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안에는 12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밀회라는 제목을 보고는 뜨끈한 애정소설인가 했는데 이게웬걸! 읽는내내 사실 어느부분이 애정라인인지 내가 이해를 못한건지 하고 다시 앞으로 돌려보기도 몇번. 맨 뒷장을 열어 옮긴이의 말부터 찾아 읽었다. 그렇다! 내가 그간 읽어왔던, 뜨겁고 열렬한 사랑이 소재였던 그런 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인거다. 누가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주인공의 러브라인, 갈등과 고뇌와 혹은 긴장감이 여기에는 특별히 보여지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안에 실린 단편의 이야기들을 '사랑의 잔재들'이라고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밤 남녀가 필요에 의해 만났고 그 필요가 끝나면서 손 한번 잡아보지 않고 헤어지나 그들이 서로를 이용한것은 스스로에 대한 존엄이었기에, 그래서 은밀하고 즐거웠던 만남이었다는 「저녁외출」. 너무 고상한 사랑이다.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 앞에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남편이 죽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모욕한 남자였지만 그의 구원을 빌면서 너무 적은 것만이 남았고 너무 많은것이 파괴되었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 사랑의 잔재는 부정하지 않는다는 에밀리를 보며 많은 부부의 현실도 그 끝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곁에 앉다」 이것도 결국은 사랑이었노라... 책 안의 이야기와 마주하며 내가 그동안 살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정의했던 것은 굉장히 틀에박힌 편협한 것이었다는 걸,사랑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가지 양상으로도 표현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내가 이래서 그저 일반독자에 지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고 양서를 읽고 사유를 더 많이 하여 이런 멋진 책을 만났을 때 좀 더 크게 감동하고 좀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독자가 되고 싶다. 한 템포 느린 박자로,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밀회를 촌스럽지않고 어딘가 멋진사랑의 이야기를 읽고픈 분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