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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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처음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다.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가제본 미션은 늘 신청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청한 보람이 있는 책이 왔다. 정식 출간된 도서도 그저께 배송이 와 이 귀여운 표지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에세이를 꽤 많이 읽지만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딱히 자의로 에세이를 사서 읽진 않는단 소리다. 하지만 서포터즈 미션을 하다 보면 자주 읽게 된다. 기본적으로 머리 아픈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가장 쉽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소방관 최규영 작가의 인생을 구경할 수 있다.

소방관을 영웅으로 미화시키는 글은 쓰지 말아라.

작가의 구조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헉,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 소방관이 영웅이 아니라 뭐냔 말인가. 작가는 저 말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소방관 삶의 전부가 아니며, 우리도 그저 보통 사람이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깊게 생각해보면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불이 무서울 것이고, 용감해지고 싶어도 때때로는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소방관 '심바'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게중에는 남원 30중 추돌사고도 있고, 논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도 있으며, 우리와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도 있다. '심바'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이는 글들이다. 우리가 그를 단순히 영웅 소방관을 칭송하도록 하는 글이라기보다는, 소방관들은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일상을 보내는구나, 를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조금 웃펐던 에피소드도 있다. 바로 '심바' 씨의 집에 불이 난 것. 그래서 '심바' 씨는 한동안,

"최반장, 출근 복장 너무 편한 거 아닌가?"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신발이 불타서요."

...이렇게 다녔다고 한다.

친근한 문체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에피소드들에 집중해서 후루룩 읽어버린 책이다. 더불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심바' 씨의 대장님께서 이야기하신 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소방관을 더 존경하게 되어 버리는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표지도 귀엽다!

서평을 마치며 부디 '심바' 씨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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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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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환경운동가이다. 동시에 그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책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라 부푼 기대로 첫 책장을 넘겼었는데, 이 책을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인 구달의 '희망' 연작 중 첫 책이라고 한다. 출간 24년 만에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담고 돌아온 것이다. 이미 많이 읽힌 책이지만, 양장본인 데다가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담고 있기에 소장 가치 역시 충분하다.

제인 구달이 평생 펼쳐온 환경운동과 그의 삶이 자연스레 스며든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다만, 감정이입을 하게 되어 조금 힘든 구절도 몇 군데 나온다.

어쩌면 나는 침팬지들도 우리와 똑같이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슬픔이나 절망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실험실이나 연구소 방문이 더욱 오싹하게 느껴진 것 같다.

본문 302p.

우리는 동물 실험을 수백년 간 자행해왔다. 물론 그 실험의 결과가 수많은 사람을 살렸을 순 있겠지만, 그게 동물 실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동물 실험이나 자연 파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성적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보이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 실험을 비판하는 건 단순히 '동물히 불쌍해서'라는 이유가 아니다. 그들도 엄연한 생명체이고, 심지어 본문에 계속 언급되는 침팬지는 거의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유사인류'인데도 우리가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생명권을 강제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같은 생명체를 불쌍해 하는 것이 대체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살아 숨쉬는 생명이 억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비인간적인 일 아닐까?

조조는 먼 옛날에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지금 그는 우리가 지정한 세계, 콘크리트와 쇠창살과 쇳소리를 내는 문들이 있는, 지하실에 갇힌 침팬지들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한, 딱딱하고 차갑고 으스스한 세계에 있다.

본문 304p.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구절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의 세계를 빼앗았을까. 아무런 죄도 없이 평생을 감방에 갇혀 살아야 하는 침팬지 조조는 대체 무슨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까. 내가 인간이라는 게 창피하고 부끄러웠다는 구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구달은 위에 언급했던 상황에 마주친다. 한 여성이 동물 실험으로 도움을 받은 딸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시비를 건 것이다. 이때 구달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책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윤리적인 문제이고 추상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인간적'으로 그들을 대우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 책이 동물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사실 이것은 무엇보다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가 확장된다. 부디 독자들도 그 경험을 하길 바라기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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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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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세상이 얼마나 미완성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인가? 이 질문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은 소수자이고, 비장애인은 '정상'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지하철, 택시, 버스를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이 세상을 다 뜯어 고치는 날이 와야만 될까? 평소 장애인의 인권과 더불어 공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즉 확실한 평균이 되는 것이 곧 '남들보다 앞서는 것'이 되어 좋은 삶을 누릴 최고의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본문 29p.

우리는 튀는 사람이 되기를 꺼린다. 그냥 평범한 사람. 몸도, 마음도, 어디 모난 데 없이 '평균'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평균'에 가까워졌다고 착각할 때, 우리는 그 '평균'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며 차별한다. 장애도 똑같다. 우리는 왜 신체 훼손이 장애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모두가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모두 살면서 한 번쯤은 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필요성이야말로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우리, '진짜 우리'는 도움을 주는 도구가 눈에 보이고 통합되도록 선택할 수 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도움을 주면 언젠가는 되돌아 온다는 의미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언제 장애를 얻을지 모른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고 싶다. 장애는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후천적일 수도 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우리는 길을 가다 언제라도 장애를 얻을 수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다가는 언젠가 내가 장애를 얻게 되었을 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가 운명이라도 되는 것인양, 나에게는 장애가 오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언제라도 나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도 장애인의 권리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장애인이 차별 받는 현실에 대해서만 그리고 있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제목 그대로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장애인이 사용할 강연대, 의자, 조끼... 장애가 세상을 재설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언젠가, 길가의 노란 보도블럭이 미관상 이유로 일반 블럭으로 교체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의 유튜브도 보았다. 이런 것에 비장애인이 관심을 갖고 함께 싸워주지 않으면 그것은 바뀌지 않는다. 장애인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나비효과가 언제 나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부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위한 탐구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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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생각의 기술 UP - 창의력을 깨우고 일상을 바꾸는 7가지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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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로 전 게시물, 그러니까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이번달 미션 도서 두 권은 모두 이공계열 도서였다. 앞 도서가 수학과 과학이 혼합된 대학 강의 같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인 박종하 박사가 수학교육학과 출신이라서 그런지 교수님보단 선생님의 말투가 문체에서 묻어났다. 심지어 복잡한 수학 공식을 증명하거나 그래프따위가 나열된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그냥 우리가 TV나 인터넷에서 봤던 신기한 퀴즈나 도형을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문제적남자라는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것들 말이다.

 

내가 예시로 찍어온 두 장의 사진을 보자. 수학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수수께기'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들이다. 책의 서두에도 언급되어있듯, 이 책은 독자가 수학을 재미있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학도 일종의 언어다. 그래서 수학이라는 언어를 알면 우리는 더 쉽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흔히 수학을 복잡한 계산식이나 기호로 떠올리곤 하지만, 그게 수학의 100%는 아니라는 소리다. 우리는 얼마든지 수학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반성했던 것은 그렇게 수학, 과학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고 했어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내가 실수로 다른 책을 들고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분명 수학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들뿐이었다. 수포자를 만드는 우리 사회를 비판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우리 자신이 수학에 너무 겁먹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비판적 사고

  2. 개념적 사고

  3. 연결적 사고

  4. 전환적 사고

  5. 패턴적 사고

  6. 차원적 사고

  7. 모순적 사고

이렇게 총 7가지로 수학적 사고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목차마다 부제가 딸려 있으니 직접 책을 구매하여 확인해보시길 추천한다.

이 블로그 책 리뷰를 쭈욱 살펴보면 내가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있다. 나는 학창시절 과포자였으며, 뼛속까지 문과에, 전공조차 '국어국문학'이라는 것이다. 비단 거짓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수학, 과학과 담쌓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과도 같다. 하지만 이런 내가 수학을 재밌게 느낄 정도라면 나와 비슷한 성향의 다른 독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미션 도서라고 해도 당연히 재미있는 책이 계속 손이 가기 마련이다. 다른, 조금 엄숙한(?) 이공계 도서들은 책장에 쭉 꽂혀 있지만, 아마 이번 미션 도서들은 생각날 때 한번씩 꺼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이 수학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는 수수께끼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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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최신 개정판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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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샐러리맨, 아인슈타인 되기 프로젝트>

2023년을 맞이하고, 내가 처음으로 결정해야 했던 것은 김영사 서포터즈의 1월 미션 도서였다. 나는 인문대학 학생답게(?) 자연과학이나 수학도서는 웬만하면 피해서 미션 도서를 신청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이걸 모조리 이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0살부터, 22살까지 말이다. 물론 가끔 자연과학서를 신청했던 적도 있지만 그럴 때면 내가 신청한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겨우 완독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걸 다 이해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읽었던 자연과학서의 7할 정도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야 했다. 그래서 이공계열 도서는 나에게 모험이자 애증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출판계 입사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책 편식이라니.

따라서 올해는 의식적으로라도 이공계열 도서와 친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고 나서 처음 선택한 미션이 이번 책이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자인 이종필 박사보다는 추천사를 쓴 물리학자 정재승이 더 익숙해서 속는 셈치고 읽어볼까,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건 분명 물리학 서적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물리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고등수학부터, 그러니까 기초 수학능력이 필요하다.

'일반인을 위한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나, 당장 제목에서의 '샐러리맨' 같은 단어만 봐도 저자인 이종필 박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 모든 강의를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더 얼레벌레(?)하면서도 체계적이어서 '이게 되네?' 하며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본격적인 강의의 내용을 적기에 앞서,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자세히 책에 나타나 있어 몰입이 쉬웠던 것 같다. 무작정 수학 강의로 책을 시작했다면 수많은 독자들이 머리를 부여잡다가 종국엔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정말 친절하다. 물론 일반인인 독서모임 회원들을 상대로 아예 기초부터 강의해야 했으니 그랬겠지만, 그 덕에 책도 아주 친절하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지겹도록 공부했던 집합이나 지수법칙, 인수분해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내가 2023년이라고 새로운 마음을 먹고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수학 기호들이 머릿속에서 튕겨나가는 일은 없었다. 내 뇌는 그냥 차분하게 저 기호와 개념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도 참 신기했다. 아마 이걸 공부라고 느끼기보다는, 그냥 수학이라는 지식을 머릿속에 흡수하는 행위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입시는 진작에 끝나고 이제 취업이라는 큰 산을 맞닥뜨린 대학생이라서 그런지, 더 이상 수학은 내 적이나 발목을 잡는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냥, 그냥 학문이었다. 오히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기가 막히게 확장시켜줄 학문.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시그마나 함수 그래프따위가 반갑게 느껴졌다. 3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책은 흐름을 타고 수학과 과학을 연결한다. 이 강의의 목표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향해서. 물론 내가 이 강의를 실제로 수강한 '백북스' 회원들만큼 머리를 쓰거나 공부를 했겠냐만은, 이 책을 완독한 후에는 내가 그들의 여정을 함께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을 인문계 학부생인 내가 완전히 이해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수학이나 과학에 거부감이 생기진 않았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을 제일 어려워하고 꺼려하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수학, 과학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뼛속까지 문과에, 일명 '과포자'였던 나를 이렇게 만든 책이라서. 솔직히 이 강의를 모두 이해하는 건 나같은 일반 독자에겐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 당시 일반 회사원이나 주부였던 '백북스' 회원들이 고등수학부터 어려운 상대성이론에까지 접근해가는 과정은 단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자를 조르고 졸라 이 강의를 얻어냈고, 결국 끝까지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탐구에 대한 갈증을 평생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걸 흡수하겠다는 열정과 갈증이었다. 그게 샐러리맨을 과학으로 이끈 것이다.

배움의 재미는 엄청나다. 그리고 나는 다른 독자들도 그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강의를 이해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공계열 도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이 벽돌과도 같은 책을 완독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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