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얼마나 자비로운가! 어제의 일을 묻지 않는다. 잘난 놈 못난 놈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무엇을 그리든 자유인 1440분이라는 화폭을 하루는 죽을 때까지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그 하루에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무거운 짐을 져도 지게질은 쉽다. 어쨌든 한발 한발 걷다 보면 목적지에 닿는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는 쉽지 않다. 그 한발 내딛기가 잘 안된다. 그것이 더 많은 수입이거나 더 높은 지위가 아니고 삶의 질이거나 인격일 때는 더욱 그렇다."
>> 머릿속이 복잡할 때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서며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다. 빠름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 현대인이 삶 속에서 지게질과 같은 느릿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느린 걷기를 통해 나 자신이 맑게 정화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삶과 행동은 그 하나로 명상이요, 구도(求道)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봄여름가을겨울! 한 해의 다른 이름이다. 여래如來의 다른 이름이다. 하나님/하느님의 다른 이름이다. 내 눈에는 그렇다. 그 귀한 것이 누구에게나 온다. 가리지 않고 온다. 어리석고 욕심 많은 내게도 온다. 우리는 모두 봄여름가을겨울 안에서 산다.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와 풀, 새와 나비가 그 안에서 산다. 호랑이와 나무늘보가 그 안에서 산다. 하루살이와 호리병박벌이 그 안에서 산다. 그 모든 것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젖을 먹으며 산다."
>> 1년마다 반복되는 사계절의 흐름을 우리는 늘 당연한 듯이 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전을 통해서는 낮과 밤이 바뀌고 공전을 통해서는 사계절이 바뀐다. 시간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이 흐름은 자연에게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주어진다. 나무와 풀, 새와 나비가 그 안에서 살고 호랑이 나무늘보 같은 동물이나 호리병박벌과 곤충도 그 안에서 살고 있다. 산천초목과 동식물은 이러한 흐름에 순응하며 살지만 오직 인간만이 역행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입사 5년 차였던 걸로 기억한다. 온갖 스트레스에 머리도 아프고 퇴사 생각이 꽉 차 있을 때 우연찮은 기회에 덕유산 산행을 가는 일행을 알게 되었고, 부탁을 해 동행하게 되었다. 덕유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스트레스와 잡념들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으로 산을 오르겠지만 산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