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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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옛 시절에 맞춰놓은 서울 신촌 양장점 양복들을 꺼내어 보았다. 이제 품이 너무 커 남의 옷처럼 보인다. 그래서 결혼식 날 입을 새 양복을 산다고 하니 한 번밖에 못 입을 옷을 뭐 하러 사냐고 노발대발하신다. 그래서 몰래 미리 사놓았다.

 겉모습이야 건강해 보이지만 속은 이제 조금씩 고장이 나신 것 같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용감함과 평생 고장 나지 않을 것 같은 강철 몸을 지닌 아버지였지만, 이젠 차멀미에 낯선 잠자리, 화장실 문제가 걱정되어 처음엔 결혼식에 안 간다고 하셨다. 그래도 손녀 딸 예쁜 모습은 꼭 보고 싶으신지 말씀도 안 하시고 조용히 목욕탕과 이발소에 다녀오셨다.

내가 어렸을때는 그렇게 넓고 커보이던 아버지의 등이 요즘은 왜 이렇게 작고 가냘퍼 보이는지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내가 나이 든 것은 잊어버리고 아버지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속이 상해 괜시리 잔소리만 더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울컥한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하는데, 잘 알고 있지만 행동은 늘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틱틱거리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효자는 커녕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정말 이만큼 효자도 없는 것 같다.

 

 

 

 

 

 

 

 

 

나무를 베는 날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시원할 줄 알았다. 더 이상 힘든 사과 농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갈색과 고동색의 빈터가 굉장히 넓고 공허해 보였다. 앓던 이를 뽑아내는 기분이 아니라 힘겹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흔적들을 지워내는 것 같아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 뭐라도 하나 키운다는 건 보통 정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거저 먹는 게 어디 있겠는가! 일 년 내내 뿌리고 다지고 뽑고 보듬고 해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촌은 한가하게 화투나 치며 여유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할 일들이 수북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닌 아버지에게 얹혀 살고 있다고 말한다.

18년 전 서울내기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풍기로 내려와 부모님께서 튼튼하게 지어놓은 집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부모님 땅에서 부모님이 정성껏 키운 제철 채소와 과일을 눈치 안 보고 원없이 먹으며 등 따시고 배부르게,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지내고 있다. 그래서 본인을 농사꾼이 아닌 농사꾼인 아버지의 졸병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해뜨기 전 부지런한 참새가 짹짹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 밭을 가꾸고 게으른 저자는 해가 뜨면 그제야 일어나고 이것이 풀인지, 심은 씨앗에서 난 채소인지 분간 못 해 모조리 뽑아버린 일이 부지 기수다. 연장의 쓰임새를 제대로 몰라 혼나기 일쑤고 정확히 언제 뭘 심어야 되는지,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 그저 아버지가 시킨 일들과 비료 나르기, 거름 나르기, 관리기로 풀 깎기 등 힘쓰는 일만 거들 뿐이다. 농사짓는다는 소릴하기가 참 창피하다. 그래서 어디 가서 절대 농사짓는다고  애기하지 않는다.

농촌의 삶이 매시간에 일어나 당연한 듯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고 수확하고 다시 씨를 뿌리고  농사일에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인다. 해가 뜨기 전에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어둠이 밭에 다 깔리고 나서야 끝이 난다.

내 집 밥상에 앉아 이리 맛있게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논, 밭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정성으로 사랑으로 가꾸는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걸 새삼 깨닫게 된다. 따뜻함이란 결국 누군가의 희생과 땀의 결과물 인 것이다.


이렇게 제목만으로 무한 긍정에너지는 발산하는 책이 있을까?

제목만 보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로 나누어 일기를 적듯이 한자한자 써내려간 글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글 사이사이 그려진 그림들은 책에 생기를 불어넣어 책을 읽는 시간이 전혀 지겹지 않다. 오늘 하루도 책 제목만큼이나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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