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안에는 12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밀회라는 제목을 보고는 뜨끈한 애정소설인가 했는데 이게웬걸!
읽는내내 사실 어느부분이 애정라인인지 내가 이해를 못한건지 하고 다시 앞으로 돌려보기도 몇번. 

맨 뒷장을 열어 옮긴이의 말부터 찾아 읽었다.

그렇다!
내가 그간 읽어왔던, 뜨겁고 열렬한 사랑이 소재였던  그런 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인거다.

누가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주인공의 러브라인, 갈등과 고뇌와 혹은 긴장감이 여기에는 특별히 보여지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안에 실린 단편의 이야기들을 '사랑의 잔재들'이라고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밤 남녀가 필요에 의해 만났고 그 필요가 끝나면서 손 한번 잡아보지 않고 헤어지나 그들이 서로를 이용한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엄이었기에, 그래서 은밀하고 즐거웠던 만남이었다는 「저녁외출」.
너무 고상한 사랑이다.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 앞에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남편이 죽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모욕한 남자였지만 그의  구원을 빌면서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것이 파괴되었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 사랑의 잔재는 부정하지 않는다는 에밀리를 보며 많은 부부의 현실도 그 끝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곁에 앉다」
이것도 결국은 사랑이었노라...


책 안의 이야기와 마주하며 내가 그동안 살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정의했던 것은 굉장히 틀에박힌 편협한 것이었다는 걸,사랑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가지 양상으로도 표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내가 이래서 그저 일반독자에 지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고 양서를 읽고 사유를 더 많이 하여 이런 멋진 책을 만났을 때 좀 더 크게 감동하고 좀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독자가 되고 싶다.

한 템포 느린 박자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밀회를 
촌스럽지않고 어딘가 멋진사랑의 이야기를 읽고픈 분들에게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북스의 서평단 참여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육아서의 바이블?같은 느낌좋은 책을 만났다.
부모가 되었지만 어떠한 교육을 받은것도 아니고 부모로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일들이 아이를 키우며 처음이다보니 서툴고 낯설고 게다가 늘 불안하기까지하다.

잘하고 있는걸까?
괜찮을까?
이러면 어쩌지...
어떻게하면 좋을까?

좋은부모?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고민과 불안이 늘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는데 마치 그안을 꿰뚫어보는 양 많은 것들을 괜찮다고,최선을 다하되 부모로서 너무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으라는,스스로 자라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믿어보라는...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콕 와닿는다.

사실 좋은부모가 뭔지,나 조차도 뭐라고 정의 할 수 없다.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나의 좋은부모되기의 이상은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적당한 애착과 탈착을 반복하여 자아가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냄이다.


친구를 사귀기위해서라도 학원을 보내지않을 수 없다는 요즘 엄마들의 말에도 수긍하고 ,요즘 아이들은 머지않아 인공친구도 사귀는 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것이 혹 엄마들의 문제라고 치부하지 않아주시니 위화감 없이 읽힌것 같다.

아들과 친해지기위해 등산을 할 때 아빠는 입을 다물라는 조언도(들으려는 준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현실적이고 특히 사춘기 아이의 뇌와 호르몬은 반항과 자기주장을 하게끔 뇌가 시키기 때문에 야속해하거나 아이를 미워하지 말으라는 조언도 꼭꼭 명심해 둬야겠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대학에 가서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것은 그저 부모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들이고 아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호기심이 무엇인지 평소 아이의 어떤말도 귀담아 듣다보면 아이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것을 찾기 시작하며 그것이 발전하면서 아이만의 세계가 깊어져간다고 한다.
아이의 말을 온전히 귀기울여 들어주는것이 중요하다고 (내 생각이나 조언은 빼두고) 수차례 반복하시는걸 보니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것이 아이와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것을 잊으면 안되겠다.특히 '내가 하고싶은말은 꾹 참기'는 사춘기 때 꼭 기억하기!


순하다고해서 좋을것도 예민하다고해서 나쁠것도 없다고 하지만 흔히 예민한 기질은 부모를 힘들게 하기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기질에는 좋고나쁨이 없고, 예민한아이는 자기표현이 뚜렷하고 반응이 빠르고 순한아이들은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하지못해 스트레스가 내재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순한아이들이 키우기엔 좋아도 본인스스로는 힘들수도 있다는걸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좋은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라는.그것은 여행을 하라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아이와 재밌게 함께 노는것!맛있는 간식을 함께 사먹거나 엉터리같은 놀이도 깔깔깔 웃으며 함께 해주는 것.그것이 훗날 아이가 지치고 힘들때 꺼내어볼 수 있는 귀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조언은 두번세번네번 기억하자~~(아이들이 좋아하는것은 웃는엄마의 얼굴)

아흔을 바라보신다는 정신분석 전문의 선생님답게 어떤것은 지금 나의 부모가 해주시는, 부모님 인생이 녹아든 조언처럼,어떤것은 전문의 다운 구체적인 이론처럼.
익숙한듯 거리낌없이 머릿속에 잘 집어넣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잘 스며들어서 아이들을 키우다 어느날 혹여 지치더라도.다시금 상기시켜 아이들을 충분히 독립된 어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격려해본다.

잘합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워낙 유명한 에쿠니가오리의 책이니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소담 서평단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굉장히 가볍고 좋다.
여고시절을 지나고 있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라 역시 거부감 없이 읽혔다.
여고시절이라하면 나도 지지 않을 수 있어!!

 




 
여고시절 참 웃긴게 유독 예쁜 친구만 좋아하는 애들이 있었다.
쟤는 예쁜애들만 좋아해~하고 다른이들이 알 정도로...
예쁘다는건.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좋아보이는 일이긴 한가보다.
다카노씨가 그랬던 것처럼...

 

 

 

 


유즈.너는 나와 같은 꿈을 가졌구나...
살아보니 여자도 기술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엄청 열심히 단어장에 단어를 쓰고 야자 끝나고 집에가는길에 버스에 앉아 일본어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다.그때는 우리반에서 일본어라면 1등이었는데....지금도 꿈은 꾸고 있는데 나는 그냥 그렇게 일본어를 책이든 영상이든 옆에 두고 있는것이 좋다.잘 못해도 그냥 옆에 끼고 사는게 좋다.
대신 수학 이런것들은 기피 했지.
여전히 수학 잘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시험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기쿠코 ,마미코,다케이처럼 서로 잘봤는지 못봤는지 묻고 ...  
어느 해 시험엔 수학이 반평균 30점이여서...4,50점 맞은 친구를 부러워 하던 때도 있었다.
뭐 그 때 그래 그 점수들에 웃고 울고 그것이 행복이냐 아니냐를 좌우했던 그런시절이 있긴 있었지.
우리는 그때 모두 여고생이었으니까....

나는 남자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있는 애들도 있었다.
그 나이의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렇게 깊이 빠져지지 않는 정도의 연애인가 하고 궁금하긴 하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 모두 남자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가면 누가 제일 먼저 연애 할지 항상 궁금해했다.
그래도 공부를 해야한다며 남자는 멀리 하던 시기가 있었다.
모두 대학 가자마자 연애하느라 바빴지만.
그래서 여고시절은 여고시절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듯 하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모습의 여학생들.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브라우스 속으로  슬쩍 만진 동성에 호감을 갖는 기쿠코,
우울했던 에미,
유즈의 순수한 남자친구 요시다.그와 거리를 걷는 정도의 데이트.
비만을 신경쓰는 카나,
육체가 일찍 성숙한 미요,

그런 친구들이 성장과정에 내 곁에도 분명 있었다.

우리 모두 그 시절을 지나온 여고생들이었다.

비밀도 많고,  혼자가 아닌 것 같지만 그 때 우리는 모두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들과 비슷하게 성장했던 나를 다시한번 떠올려 보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지금의 나도 만들었겠지.

소중한 추억들이다.



 

*소담출판사에서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담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의 서평입니다*

나는 80년대 끼인세대다.

나는 영원히 끼인세대가 아니고 싶은데 끼인세대가 되어버렸다.

국민학생 때 나의 흰 타이즈는 의자 못에 걸려 올이 나가기가 일쑤였고 옆자리 짝꿍과는 낡은 초록나무책상에 금을 그어놓고 넘어오면 내꺼라는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도시락은 늘 아침마다 엄마가 싸주시는 밥과 반찬으로 가방에 챙겨 다녔고 쉬는시간이면 고무줄이니 술래잡기니 있는힘껏 달리고 뛰며 놀았다.

수학여행 떄는 경주의 호반장이라는 숙소의 무대에 친구들과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어 최대한 멋을 낸 뒤 나란히 서서 철이와 미애의 워우워우워~그 당시 초유행이였던 때밀이춤을 췄드랬다.우리는 그 춤을 추기위해 라디오에 테이프를 넣어 동네 놀이터에 모여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그러면 그 당시 소위 춤 좀 추는 노는 언니들 취급을 받으며...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혀 춤도 못추는데 장기자랑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교복은 크게크게 맞춰야 했고 (많이 클거라는 예상에서였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흰양말은 무늬가 없어야 했고 머리에 똑딱핀을 여러개 꽂았다고 교무실에 끌려가기도 했다.(노는 아이라고 오해 받았다) 클론의 노래를 듣고 미술시간에 구준엽을 그리기도 하고 가수는 솔리드냐 REF냐, 농구는 연세대냐 고려대냐, 경쟁하듯 응원했다.

하복은 정해진 날에 입어야 하는데 미리 입는것이 또 학교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미리 하복을 입고갔다가 교문앞에서 오리걸음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원하던 학교의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개성은 묻혔고 길었던 교복치마는 발목에서 종아리높이로 끌어올려 수선하고 머리는 늘 똑같은 단발이었다.파우더 분을 발랐다가 걸리는 날엔 그자리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

좋아하는 노래는 소형카세트에 넣고 선생님 몰래 야자시간에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걸리면 이거슨 엠씨스퀘어예요오오오오!!!!하고 정색을하던 친구도 있었지.

야자시간에는 책을 가지런히 펴두고 슬리퍼를 신은채 교문을 벗어나 서점에 가서 이비에스 문제집을 사거나 햄버거를 사먹고 밤이 어두워지면 집에는 가야 한다며 돌아와서 가방을 싸 늦은 밤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공부를 안했네..내일은 이러지말자 다짐하고 늘 비슷한 나날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려면 집으로 전화를 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꿔서 통화를 해야 했던 아날로그의 표상같은 그런 때 였다.

삐삐를 들고 공중전화에 길게 줄을 서고

채팅을 하고 번개를 했다가 폭탄을 만났다며 울먹이는 일도 있었다.

사이버가수 아담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와 이게 뭐냐고 당치 않다며 화제가 되던 때도 있었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구채로 맞고 빗자루로 맞던 우리들이였다.

졸고있으면 칠판지우개가 맨 뒷자리까지 날아오고 그래도 누구하나 토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개인보다는 단체가 중요하던 그런 때 였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각자의 개성은 묻혀지는것 같았고

엑스세대라고 했지만 그 자부심도 저 멀리,

강압적인 교육을 받으며 인권은 배제된 채로

그러나 따스한 손편지를 주고받고 ,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로 주는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따뜻한 감성도 약간은 지닌 채 나는 그렇게 컸고 지금의 끼인세대가 되었다.

졸업 후 취업했을 때 직장에서는 내가 제일 어린사람이었고 그뒤로도 중간관리자라는 일의 특성상 어린사람들과 일해 보지는 못했다. 사실 끼인세대에 대한 절감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다 커버린 대학생 조카를 보면 어얼리어답터답게 기계도 잘 다루고 본인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그때 그 시절의 나보다 스스로 잘 챙기며 인별그램이나 SNS를 사용해 교우관계를 해나가는것도,사진을 올리는것도 별 무리 없이 합리적이고 야무지게 사는 듯 하다.

내가 끼인세대가 되어버린건 어쩔 수 없지만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라떼는 말야~하며 긴 이야기가 나와버리면 나도 이미 꼰대?

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조카들은 재밌다고 더 해달라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하는거다.

그것을 기준으로 젊은 사람들의 삶을 제단하거나 평가하려고 할 때 나 스스로 꼰대가 되는거겠지.

이러한 끼인세대라고 해도 운동장을 누비고 뛰놀던 열정,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원하는 사진만 찾고 보관할 수 있던 감성, 수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보려 했던 노력...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씨디에서 음악파일로 잘도 잘도 따라 넘어가는 우리 세대의 유연함을 칭찬하고 싶다.

낀대는 우리의 전유물도 아니고 흘러가는 과정이다.

누구나 낀대가 된다.

꼰대스럽지만 않다면 낀대도 소중하다.

낀대가 있어서 지금의 윗세대와 90년대생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거라고 믿는다.

이세상 낀대들이여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나.
내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게 될 줄이야.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을 좋아했던 나.
그래서 국어를 좋아했다. 그때 배운 시나 소설일부등은 20년이 넘게 지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너무 심취해서 배웠나보다.

가난한사랑노래, 메모광, 학마을사람들...그런것들...

고등학교1학년때였나?
국어책속에서 메밀꽃 필 무렵을 마주했던것 같다.
국어사전을 펴고 여기서 자주등장하는 '짜장'의 단어뜻을 찾으며 짜장이 왜나와하고 킥킥 거렸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게되어 반갑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우던, 17세에 마주한 그 재미없던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읽고싶어서 읽게된 이야기는 그때와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지금의 나는
문장 한줄마다  잘 묘사된 감정표현에 감탄,자연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눈부신 글귀들에 반했다.

그간 내가 읽던 책들이 많은양의 인스턴트음식을 빠르게 먹은느낌이라면  이 소설은 잘차려진 한식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은 느낌이랄까?
너무 좋아서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한국문학 베스트셀러인지 알 것 같다.

자연이 배경이 되고 거기에 인물의 심리가 적절히 묘사되며 상황이 전개되는 구조의 글이  눈에 그려지듯 선하며 흥미롭다.
 
아버지도 모르고 자란 동이가 실은 봉평 성서방네 처녀와 보낸 하룻밤에 태어난 장돌뱅이 허 생원의 아들이라는.
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않지만 동이가 잡은 채찍이 왼손이라는것을 말미에 보여주어 왼손잡이 허생원과 부자간임을 극적으로 암시한다.
 
내용도 짧지만 흥미로운데다가 서정적으로 자연을 묘사한것은 일품이다.

p19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p21 개나리가 지더니 찔레꽃 봉오리가 연지같이 진하게 맺혔고 라일락이 만발했다.몇 포기 안 되건만 덤불을 이루어서 송이송이 붕그런 자색 꽃방치가 풍준한 향기를 휘날리고 있다.라일락 향기는 유난스럽게 진하고 세어서 한 포기 덤불의 향기가 집 구석구석에 배어 뒤편에서나 방 안에서까지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흘러오듯 코끝에 찰락거린다.따뜻한 햇볕같이 땅 구석구석에 젖어드는 봄향기ㅡ그것이 라일락 향기이다.

사족이 필요없다.
문장하나하나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메밀꽃외에도 화분,약령기,수탉,분녀,산,들,장미 병들다 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는데 특히 화분을 읽을때는 현마와 단주,세란과 미란,그리고 영훈의  미묘한 애정관계에 장편의 아침드라마를 보듯 빠져들어 결국 사랑은 누가 차지할 것인지, 누가 패배자인지 끝까지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예나 지금이나 짝사랑도,이별도,또다른 사랑의 시작과 배신도 뭐 다를게 하나 없구나.

순결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을 갖던 그 시절 미란의 순수하디 순수한 사랑,사랑하는 남자 학수와 결혼하지 못한 금옥의 자살을 보며 어느시대에나 존재하는 사랑.그 얄궂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어쨌든
생경한 자연도 모두 눈앞에 그려지는듯한 세밀한 묘사가 나는 너무 좋다.

순박하고 자상했던 나의 국어선생님이 느껴져
아마 가장 애정하는 작가님으로 남을 듯.



「소담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의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