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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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작은 존재입니다.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크고요. 그런데 세상이 아무리 커도 작은 나를 통해서만 인식이 가능합니다. ‘나’라는 존재는 세상이 인식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글쓰기는 그렇게 인식된 것을 쓰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유일한 통로인 자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홀로 앉아 세상일에 대해 이래저래 따져 봅니다. 인간의 사유 대상은 세계입니다. 글쟁이 하나가 감히 세상 전체를 대상화해서 분석하고 해석하겠다며 덤비는 것입니다. 작은 내가 거대한 세상을 상대로 벌이는 정면 대결입니다. (p.16)

 

글은 기본적으로 자기 정신의 표현입니다. 글만큼 자기 정신을 표현하는 최적의 도구는 없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독서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를 다른 사람의 혼 속을 거닐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바꿔 보면, 글을 쓰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내 혼 속을 거닐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글쓰기는 한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기획과 실행이 일치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엇에 대해 쓸지, 어떤 문체와 어떤 난이도로 쓸지, 어떤 문헌들을 참고할지, 어떤 순서로 할지, 누구를 독자로 삼을지 등을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실행합니다. 그러므로 생산 활동에서 자기 소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내가 쓴 글은 온전히 내 정신과 노력의 산물입니다. 결과물이 훌륭할 수도 있고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훌륭하면 훌륭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성취감이 있고, 애착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p.42)

 

좋은 글이란 어떤 식으로든 독자에게 지적인 충격을 안겨 줍니다. 그 충격이 깊고 오래갈수록 좋은 글입니다. 그렇다면 독자는 언제 지적인 충격을 받을까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거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입니다. 그럴 때 사람은 정신적으로 훌쩍 성장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부인하거나 교정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독자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책만 읽으면 좀처럼 지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나아가 내 세계관에 맞는 책이나 내 생각이 옳다고 확인시켜 주는 책만 골라서 본다면, 책을 읽을수록 확증편향만 심화될 겁니다. 글을 쓰려면 나의 정신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한 책도 마다하지 않고 읽어야 합니다. 저자의 의견이 나와 다르더라도 뭔가 깊이 있고 설득력 있다는 느낌이 들면 읽어 봐야 합니다. (p.107)

 

글을 쓰려면 무엇이 유용하고 가치있는 정보인지 따져서 모으고, 그것을 면밀하게 해석하고 평가하며, 논리적으로 재배열하거나 재구성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다루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사고를 단련하는 과정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합적 사고, 분석적 사고, 논리적 사고가 발달합니다. 지성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 그것이 곧 지성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인데, 그 과정에서 지성이 고양됩니다. 종합적 사고, 분석적 사고, 논리적 사고는 가설연역적인 연구의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결국 독자적인 연구능력이 높아집니다. (p.144)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 일곱 번째 주제는 ‘글쓰기의 가치는 무엇일까?’이다. 글쓰기를 10년 넘게 강의한 박민영 작가는 글쓰기가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인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왜 글쓰기가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글쓰기가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살펴본다. 저자의 글쓰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이 시대에 왜 글쓰기가 더 필요한지, 읽기는 어떻게 쓰기가 되는지, 글쓰기는 왜 몸으로 하는 것인지,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글쓰기가 왜 지력을 높일 수 있는지 그 의미를 자연히 깨닫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쓰기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고 쓰지 않는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 것,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까에 집중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고, 할 겨를도 없다. 우리가 걸을 때 목적지를 생각하지, 걸음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글쓰기 테크닉보다 글쓰기의 효용과 가치를 해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글쓰기도 사람이 하는 일인 까닭에, 그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글쓰기의 효용과 가치를 알고 도전할 때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더 높아진다. 저자는 글을 쓰면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이 생기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세계에 대해 나름의 관점으로 독해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의 독립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힘이 강력하다. 글쓰기처럼 자발성을 키우는 활동을 많이 해야 자신과 타인을 알게 되고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 만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잘못 읽으면 자칫 남의 생각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글쓰기는 그럴 수가 없다. 쓰려고 읽는다면 읽는 것도 종전과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언어를 다루는 능력을 양날의 칼이라 이야기한다. 그 능력을 좋게 쓰면 자신과 사회를 개선시키지만, 나쁘게 쓰면 웬만한 범죄보다도 훨씬 더한 악을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펜은 선용될 때도 위력을 발휘하지만, 악용될 때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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