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 보고서 큰숲동화 9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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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개들은 참으로 순박했다. 우주 최강의 전사 뽈라의 눈이 부드럽게 개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아냐?”

“뭘? 대장?”

“인간보다도, 대장이라고 불리는 나보다도, 너희들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개들이 눈만 끔뻑거렸다.

“모르겠어, 대장.”

함장은 미소 지었다.

기억해 둬, 자기 자신이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

내일이면 다시 몰 볼 지구의 개들에게 함장은 꼭 말해 두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말라고, 개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함장은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p.161)


외계 은하를 탐사하기 위해 순조롭게 워프 항해중이던 첨단 우주선 이끄르 호.

갑작스레 초신성 폭발이라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지구로 불시착을 하게 된다. 연구와 탐사를 책임지는 우리치 박사와 루까 항해사, 우주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뽈라 함장, 그리고 인공 지능 쮸비까지. 

탈출정을 타고 지구로 무사히 탈출을 하긴 했지만 이끄르 호 폭발의 여파가 계산보다 훨씬 컸던 탓에 그 충격으로 링크가 끊어져 이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착륙하게 되는데...

재활용센터의 플라스틱 더미에 혼자 착륙한 뽈라함장과 달리 야산의 숲 안쪽에 함께 착륙한 루까와 우리치 박사. 박사는 탈출정을 나오자마자 행성문명 연구자답게 새로운 생태를 접한 흥분에 들떠 쮸비로부터 전송된 자료들을 검토하여 인간이라고 부르는 생명체들이 이 문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보를 기반으로 종잡을 수 없는 지구에 관심을 가지며 빨리 함장님을 만나 나끄로 귀환할 계획을 세우자고 말하는 루까의 의견은 흘려듣고 인간을 근접 관찰 해야겠다고 판단한다.

일단 우주선에서 내리게 되면 탐사에 관한 모든 권한은 박사에게 넘어가고 함장도 여기에는 관여 할 수 없기에 이들은 구조되기 전까지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로 한다.

이 책의 상상력은 정말 끝이 없다. 보통 외계 생명체라고 하면 이티를 떠올리거나 로봇같은 것들을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 나끄인들은 희안하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과 매우 똑같이 닮아있다.

지구에 불시착 해서도 우주의 모든 언어를 전부 통역해 주는 외계음성통역기로 사람이나 동물 등 그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음식물을 섭취해서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우리와 달리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태양으로부터 공급을 받아 식물처럼 햇빛,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 너무 기발한 상상력에 혀를 두를 정도.

 

지구인들보다 몇 배는 앞선 문명을 가졌다는 이들이 지구인들을 관찰하기 위해 자신과 닮은 동물을 흉내내며 연습하고, 털이 깎이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연구를 위해 꾹 참는 이들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크나큰 웃음을 선사해준다. 그와 반대로 처음엔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지만 점점 서로를 배려하는 뽈라 함장과 재활용센터 박사장이 나눈 진한 우정은 우리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초신성 폭발, 워프, 중력, 광합성, 세포등 아직 우리 아이가 배우지 못한 어려운 단어들이 시작부터 즐비하게 등장해서 혹시나 아이가 지루해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나의 우려는 날려버리고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다 읽어냈다. 감동과 재미가 골고루 어우려져 읽는 시간 내내 지루하기보다는 그 만큼 책 속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엄마로써 너무나 즐겁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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