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정말 친절하다. 물론 일반인인 독서모임 회원들을 상대로 아예 기초부터 강의해야 했으니 그랬겠지만, 그 덕에 책도 아주 친절하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지겹도록 공부했던 집합이나 지수법칙, 인수분해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내가 2023년이라고 새로운 마음을 먹고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수학 기호들이 머릿속에서 튕겨나가는 일은 없었다. 내 뇌는 그냥 차분하게 저 기호와 개념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도 참 신기했다. 아마 이걸 공부라고 느끼기보다는, 그냥 수학이라는 지식을 머릿속에 흡수하는 행위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입시는 진작에 끝나고 이제 취업이라는 큰 산을 맞닥뜨린 대학생이라서 그런지, 더 이상 수학은 내 적이나 발목을 잡는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냥, 그냥 학문이었다. 오히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기가 막히게 확장시켜줄 학문.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시그마나 함수 그래프따위가 반갑게 느껴졌다. 3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책은 흐름을 타고 수학과 과학을 연결한다. 이 강의의 목표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향해서. 물론 내가 이 강의를 실제로 수강한 '백북스' 회원들만큼 머리를 쓰거나 공부를 했겠냐만은, 이 책을 완독한 후에는 내가 그들의 여정을 함께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을 인문계 학부생인 내가 완전히 이해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수학이나 과학에 거부감이 생기진 않았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을 제일 어려워하고 꺼려하던 나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수학, 과학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뼛속까지 문과에, 일명 '과포자'였던 나를 이렇게 만든 책이라서. 솔직히 이 강의를 모두 이해하는 건 나같은 일반 독자에겐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 당시 일반 회사원이나 주부였던 '백북스' 회원들이 고등수학부터 어려운 상대성이론에까지 접근해가는 과정은 단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자를 조르고 졸라 이 강의를 얻어냈고, 결국 끝까지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탐구에 대한 갈증을 평생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걸 흡수하겠다는 열정과 갈증이었다. 그게 샐러리맨을 과학으로 이끈 것이다.
배움의 재미는 엄청나다. 그리고 나는 다른 독자들도 그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강의를 이해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공계열 도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이 벽돌과도 같은 책을 완독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