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 악몽을 쫓는 소녀 - 제2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한은경 지음, 명민호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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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1블록 1207구역. 전나무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뾰족하게 솟은 전나무 가지마다 동그란 구슬이 대롱대롱 매달려 반짝거렸다. 마치 수천만 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모아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그렇지만 이 구슬들은 평범한 장식이 아니었다. 바로 사람들의 꿈을 담은 ‘꿈구슬’이었다. 카시오페아의 전나무 숲은 전 세계 사람들의 꿈구슬이 모여 있는 신비한 장소였다. 그중 1블록은 한 살부터 열두 살 어린이들의 꿈구슬이 모여 있는 곳으로, ‘1207’구역의 ‘12’는 꿈주인의 나이를 ‘07’은 태어난 달을 뜻했다. 꿈구슬마다 서른 자리의 고유 번호가 붙어 있었다.
“1207구역은 처음 와 보는데······ 오늘은 빨간 꿈구슬이 몇 개나 나올까?”
하라가 높다란 전나무 사이사이를 새처럼 재빠르게 날았다. 전나무에 매달린 꿈구슬들이 하얀색, 노란색으로 반짝였다. 하얀색 꿈구슬은 꿈 주인이 깨어 있다는 것이고, 노란색 꿈구슬은 꿈 주인이 잠들어 있다는 표시였다. 카시오페아 1단계 대원인 하라는 그중에서 빨간색 꿈구슬을 찾았다. 꿈구슬이 빨갛다는 건 악몽을 만들어 내는 회색 거미가 안에 들어있다는 의미였다. 카시오페아 대원들의 임무는 빨간색 꿈구슬 안으로 들어가서 회색 거미를 잡아 꿈 주인이 악몽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었다. (p.14)

 

 

이 책의 주인공 하라를 소개하자면 피자와 곰돌이 젤리를 가장 좋아하고 아이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런 평범한 5학년 여자아이로 현실에서는 친한 친구 앞에서는 활달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부끄럼쟁이가 되어버리는 수줍은 소녀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환상의 세계 카시오페아에서는 하늘을 나는 걸 좋아하며, 무서운 악몽에도 끄덕없는 강심장이다. 이곳에서 하라는 카시오페아 1단계 대원으로서 그녀의 임무는 동료 대원들과 함께 전나무에 매달려 하얀색,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꿈구슬 사이에서 빨간색 꿈구슬을 찾아내어 안으로 들어가 악몽을 만들어 내는 회색 거미를 잡아 꿈 주인이 악몽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라는 우연히 세나의 꿈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세나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하라가 좋아하는 민재를 세나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 민재와 세나는 하라의 가장 친한 친구다. 부모님들끼리 서로 아는 민재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성격은 다르지만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세나와는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졌다. 5학년이 되자 하라, 세나, 민재는 모두 같은 반이 되었고 늘 셋이서 붙어 다녔다. 얼마 전에는 셋이서 똑같은 모양의 우정 반지도 맞추었다. 세나가 민재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이때부터 하라의 머릿속은 악몽을 쫓는 임무 대신 세나, 민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학교에서는 세나와 민재가 하라만 쏙 빼고 댄스 경연 대회에 출전해 부쩍 둘만 가깝게 지내기 시작하고 하라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의심의 씨앗이 생겨 버렸다. 질투심에 휩싸인 하라는 결국 카시오페아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세나의 꿈구슬을 찾아 몰래 꿈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들어간 세나의 꿈속에서는 세나가 현실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악몽으로 되살아난다. 민재와 둘이서 춤 연습을 하던 세나는 댄스 경연 대회에서 1등을 하고 민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 때하라가 나타나 민재를 차지하겠다며 세나의 사랑을 방해하고 이에 세나는 하라와 절교를 선언하며 손가락에서 우정 반지를 빼서 던져 버린다. 그 악몽을 쭉 지켜보던 하라는 세나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충격에 휩싸이고 결국 현실에서 하라와 세나와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민재까지 하라를 소홀히 대하면서 어색한 사이가 되어간다.

이 책은 사람들의 꿈을 관리하는 환상 세계 카시오페아를 배경으로 악몽을 쫓아내는 비밀 대원 하라의 짜릿한 모험을 담은 드림판타지로 자신의 꿈은 물론 또래 아이들의 꿈까지 지켜내는 하라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판타지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모습이라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꿈구슬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전 세계 사람들의 꿈구슬이 여기 카시오페아라는 공간에 모여 있고 꿈구슬 주인이 잠들면 노란색으로, 잠에서 깨어나면 하얀색으로 빛나지만 꿈 주인이 악몽을 꾸고 있으면 꿈구슬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카시오페아 대원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 악몽을 만들어 내는 주범인 회색 거미를 잡는다는 설정은 단번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카시오페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고 거대했다. 거기에 사랑과 우정이야기까지 더해지니 박진감이 넘쳐흐른다. 계속해서 일은 일어나는데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더 빠져든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인공 하라와 세나의 모습은 그 나이 대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마치 십대 소녀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 듯하다. 하라는 카시오페아 대원으로 임명된 이후 맡은바 최선을 다해 활동에 임한다. 또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에게 더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하고 스스로 선택한다. 하라가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은 하라의 몫이며,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하라에게 있다. 작가는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하라가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우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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