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양장) 새움 세계문학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나로서는 이 책의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일까라는 의문에서 이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고, 나 역시 번역서를 읽고는 그와 똑같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존의 번역서로는 어느 구석도 개츠비가 ‘위대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과정들의 해명들이 너무나 은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번역 과정 중에 혹은 원서를 읽는 중에 오독을 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장을 어떻게 오역했던 것일까? 그것을 독자 스스로 알아보게 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p.8)

 

 

His heart beat faster and faster as Daisy’s white face came up to his own. He knew that when he kissed this girl, and forever wed his unutterable visions to her perishable breath, his mind would never romp again like the mind of God. So he waited, listening for a moment longer to the tuning-fork that had been struck upon a star. Then he kissed her. At his lips’ touch she blossomed for him like a flower and the incarnation was complete.

 

그의 가슴은 데이지의 흰 얼굴이 그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점점 더 빠르게 고동쳤다. 그는 자신이 이 아가씨에게 키스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의 비전들을 그녀의 부패하기 쉬운 숨결에 영원히 결부시켰을 때, 그의 마음이 결코 하나님의 생각으로 다시 즐겁게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별이 때려 대는 그 소리굽쇠 소리를 한 순간이라도 더 들으면서.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았을 때 그녀는 그를 위해 꽃처럼 피어났고 생은 완벽했다. (p.323)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ㅡ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 and one fine morningㅡ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개츠비는 녹색 불빛을,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가치를 잃어 가는 그 절정의 미래를 믿었었다. 그것은 그때 우리를 피해갔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ㅡ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우리의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다···그러고 나서 어느 날 좋은 아침ㅡ

그리하여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 (p.523)

 

 

 

내가 <위대한 개츠비> 번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지인 한 분이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뜬금없다고 여긴 것입니다. 막 시작한 번역서의 마지막 문장을 묻다니······. 그러려니 했는데 번역이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또 다른 한 분이 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이분 역시 번역서도 몇 권 낸 일급의 실력자여 ㅆ습니다. 뭐지? 왜 사람들이 마지막 문장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그때서야 나는 그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번역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쉽지 않았습니다. 번역에 들기 전 눈으로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다시 알았습니다. 실제 번역과 그냥 눈으로 읽는 독해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ㅡ 아마 번역은 그럴 것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떼어 놓고 보자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이해하기 힘든 게 더 많은 것. 그래서 과연 이 책 한 권을 어찌 정확히 번역할 수 있을까 싶은 것.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앞의 내용이 있기에 다음 문장 다음 문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확한 하나의 의미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번역에도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는 사실말입니다. (p.596)

 

 

 

이정서> 번역과 소설, 두 분야에서 휘두르는 그의 펜은 거침없고 담대하다.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주장하는 직역의 방법으로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였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어린 왕자’를 번역해 냄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완전히 달라진 <어린 왕자>는 각계각층의 추천 도서고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뒤로 이 책 <위대한 개츠비>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정역하며 기존 번역서들의 숱한 오역과 표절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앞서 낸 <위대한 개츠비>의 개정판이다. 이제 그의 고전 번역은 ‘또 하나의 번역’ 이 아닌 ‘전혀 새로운 번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또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소설을 직접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만큼 워낙에 많이 알려진 고전 소설이라 따로 내용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겠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러 번 느꼈지만 누가, 어떤 마음으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은 확실히 달라진다. 이미 타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으로 완독한 소설이었으나 이 책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개츠비와는 확연히 달랐다. 독창적이고 새로웠다. 저자는 단어와 문장은 물론 구두점 하나까지 세밀하고 일관되게 소설을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타 출판사에서 데이지는 자기를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쓴 옛 애인을 나 몰라라 하는 아주 파렴치한 여자였지만 지금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개츠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함께하고 싶어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로 재탄생되었다. 영화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멋지고 이로 말할 수 없이 다채롭다.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대립과 갈등은 번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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