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 무례한 세상에 지지 않는 심리학 법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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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지 않는 고통도 있습니다. 먼 미래에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정신적 고통들은 지금 당장 끝나는 게 불가능합니다. 사랑한다는 위로도, 넌 좋은 사람이라는 격려도, 정신차리고 현재를 보라는 현명함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곁에 있어 주는 것뿐이죠. 그들의 절망과 슬픔을 같이 느끼는 내 마음이 답답한 나머지 성급하게 해결책을 던져주어 편해지려는 구원자로서의 욕망을 꾹 누르고요.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위로하려는 말이 단지 자기만족이 되지 않도록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서요. (p.19)

 

인생의 모든 시기에 우리들은 누구나 아이처럼 방황하게 되기에 인간은 때로는 서로에 대하여 강렬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나이와 성별과 상황을 뛰어넘는 공감의 기반이 되어주죠. 이 사실은 우리가 서로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우리를 좌절에 지지 않게 해줍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생사를 보며 깨닫기도 합니다. 나이듦은 젊음을 박탈당한 상태가 아니라 젊음에서 이어져온 상태였고, 삶이란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분리되고 독립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p.42)

 

당당히 오르세요. 당신의 무대로. 지금 당장 의미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구요. 사랑받고 싶은 나의 목마름이 속상할지라도, 나의 이 마음이 너무나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해보일지라도 그 마음을 종양처럼 적출해버리려고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그저 최선을 다해서 당신의 무대에서 당신을 보여주고 돌아오세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무대를 끝마치고 무대 위의 배우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와 내 삶의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때, 지금의 치열했던 고민과 목마름을 생각하며 그때 포기하고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할만한, 멋진 무대를 만들기 바랍니다. (p.88)

 

 

 

우리는 자신에게 묻는다. 사회적 성공, 직업적 성취, 더 나은 삶. 그것을 향하는 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인지. 이 막막함 속에서도 나를 나로 살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지금 이 순간들을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의 길을 찾아간다. 우리 인생에 쉬운 처방은 없다는 것을 뼈아플 만큼 잘 아는 정신과 의사가 22가지 심리학 기재들을 통해 묻어둔 아픔들을 불러 내 부서진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내 마음을 고요히 목격하는 깊은 시선은 내 내면의 잊혀진 빛과 결을 발견해주고, 그 빛나는 마음들이 다시 나를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낸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용서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을 하나씩 마주하고 나면 과거의 상처에 웅크린 관조자가 아니라 생생한 오늘을,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영화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사건과 상징과 은유들이 닫혀버린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틈이 나는 대로 찾아본 영화가 대변하는 여러 가지 인간의 감정, 영화로 인해 표현되는 수많은 인간사의 갈등을 묘사하는 글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는데 복잡한 지식은 하나도 필요가 없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영화를 반드시 다 볼 필요도 없다. 그저 글을 읽으며, 영화 속 인물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평소에는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말들이 있다. 짧은 글이지만 그 효과는 강력하다. 가슴 한편에 얹어 놓았던 돌덩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속에만 꽁꽁 담아두었던 마음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 마음을 치유 받는 듯한 느낌이랄까. 알게 모르게 쌓여온 감정이, 스스로 어쩌지 못한 감정이 이 말 한마디에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민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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