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플리즈
장유리 지음 / 프로젝트A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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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그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 그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생기는 일. 그 에너지가 무더운 여름에도 더 뜨거운 오븐 앞에 서 있게 하고 매일매일 부엌을 쓸고 닦는 힘이 된다.

 

오븐에서 진한 버터 풍미를 풍기고 과자가 익어갈 때, 파운드케이크가 포슬포슬하고 보드라운 단면을 보여줄 때, 내가 만든 케이크 한입에 친구가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보일 때 이 모든 순간들이 너무 좋아서 난 오늘도 열심히 오븐을 돌린다. 그 온기, 전해져 오는 풍미, 묘하게 나를 다독이는 듯한 진한 느낌들 속으로 나를 차분히 허락해본다. (p.11)

 

배움이 의미가 있으려면 배우는 것 그 자체로 끝이 나면 안 된다. 배운 것을 다시 나의 경험으로 만들고 나의 취향과 시행착오를 착실히 더해 나만의 특별한 디저트로 만들어낼 때 그 배움은 진정 빛을 발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드는 일이 늘 설레는 것은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나만의 디저트로 만들어지는 순간의 설렘과 만족감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을 넓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디저트 수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한다. 그 섬세함 속에 깃든 사려 깊은 배움의 자세, 그것이 아직도 새로운 케이크와 디저트에 가슴이 두근대는 이유다. (p.90)

 

 

여행을 가서 디저트숍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유명한 디저트와 함께 그 지역의 제철 과일을 담은 디저트를 꼭 맛보려고 한다. 그 지역에서만 나는 과일이 이국적이고 색다른 맛의 감각을 깨워주기도 하고 여행하는 계절의 온도와 공기를 고스란히 맛보게 해준다. 디저트숍에서 맛본 디저트로 여행의 시간과 기억이 추억되는 것은 그 안에 시간을 기다려 품은 계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p.98)

 

 

하나의 케이크가 만들어진 데는 수많은 우연이 더해진다. 그날 계란의 선도와 맛 바닐라빈의 크기와 향의 차이, 크림의 거품을 올린 텍스처의 미묘한 변화까지 그 어느 하나 매일매일 완벽하게 똑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날의 케이크가 더 특별해진다. 단지 계량을 칼 같이 동일하게 했다고 해서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빵이나 과자와 같이 천편일률 적이지 않은 것.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 수제 디저트의 매력이 아닐까. (p.146)

 

 

 

회사의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사실 베이킹은 그녀에게 도피처와 같은 존재였다. 종일 발주처와 미팅을 하고 그 이후에는 밀린 업무를 하다 야근을 하고 주말까지 미팅에 업무에 심신이 지쳐도 힘들면 힘들수록 가열차게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돌렸다. 9시까지 야근을 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12시 넘어서까지 베이킹을 하고 나면 회사의 업무와 복잡한 일들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출퇴근 길에 또 쉬는 시간에 오늘은 또 뭘 만들어볼까 고민하는 것이 낙이었고 이 행복한 생각으로 고된 업무와 지겹게만 느껴지던 회사 생활도 버텨내곤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책임감에 대한 부담감, 의도와는 다른 결과에 지치고 상처받았던 회사 생활과 달리 뭐든 자신이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만들어져 나오는 케이크와 과자를 만들고 나누는 일은 그녀에게 위안이자 즐거움이었다. 이러한 베이킹에 대한 열정은 결혼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자신만의 부엌과 더 커다란 오븐이 생기면서 집은 매일매일 과자, 케이크 굽는 냄새로 가득했다. 결국에 이것은 늦은 나이에 다시 학업을 시작할 용기가 되었고 그녀는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 제과 디플로마 과정을 거쳐, 지금은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고 컨설팅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오븐 돌리는 일이 아직은 가장 설레고 행복하다는 그녀. 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한 달콤함을 맛보길 바라며 오늘도 그녀는 마음 따뜻한 레시피를 연구한다. 

 

 

마카롱, 쿠키, 초콜릿, 브라우니, 머핀, 케이크····. 책을 읽다 보면 너무나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들의 향연에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온 마음으로 끊임없이 외쳐대는 한 입만~ 한 입만~! 책 속에 소개된 디저트를 한 번씩 다 먹어보면 소원이 없겠다.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디저트 사진에 헉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책을 읽으란 말인가, 덮으란 말인가. 소리 없는 아우성! 정말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녀에게 유일한 도피처이자, 작은 행복이었던 베이킹. 그저 좋아서 했던 일은 지쳐있던 그녀에게 아주 큰 위로가 되어주었고 그 취미로 인해 인생 자체가 바뀌었다. 디저트는 그야말로 그녀의 인생이다. 이 책은 오롯이 그녀 자신만의 인생을 쏟아부은 레시피북이랄까. 재료에서부터 시작해 그녀가 살아온 삶, 눈과 입을 동시에 홀리는 먹음직스런 디저트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 등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아낸다.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진심 어린 행복에 베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래, 이런 게 바로 행복이지. 행복과 불행은 자기가 판단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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