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볼트 세계사 : 自然史 혁명
이종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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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 중의 하나가 바로 국사, 세계사와 같은 역사 과목이었다.

암기 과목으로 단기간의 학습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작은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네 인류가 과거 살아온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고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때 달달 외웠던 지식이 한참이 지나고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 보면 참 재밌기도 하다.

훔볼트.

역사를 좋아했음에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들어본 인물이다. 역사라는 게 승자의 기록이고 모든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주류 학문이 인정받는 현실에서 비주류 학문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리라. 과연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지리적 공간도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도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지도 않았다. 현재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아메리카, 대서양, 아프리카, 인도양, 동남아시아, 태평양은 아랍, 서구, 러시아의 탐험가들에 의해 촉발되어 발명된 공간이다. 발견은 애당초 없었다. 오래전부터 열대에서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이 서구의 탐험가들과 조우했을 때, 누가 누구를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은 서구 중심적 역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 학창 시절에 별생각 없이 시험 문제에 자주 출제되어 외웠던 것 중의 하나가 희망봉 발견이나 신대륙 발견 등과 같은 연도였다. 책의 이 문구를 보니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도 살지 않고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을 처음으로 봤을 때가 발견일 텐데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서구 중심적 역사의식에 사로잡혀 그들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봐왔고 외워왔다. 요즘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은 어떻게 기술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세계사는 언제 처음으로 탄생했는가? 동양과 서양의 통합을 촉발시켰던 몽골 제국의 성립(1206)을 세계사의 탄생 시기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구세계와 신세계 사이의 식민적 문화융합이 시작된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을 그렇게 간주할 것인가? 만일 이 물음을 서구인들이나 서구의 역사학자들에게 던진다면, 그들은 십중팔구 후자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서구 중심주의 세계관의 산물이다'

--> 중세 이후로 서양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고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며 인문학의 발달에 따른 여러가지 분야에서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며 수 많은 저작문들이 나왔고 지금 우리는 그것들을 배워왔고 가르쳐왔다. 동양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다면 세계사는 어떻게 기술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훔볼트는 1769년에 태어나 1859년에 세상을 떠난 학자로 자연사, 예술, 기후학, 지리학, 지질학, 광물학, 식물학, 철학, 문학, 천문학, 인구학, 정치경제학의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학문 분야를 두루 아울러 연구한 학자이다. 1799년에서 1804년까지 약 5년 간의 아메리카 탐험과 당대 여러 석학들과의 수 많은 서신 교환을 통해 다양하고 깊이있는 학문적 성과를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메라카 탐험을 통해 정보를 얻었던 콩고-아이티 노예혁명과 같은 사실은 은폐하였는데 이 혁명이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소한 역사적 사실들이 다른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중 패권다툼, 코로나 사태등과 같은 전 세계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가 휩쓸리지 않고 고민에 또 고민을 해야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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