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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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환경운동가이다. 동시에 그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책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라 부푼 기대로 첫 책장을 넘겼었는데, 이 책을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인 구달의 '희망' 연작 중 첫 책이라고 한다. 출간 24년 만에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담고 돌아온 것이다. 이미 많이 읽힌 책이지만, 양장본인 데다가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담고 있기에 소장 가치 역시 충분하다.

제인 구달이 평생 펼쳐온 환경운동과 그의 삶이 자연스레 스며든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다만, 감정이입을 하게 되어 조금 힘든 구절도 몇 군데 나온다.

어쩌면 나는 침팬지들도 우리와 똑같이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슬픔이나 절망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실험실이나 연구소 방문이 더욱 오싹하게 느껴진 것 같다.

본문 302p.

우리는 동물 실험을 수백년 간 자행해왔다. 물론 그 실험의 결과가 수많은 사람을 살렸을 순 있겠지만, 그게 동물 실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동물 실험이나 자연 파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성적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보이는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 실험을 비판하는 건 단순히 '동물히 불쌍해서'라는 이유가 아니다. 그들도 엄연한 생명체이고, 심지어 본문에 계속 언급되는 침팬지는 거의 인간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유사인류'인데도 우리가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생명권을 강제로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같은 생명체를 불쌍해 하는 것이 대체 무슨 죄가 된단 말인가. 살아 숨쉬는 생명이 억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비인간적인 일 아닐까?

조조는 먼 옛날에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렸다. 지금 그는 우리가 지정한 세계, 콘크리트와 쇠창살과 쇳소리를 내는 문들이 있는, 지하실에 갇힌 침팬지들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한, 딱딱하고 차갑고 으스스한 세계에 있다.

본문 304p.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구절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의 세계를 빼앗았을까. 아무런 죄도 없이 평생을 감방에 갇혀 살아야 하는 침팬지 조조는 대체 무슨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까. 내가 인간이라는 게 창피하고 부끄러웠다는 구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구달은 위에 언급했던 상황에 마주친다. 한 여성이 동물 실험으로 도움을 받은 딸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시비를 건 것이다. 이때 구달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책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윤리적인 문제이고 추상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인간적'으로 그들을 대우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 책이 동물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사실 이것은 무엇보다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가 확장된다. 부디 독자들도 그 경험을 하길 바라기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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