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현재의 나를 잠시 두고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되는 나를 잘 다스리는 일. 그런 나를 데리고 와서 여행을 추억하며 살아야 할 일. 좋은 것들을 좋은 마음으로 만났으니 좋아지는 삶. 이것을 믿는다. 당신이 외롭거나 힘이 들 때, 낯선 곳에서도 경쾌하게 걷던 당신을 떠올려 힘이 될 수 있는 삶. 그것이 여행의 힘. 떠난 자와 떠나지 않은 자가 다른 이유, 달라야 하는 이유가 그 힘에 있다. (p.55)

여행이란 내가 걷는 일이지만 때로는 움직이지 않고서도 만나는 여행이 있다. 걷다가 멈추어 만나는 일, 그 멈춤의 시간에 나를 흔들어놓던 사람들. 단언하건대 어떤 풍경도 나를 휘청거리게 한적 없으나, 단 한 번의 눈빛에 발이 묶인 적은 잦았으니 아무래도 나의 여행이란 것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만나다는 것은 마주한다는 것이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가슴과 가슴을 마주하는 일. 손잡지 않아도 애써 끌어안으려 하지 않아도, 그것은 두껍고 아름다운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다. 그 순간을 신중하게 읽어내는 일이 마주 앉은 사람의 의무다. 잠시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일생을 나누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자주 사람들 사이를 비켜 가려 했지만 그들은 자주 나를 멈추게 했다. 그렇게 멈추어 마주하면 그날들의 시간. 그들과 나의 시간들 그 사이를 기억한다. (p.87)

모든 사람의 희망이 모여 도시의 높이가 되어가는 곳. 세상에 없는 것이 없는 곳이란, 세상에 없어야 할 사람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모여 세상에 없는 것이 없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날카롭고 차갑기만 한 도시가 아닌, 튼튼한 갈비뼈 속에 숨 쉬는 뜨거운 심장처럼 오늘도 각자의 자유와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뛰고 있다. (p.132)

먼 길을 달려 각자가 안고 온 마음을 풀어놓고, 기울어지거나 허물어져 가는 마음을 세우고 돌아서는 일. 어쩌면 살아가면서 무수히 반복하고 끊임없이 다짐하는 일로 조금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행이나 생활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안다.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많은 것들과 만나며 결국 자신을 보는 것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다른 세상 안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내 속으로 덜컹거리며 들어가는 것이다. (p.267)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행길. 원래 과감한 사람도 아니고 단호한 사람도 아니라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거나 권유하는 것으로 부담주는 일은 잘 하지 않는 저자지만 그래도 가끔은 부담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곳으로 가보라”는 말로 은근히 부담을 주며 자신이 좋았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마치 “이래도? 정말 안 가볼꺼야”? 라며 독자들에게 속삭이는 듯 하다. 

눈 앞으로 펼지는 멋진 풍경들, 저자가 담아내는 사진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누구나 알 법한 대도시로, 넓디 넓은 메마른 사막으로 저자를 따라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지에 적절한 팁을 얻기도 하고 그가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함께 공유하며 읽어가다 보면 나도 어느샌가 저자와 함께 그곳에 있는 것만 같고 무작정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직접 내 두 눈으로 그곳의 풍경들을 눈에 담고 싶다.


나에게 여행은 삶에 지친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금은 혼자의 몸이 아니라 유유히 홀로 떠날 수는 없지만 한 번씩 가족들과 다녀오는 여행은 피곤하지만 그 소소한 즐거움 때문에 어김없이 또 짐을 싸고는 한다. 똑같은 여행지를 가도 매번 색다르게 다가오는 까닭에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반복해서 떠나게 되는 것 같다. 긴장과 설레임의 공존, 그게 바로 여행이 가진 커다란 매력이 아닐까. 저마다 의미는 다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여행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같다. 계속 머무르기만 해서는 모를 것이다. 낯선 곳에서 방황을 하더라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억압하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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