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빛나는 북멘토 가치동화 27
박현정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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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텅 비어 있었다. 엄마가 다녀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텔레비전을 켜 보니 방송사마다 속보를 내보내느라 난리였다. 기자가 시내 모 병원에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뉴스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화면에 비친 곳은 너무나도 익숙한 병원이었다. 더럭 겁이 났다. 저 병원에 우리 엄마가 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해 댔다. (p.69)


​‘칫, 나쁜 지지배들.’

역시 바이러스 때문일까? 반 친구들이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걸 알고 있다. 마치 내게 바이러스 균이라도 묻은 것처럼 슬쩍 스치기만 해도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는 몰라도 사총사는 그러면 안 된다. 사총사는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우린 많은 것을 함께했다. 누구보다 내 편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한 친구들이었는데······. 어두워지니 이런저런 일들이 두서없이 떠오르며 울적해졌다. (p.80)


이 책은 2015년 봄, 전국을 뒤흔든 메르스 사태를 배경으로 열세 살 빛나의 성장을 그려 낸 장편 동화이다.

패션 감각이 좋은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 빨리 교복 입는 중학생이 되고 싶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주목받는 신작 코너에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열세 살 빛나의 일상에 갑자기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그로 인해 그녀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의사인 엄마는 그 바이러스 때문에 환자들과 함께 병원에 격리되어 집에 오지도 못하고, 엄마가 병원에 격리되어 있다는 소식은 자신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잘도 퍼져 아이들은 수근거리며 빛나를 피하기 시작한다. 결국 학부모들의 우려에 빛나는 담임으로부터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게 되고 혼자 있을 수 없어 엄마의 의견에 따라 이혼한 아빠의 집으로 가게된다. 하지만 동생인 아기에게 바이라스라도 옮길까 싶어 자신을 경계하며 냉대하는 새엄마와 아빠의 행동에 상처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는 휴교하고 늘 함께라고 믿었던 사총사 친구들에게서는 연락 조차 없고 몸까지 아프면서 인생 최악의 한 달을 맞이하게 된 빛나. 그런 빛나 앞에 미스터리한 전학생 구재겸이 나타나고, 구재겸과 날라리 같은 그의 쌍둥이 누나와 함께 비밀스러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와 함께 한 그해 봄, 빛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엄마없이 홀로 남겨진 상황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자신이 믿었던 친구들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최악의 시간들을 최고의 시간으로 바꾸어 나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빛나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여 절로 입가에 웃음이 만발한다. 앞으로 자라나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마주할 우리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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