와 보수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념 논쟁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념을 앞세우기 전에 한 혈통, 한 민족이라는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어떨까?

"오늘날 소위 좌우익이란 것도 결국 영원한 혈통의 바다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풍파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 혈통적 민족만은 영원히 성쇠흥망의 공동 운명의 인연에 얽힌 한 몸으로 이 땅 위에 남는 것이다. (...) 현실의 진리는 민족마다 최선의 국가를 이루어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서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요, 이것이 인류의 현단계에서는 가장 확실한 진리다."

5.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재야의 미래

기독교적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풀어쓴 독창적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한국전쟁 후 씨알 사상을 바탕으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이끈 그의 업적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학창 시절에 역사를 참 좋아해서 우연찮은 기회에 이 책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접했다가 지식의 해박함과 독창성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국(國)은 나라라 하면 되고 인(人)은 사람이라 하면 되지만 민(民)은 뭐라 할까? (...) 그 민이란 말을 씨알이라 하면 어떠냐 하는 말입니다. 이렇듯 씨알은 다름 아닌 민중이다. 씨알이란 개념에는 민중의 주체성과 평등성이 담겨 있다. 민중이 역사와 사회의 중심이며 서로 평등하다는 것은 함석헌 사유의 중핵을 이뤘다. 신학자 김경재가 말했듯, 씨알 사상은 생명의 주체성, 책임성, 영성을 되찾아 평화로운 대동사회를 이루겠다는 생명, 평화사상이라 할 수 있다."

25. 신채호: <조선상고사>와 지식인의 미래

우리나라 역사가들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정체성도 여럿이어서 언론인, 독립운동가, 역사가,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사상가들 중에서도 독특하게 사상적 범위가 가장 넓은 사람이다. 민족주의자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무정부주의자까지 확장되었다. 어찌 됐든 일제강점기 치하 폭력에 억압받고 움츠려 들었던 우리 민족에게 고대사를 거론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준 사실은 분명하다.

"<조선상고사>의 일차적인 기여는 고대사의 영역을 한반도에서 만주로 확장해 우리 역사의 인식체계를 전환했다는 점이다. 신채호는 고대사를 신라 중심 역사에서 고구려 중심 역사로 재구성하려고 했다."

41.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

서양으로부터 뒤늦게 받아들인 민주주의였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얼마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해방 후 정치 혼란, 군부 독재, 문민정부,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어떤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궁금해진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는 민주정부를 강하고 능력 있게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가 민주주의적 정치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며, 그 중심적 메커니즘이 정당정치이므로 정당과 정당체제를 바로 세우고 튼튼한 사회적 기반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는 최장집의 주장은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을 선명히 안내한다."

60.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와 세계화의 미래

대한민국에 낳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중의 한 명이다. 비주류 경제학계에서 대안 경제학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 책은 큰 호평을 받았다. 미중의 패권 경쟁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요즘 세계화의 미래에 대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를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장하준이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경제학적 메시지는 크게 보아 두 가지다. 경제발전을 위해 개발도상국은 자유무역 정책이 아니라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하나라면, 성장과 분배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니라 복지국가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다른 하나다."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 근현대사 지성과 시대정신 관점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60명의 사상을 집약하여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잘 정리된 것 같다. 짧은 식견으로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물을 알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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