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이수형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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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아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을 읽었다. 제목은 '학부모님께'지만 대한민국의 그 누가 읽더라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단순히 교육관에 대한 내용만 들어간 게 아니라 입시, 취업, 교육시장까지 종합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여담이지만 내 동생이 고작 중학생이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동생에게 어떤 식으로 공부와 진로의 방향성을 잡아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다 읽고 난 후, 이 책을 미션도서로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회초년생이니 본격적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고, 경험이 없으니 기업들은 수시채용에서 이들을 외면할 것이고, 어디에도 채용이 되지 않았으니 일해본 경험을 가질 수 없는 무경력자가 된다는, 그야말로 악순환의 무한반복 말입니다.

본문 p.90

나를 비롯한 내 또래 청년들이 맞닥뜨린 큰 문제다. 어디서든 경력자를 찾는다. 이해는 간다. 나였어도 뽑자마자 바로 실무에 안정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뽑을 것이다. 문제는, 난 '뽑는' 입장이 아니라 '뽑히는'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위 문장은 현재 취업시장의 악순환을 정확하게 간파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뽑아서 가르친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뽑히는 신입 입장에서는 입사가 무엇보다 간절한 기회이기도 하다. '모든 곳에서 경력자를 뽑으면 신입은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나요?'라는 말도 이 맥락에서 나온 물음이다. 작가는 이러한 세태 속 우리가 어떤 실력을 갖추어야 취업의 문을 뚫을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짚어준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인적자본'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라(사실 이 책은 모든 페이지가 흥미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책을 구입하여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른바 '대졸자 프리미엄'도 언급된다. '주요 선진국에서 고졸자에 비해 대졸자가 얻는 높은 임금'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결국 대학 입시에 목 매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연결이 되는데, 결론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1.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대학졸업장을 얻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장점이 많다.

  2. 하지만 대학졸업장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3. 대학에서의 전공 선택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녀의 장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도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이야기가 같이 언급된다. 학업/취업 스트레스, 문해력 논란, 인간관계의 어려움, 부모의 지나친 간섭 혹은 지나친 방임... 대학생인 내가 읽어도 느끼게 되는 것들이 많으니 부모님들이나 혹은 당사자인 중/고등학생들도 이 책을 읽고 자녀, 혹은 본인의 미래에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문제는 무엇일까요? 내 아이가 무력감에 세상을 원망하고 분노하면서 긍정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때입니다. 부모 덕으로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보다도 실력 없는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p. 269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수저계급론과 차별이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위 단락이 인상깊었던 건 최근에 저런 양상을 띠는 댓글을 sns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흙수저니까 안 될 거야.',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엄마아빠(혹은 사회) 때문이야.', '노력해봤자 안 될 거야.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애들은 모르겠지.', '타고나는 게 중요해.'와 같은 회의적인 패배주의는 굉장히 무섭다. 이런 사상이 사회를 잠식하게 되면 더더욱 빈부간 격차(단순히 경제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 이 세상은 정말 '잘 태어난' 사람들만의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패배주의를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남과 비교하다가 나 자신을 포기하면 안 된다. 내가 살아가며 지키는 것 중 하나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살면서 가는 길은 모두 다르다. 내 길과 남의 길이 완전히 겹칠 수는 없는 것이다. 각자의 속도가 있고, 각자의 방향이 있고, 각자의 목적지가 있다. 물론 이 세상은 이론적 공산주의를 완벽히 시행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이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공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나만이 알아챌 수 있고, 나만이 그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그걸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꽃피워 저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언급했듯 이 책은 부모님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필수로 읽어보셔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아등바등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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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미나 - 체제 이행기의 사유와 성찰
김규항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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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을 듣진 않았지만 생활과 윤리 시간에 나오는 사상 관련된 부분을 참 좋아했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여러가지 체제와 사상의 차이점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게 고등학교 시절 작은 재미였다. 그래서 이 책도 제목만 보고 확 끌려서 이번 미션 도서로 선택하게 됐다.

유토피아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는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상품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사회관계는 상품 교환의 원칙과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생활을 유지하는 것역시 결국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판매이다. 고로 자본주의에서 상품은 부의 기본 단위이자 사회를 이루는 세포이다. 생산과 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저것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핵심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생산과 노동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독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경제 시간에 수요-공급 곡선을 처음 본 것 같다. 상품의 교환가치(가격)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곡선이다. 우하향하는 수요 곡선과 우상향하는 공급 곡선이 있는데,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생산량이 결정되며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경제학의 처음과 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상품의 가격, 즉 상품 가치. '가치'에 대해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쭉 흐름을 타다 보면 우리는 평등과 공정, 이윤율, 자본가, 경기순환, 공황, 그리고 인플레이션 등등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적당한 수준에 맞추어져 있어 읽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도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축에 속한다. 그런데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정독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철학과 경제의 융합? 그런데 인간사회의 모든 학문들은 이렇게 얽히고설켜있으니 그걸 감안하고 그냥 교양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이걸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런 책들은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하면 금세 싫증이 나버린다. 어딘가에서 교양 강연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제나 자본주의에 대해 알고는 싶지만 지레 겁먹었던 독자들에게 누구보다 추천해주고 싶다. 나도 종종 다시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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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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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이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하나다. 그를 팔로우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이적의 단어들>이었다. 그런데 이게 단행본으로, 그것도 김영사에서 나온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걸 리뷰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단어에서 촉발된 단편들

천부적 이야기꾼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우리가 생각하는, 스토리로써 이어지는 산문집은 아니다. 한강 작가의 <흰>을 생각하면 편하다. 제목처럼 각 단어(제목)에 관한 짧은 산문이 한 장씩 적혀 있다. 가볍게 출,퇴근길에 읽기 좋은 책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라 직장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내가 인스타로 보고 저장해두었던 것들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어 좋았는데, 그중 두 단어를 소개해 주고 싶다.

눈사람

A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부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 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 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 눈이 와준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P.93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나는 이 글을 읽고 '이런 사람들이 서울대에 가는구나.' 생각했다.

작년 겨울 즈음엔가, 이런 '눈사람 논란'이 온갖 매체에서 잔잔하게 불타올랐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이게 왜 논란인지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고작 자신의 재미를 위해 부수는 사람. '저런 사람은 범죄자가 될 거야,' 는 비약일 수 있겠지만 '저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아,' 는 정상적인 반응 아닌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계정주가 열심히 만든 눈사람을 웬 남자가 걸어와서 부수고(정말 다짜고짜), 계정주가 황당해하며 뭐 하는 거냐고 묻자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갈 길 가던 그런 영상. 남이 공들인 탑을 부수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고 본인의 자존감을 찾는 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그런 곳에 '사이코패스'라는 정식 병명을 붙여주고 싶진 않다. 그냥 찐따 같다.

그렇게 남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평생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삶. 남의 노력을 짓밟아야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삶. 혹자들은 그런 사람이 불쌍하다고들 하는데... 아니, 난 전혀 불쌍하지도 않다. 그냥 아무 감정도 안 든다. 계정주의 눈사람을 부수고 손가락 욕을 날린 저 사람은 나에게 인간 이하의 생물체일 뿐이다. 살아있는 것조차 혐오스러울 정도일 뿐이다. 세상에는 인간 답지 못한 인간이 너무 많다.

리셋

고객님께 드리는 것은 다름 아닌 리셋 버튼입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당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이 5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당신은 젊어질 것이며 실패는 원점으로 돌아가 재도전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그간 성취가 있었다고 해도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겁니다. 최근 5년 사이에 돌아가신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면 예전처럼 생존해 계실 것이고, 그사이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은 다시 남남이 될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5년 내 태어난 생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P.57

'N'인 내가 자주 하는 상상 중 하나다. 어디선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내 앞에 나타나 세상을 5년 전으로 돌려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사실 나는 YES라고 대답할 것 같다. 만나이로 따지면 내가 지금 스물둘, 5년 전이면 딱 고등학교 1학년. 지금 기억을 갖고 갈 수만 있다면 진짜 미친 듯이 공부만 할 것 같다. 누군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난 그럴 것 같다. 5년 동안 겪고 깨달은 게 너무 많으니까. 내가 5년 동안 이루어왔던 성취들은 어차피 한 번 더 어떻게든 이뤄낼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아예 고1, 시작점에서부터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과 조금 섬뜩한 이야기들도 이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짧은 산문집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취향에 잘 맞을 것 같다. 책갈피줄도 있어서 짧게 짧게 읽기 딱 좋다.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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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고전 (합본 뉴에디션) - 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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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고전은 항상 가치 있게 여겨진다. 고전은 단순히 과거의 얘기일 뿐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길을 찾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묻는다면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주부든 정말 간편하게 매일매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양철학자 박재희 교수의 하루 3분 고전 명강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고전에 나오는 성어(개념)들을 한 장씩 정리해 총 467페이지다. 하루에 한 장씩 마음 잡고 읽기 좋은 것 같다. 성어들이 나오지만 공부한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고, 그냥 쭉 읽으면서 성어를 하나씩 마음에 새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성어 몇 개를 뽑아 오늘 리뷰에 적어보려고 한다.

먹을 것이 있어야 윤리 도덕이 나온다, 항산항심

<맹자>

-무항산, 무항심: 항상 하는 직업이 없으면 항상 하는 마음도 없게 된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항산, 즉 민생이 먼저고 항심, 의무와 규칙은 그다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용의 눈물, 항룡유회

<주역>

-항룡유회: 끝까지 올라간 용이 후회를 한다.

-높이 올라간 만큼 깊이 내려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겸손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이다.

서시 따라 하다 추녀가 된 동시, 동시효빈

<장자>

-동시효빈: 동시가 서시의 찡그린 얼굴을 따라 하다가 더욱 추녀가 되었다.

-주관없이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 하다가는 결국 자신의 장점을 모두 잃고 만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가는 것은 쫓지 말고 오는 것은 막지 말라!, 왕자불추

<맹자>

-왕자불추, 래자불거: 가는 것은 무리하게 쫓아가지 말고 다가오는 것은 억지로 거부하지 말라.

-가고 오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인간의 문양을 그리며 살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의 일상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고전의 맛, 모두들 책을 읽으며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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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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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가 없을,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다.

미션 도서 목록에 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신청했다. 늘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지만 분량이 분량인지라(참고문헌 제외 본문만 따져도 733쪽이다) 미뤘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행복했다.

<총,균,쇠>는 "현대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명망이 높고 가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나처럼 분량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운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는 일단 읽기 시작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목표를 잡는 것도 추천한다. 예를 들면 두 달 안에 733페이지를 독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참고문헌에 다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뒷 표지의 설명을 인용해 답하겠다.

인류의 역사 전개에 대한 혁신적 통찰을 담은 세계적 명저.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되었는가? 문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가로지르며, 나와 우리, 세계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기념비적 저작.

위에서 알 수 있듯, 크게는 '문명의 생성'과 '번영의 수수께끼'를 밝혀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문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는다면 환장할 책이란 소리다.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읽는 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고, 내가 역사 공부를 하는 건지 과학 공부를 하는 건지 지리 공부를 하는 건지 뇌가 빙글빙글 돌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다 읽고 나면 약 700페이지의 지식집합체를 한 번 정독했다는 뿌듯함이 든다는 거다. 그리고 그 뿌듯함의 효과는 크다. 한 번 해봤으니까 두 번도 읽을 수 있을 거고, 그러다 보면 어려운 부분은 골라서 다시 읽어보는 날도 생길 거다. 그러다 보면 또 완전히 이 책을 이해하는 날도 올 거다. 이게 바로 어렵고 두꺼운 책 독서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계속 언급하듯 분량이 워낙 긴 책이라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 담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2부 9장, <얼룩말과 불행한 결혼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 법칙'>(258p)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리뷰하겠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제각각 그 이유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원문: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일명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결혼 생활이 행복하려면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칙은 결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동물의 가축화에 적용한 셈이다. 말하자면 왜 얼룩말은 가축이 아니고 말은 가축이냐, 이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축화는 철저히 인간중심적인 변화다. 가축화를 통해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한층 유용한 동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가축화된 동물은 여러 부분에서 야생 조상과 달라지며, 특히 크기가 변한다. 예를 들어 소와 돼지 등은 가축화를 통해 크기가 작아졌지만, 기니피그는 더 커졌다. 이외에도 야생 조상보다 뇌가 작아지거나 감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동물들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가축화의 예는 바로 개다. 개의 야생 조상은 늑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개는 워낙 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늑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개들이 많다. 닥스훈트의 조상이 늑대라는 걸, 외계인이 와서 본다면 짐작이나 하겠는가?

연구 결과 가축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적합한 포유동물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증거도 본문에 잘 나와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꼭 9장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시작,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얄리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국 이 책이 인류의 문명과 현대 세계의 불평등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류사를 공부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결국 사회 자체에 대해 공부한 독자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추천사에서 공통적으로 추천하길, 제라드 다이아몬드는 완벽하게 역사, 경제, 과학, 지리 등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학자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정말 위 학문이 다 등장하니까.

당연히 입문 장벽이 높은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너무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어디가서 잘난 척하기도 딱 좋은(!) 책일뿐더러, 내 지식을 무엇보다 넓혀주는 대가라고 생각하고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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