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미니북)
조지 오웰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 결심이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들이 동물들과 공동으로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나, 인간이 번영해야 동물들도 번영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눈 멀고 귀 머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전부 다 새빨간 거짓들이오. 인간들의 본심은 자신들 이외는 어떤 동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챙겨 주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이러한 투쟁을 하기 위해선 완벽하게 단결해야 하고 인간들은 우리 모두의 적이며, 모든 동물은 우리가 동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p.18)

 

다음 날 아침,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에 일어났지만 전날의 승리를 기억해 내며 모두 함께 목초지로 달려 나갔다. 목초지 아래에는 한눈에 농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둔덕이 하나 있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물들은 그 둔덕 꼭대기에 모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이 모두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눈앞에 펼쳐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 동물들의 소유가 된 것이다!”

동물들은 모든 것이 자신들의 소유가 됐다는 생각에 흥겨워 폴짝거리며 공중으로 깡충깡충 뛰며 기쁨을 만족했다. 달콤한 풀을 한입가득 씹으며 이슬 위를 뒹굴며, 물씬한 흙냄새를 맡기도 했다. 그들은 감격에 겨워 말문이 막혀 경작지, 목초지, 연못, 과수원 등 작은 숲속 구석구석 풍경들을 돌아보며 태어나서 마치 처음 보는 느낌을 만끽했다. (p.35)

 

나폴레옹은 일행과 함께 흰색과 검은색 페인트 통을 가지고 다섯 개의 빗장이 달린 큰길 쪽으로 내려갔다. 글씨를 가장 잘 쓰는 스노볼이 앞발 발굽 두 관절 사이에 붓을 끼우고 나서 문 앞으로 갔다. 대문 가장 위쪽 빗장에 메이너 농장이라고 쓰여 있던 글씨를 지워버린 다음 그 자리에 ‘동물농장’이라고 고쳐 쓰고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말을 했다. (p.38)

 

클로버가 떠올렸던 것은 모든 동물이 구타도 안 당하고 굶주리지도 않는 각자의 능력에 알맞게 일하는 평등한 사회의 모습이었다.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있던 날 밤, 본인의 앞다리를 오므려 어미를 잃은 새끼 오리들을 보호해준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동물 사회를 꿈꿨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고, 아무도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했다. 개들이 사납게 겁을 주려고 으르렁대며 농장을 휩쓸고 다니며 충격적인 죄를 뒤집어 씌워 자백하게 만든 다음 눈앞에서 처참하게 찢겨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었다. 클로버는 왜 이런 시대가 온 것인지 좀처럼 잘 알 수가 없었다. (p.125)

 

그들은 재빨리 뛰어가 창문으로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고, 원탁을 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며 상대가 하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우겨대며 격렬하게 언성을 높이며 떠들어 댔다. 싸움의 원인은 나폴레옹과 필킹턴이 동시에 각각 스페이드 에이스 패를 내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열두 개의 분노한 목소리로 일제히 고함이 터져 나왔는데 그 목소리들은 모두 똑같이 들렸다. 이제야 돼지들의 얼굴에 왜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창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와 인간들을 번갈아 이리저리 훑어보며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좀처럼 구별할 수가 없었다. (p.194)

 

 

이 모든 사건의 발달은 품평회에서 입상했던 경력을 가진 미들 화이트종 수퇘지인 메이저 영감의 연설에 있었다. 때는 3월 초순, 메이저 영감이 숨을 거두고 동물들은 그 사건이 벌어진 뒤 석 달 동안 아주 비밀스러운 활동을 하기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제법 영리하다는 동물들은 메이저 영감이 죽기 전에 한 연설로 인해 전에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들을 지니게 되었다. 메이저 영감이 예언했던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동물들은 자신이 살아생전에 그것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어떤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동물농장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동물은 바로 돼지. 그중에서도 삼총사 스노볼, 나폴레옹, 스퀄러 이 세 마리 돼지들은 메이저 영감의 사상을 발전시켜 정리한 다음 그 명칭을 <동물주의>라고 짓고, 이 곳 메이너 농장 주인 존스가 잠든 밤이 되면 일주일에 여러 차례 헛간에서 비밀회의를 열고, 동물주의의 사상인 기본 원리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메이저 영감의 예언, 즉 반란이 찾아왔고 그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언제고 매질과 학대를 가하며 일을 시켜도 별다른 불평 없이 일만 하던 동물들이 별안간 봉기를 하자 인간들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거의 혼비백산하여 도망갔다. 이로써 메이너 농장은 이제 동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동물농장>은 대표적인 풍자소설답게 등장인물들을 모두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인물에 빗대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1장에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죽은 메이저 영감은 칼 마르크스를, 농장의 주인인 존스는 당시 부패한 러시아 황실과 임시정부, 혹은 영국 정부를 상징하고, 동물들에게 혁명의식을 고취시키며 이를 행동화한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소련의 혁명가들을 상징한다. 그 중에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스노볼은 모함을 당해 스탈린에 의해 쫓겨난 비운의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에 비유하고 무력을 사용하여 스노볼을 제거하면서 독재의 길을 걷는 나폴레옹은 정적을 몰아내고 공포 정치를 펼친 이오시프 스탈린을 상징한다. 소설 속에서는 혁명가가 아닌 일반 민중을 대표하는 캐릭터도 설정해 놓았는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일만 하던 복서는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던 당시의 소작농을, 가장 오래 살며 가장 많이 아는 인물로 묘사한 당나귀 벤자민은 냉소적인 인물을 대표하며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고 무관심하게 살았던 지식인을 상징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동물주의 혁명에 성공했지만 소설 속 돼지들은 점점 변해간다. 두발로 서서 인간처럼 걸어 다니며 다른 동물들을 탄압하기 위해 채찍을 들었고 인간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인간들과 카드게임을 하며 농장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결국 말미에 이르러서는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으로 올바른 사상으로 사회가 시작되었어도 그 본질이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변질된다면 결국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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