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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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가 없을,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다.

미션 도서 목록에 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 신청했다. 늘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지만 분량이 분량인지라(참고문헌 제외 본문만 따져도 733쪽이다) 미뤘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행복했다.

<총,균,쇠>는 "현대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명망이 높고 가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나처럼 분량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운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는 일단 읽기 시작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목표를 잡는 것도 추천한다. 예를 들면 두 달 안에 733페이지를 독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꾸준히 읽다 보면 어느새 참고문헌에 다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뒷 표지의 설명을 인용해 답하겠다.

인류의 역사 전개에 대한 혁신적 통찰을 담은 세계적 명저.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왜 어떤 민족은 다른 민족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되었는가? 문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가로지르며, 나와 우리, 세계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기념비적 저작.

위에서 알 수 있듯, 크게는 '문명의 생성'과 '번영의 수수께끼'를 밝혀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문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는다면 환장할 책이란 소리다.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읽는 내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고, 내가 역사 공부를 하는 건지 과학 공부를 하는 건지 지리 공부를 하는 건지 뇌가 빙글빙글 돌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다 읽고 나면 약 700페이지의 지식집합체를 한 번 정독했다는 뿌듯함이 든다는 거다. 그리고 그 뿌듯함의 효과는 크다. 한 번 해봤으니까 두 번도 읽을 수 있을 거고, 그러다 보면 어려운 부분은 골라서 다시 읽어보는 날도 생길 거다. 그러다 보면 또 완전히 이 책을 이해하는 날도 올 거다. 이게 바로 어렵고 두꺼운 책 독서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계속 언급하듯 분량이 워낙 긴 책이라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 담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2부 9장, <얼룩말과 불행한 결혼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 법칙'>(258p)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리뷰하겠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제각각 그 이유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원문: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일명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결혼 생활이 행복하려면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칙은 결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동물의 가축화에 적용한 셈이다. 말하자면 왜 얼룩말은 가축이 아니고 말은 가축이냐, 이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축화는 철저히 인간중심적인 변화다. 가축화를 통해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한층 유용한 동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가축화된 동물은 여러 부분에서 야생 조상과 달라지며, 특히 크기가 변한다. 예를 들어 소와 돼지 등은 가축화를 통해 크기가 작아졌지만, 기니피그는 더 커졌다. 이외에도 야생 조상보다 뇌가 작아지거나 감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동물들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가축화의 예는 바로 개다. 개의 야생 조상은 늑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개는 워낙 많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늑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조차 없는 개들이 많다. 닥스훈트의 조상이 늑대라는 걸, 외계인이 와서 본다면 짐작이나 하겠는가?

연구 결과 가축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적합한 포유동물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증거도 본문에 잘 나와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꼭 9장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책의 시작,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얄리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국 이 책이 인류의 문명과 현대 세계의 불평등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류사를 공부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결국 사회 자체에 대해 공부한 독자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추천사에서 공통적으로 추천하길, 제라드 다이아몬드는 완벽하게 역사, 경제, 과학, 지리 등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학자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정말 위 학문이 다 등장하니까.

당연히 입문 장벽이 높은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너무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어디가서 잘난 척하기도 딱 좋은(!) 책일뿐더러, 내 지식을 무엇보다 넓혀주는 대가라고 생각하고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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