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 삼성, 아마존 모두를 경험한 한 남자의 생존 보고서
김태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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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예전이라면 '삼성전자'라는 IT(제조)기업과 '아마존'이라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비교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각 분야에서 1위라는 점은 묘하게 두 회사의 유사/차이점을 고려해볼 수도 있게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계 일류기업(국내 대기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業'으로써도 좋은 기회이지만,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쩌면 잘 알지 못했던 인생의 방향성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런 여러가지 그저 장점이 장점으로 느껴지지 못하거나 꼭 세계 일류기업이 아니더라도 알아 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 책 저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교(대학원 포함)를 나와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그 후 career가 낯설기는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하던 일을 생각하면 다음 회사가 '아마존'이라는 것 외에 그리 이상하진 않다. 우리가 이 책에서 관심있고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지금 세계 유통의 여사를 다시 쓰고, CEO이자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를 세계 1위 갑부로 만든 '아마존'이라는 회사에서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고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게 아닌 만큼 아마존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지금 이 시점의 아마존을 최신의 시점으로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두 회사에서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늘어지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나눠서 쓴 건 아주 좋은 구성인 듯 하다.


우선 제프 베조스의 대표적인 성장 방식의 기본이 되었다는 플라이휠 Fly wheel에 대한 것도 잘 설명이 되어있어 그 회사에서 일하며 그 안의 여러가지 영감을 함께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 플라이휠 전략이 제프 베조스가 만든 것은 아니다. 짐 콜린스가 서서히 축적된 성과가 누적돼 다음 단계 도약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이론에 대해 알려주고 제프 베조스가 실제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라 보면 된다.


꽤 재미있던 부분은 'PPT vs 워드'(P. 23~24)와 '지나친 업무량'(P. 37~40)에 대한 거였는데,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NO PPT가 확산되는 것 만큼 이미 그걸 생활화하고 있었다는 아마존의 방식이 특이하긴 했다. 보고, 특히 매니저에게 하는 거라면 그걸 한 장의 워드문서로 만드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PPT로 만들고 거기에 좀 더 근사한 말솜씨로 조금 더 포장하고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PPT방식을 선호하긴 하는데, 앞으로 이런 아마존의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적응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그렇기 위해 이 채에서 저자가 설명한 것들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지나친 업무량'에서는 'prioritization'과 ' escalation'에 대한 거였는데 쉽게 말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매니저를 포함한 일의 관련자들에게 알리고 필요에 따라 assign하는 걸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 기업에서와 글로벌 기업에서 각각 매니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긴 하다. 물론 나의 인사권자이나 상사라는 점은 같지만 내 일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주면 내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내가 결정하고 요청하는 범위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회사에서 한참 경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겐 저자가 제안하는 매니저에 대한 보고 방식은 잘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력이 쌓이면서 대면 보고 시간이 짧아지고 보고 대상의 직급이 높아질 텐데 그 분들은 듣고 싶은 것을 보고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누군가 보고할 때도 그저 '내가 최근에 뭘 하고 있다'이기 보다는 '이번 주에 어떤 목표로 이런 action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이다.

이번 주 목표는 A, B, C야. a는 여기까지 진행했는데 여기서부터는 네 도움이 필요해. 이 미팅이 끝나고 관련 자료를 보낼 건데 피드백을 줬으면 좋겠어. B는 15명의 고객들과 미팅을 했는데 총 15명 중 12명은 이런 피드백을 줬고, 3명은 다른 의견을 줬어.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생각을 누구와 최종 합의를 해서 이번  주 내로 법무팀 승인까지 받는게 목표야. C는 우선순위에서 뺐어

(후략)

P. 76

혹시 보고할 때 너무 중언부언되거나 매니저에게 보고를 좀 정리해서 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면 꼭 위와 같이 정리해보길 바란다. 일찍 못 고치면 나이 들어서도 똑-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저자 개인적인 것은 책은 다른 부분으로 두고, 아마존이라는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느꼈으면 좋겠다. 간접적으로나마 외국계 기업의 문화같은 것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차이에서 오는 개선할만한 부분을 잘 정리한 것 같아 사회 초년병들에겐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군데군데 있어 그런 부분이 더 좋았다.


비효율적인 회의에 대해서인데 사실 이런 건 잘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①의제가 없는 회의, ②사람이 넘쳐나는 회의, ③목적이 불분명한 회의, ④주관자만 말하는 회의, ⑤회의록이 없는 회의 등이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P. 170 ~ 176) 이런 건 어느 회사나 없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논의가 된다면 개선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사실 나도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긴 회의를 한 적이 별로 없다)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를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만큼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 그리고 그걸 구체화 해가는 사람이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받고 그만큼 회사에서 나가가는 것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의 내용이라면 참고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아마존과 삼성의 차이는 신입사원에게 성과를 기대하는 시점이었다. 삼성의 경우 상사마다 다르겠지만 선배들의 업무를 하나씩 넘겨받으면서 본인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아서 터득하는 아마존의 경우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터득하기를 기대했다. 여섯 장짜리 Launch Plan(어떤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고, 어떤 성과를 기대하며,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지 설명된 글)이 전부였던 입사 첫 주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매니저는 "앞으로 세 달 동안 네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며 부담을 덜어주었고, "이 기간을 최대한 잘 살려서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질문하고 모든 정보를 빨리 네 걸로 만들어"라는 조언도 했다.

P. 229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Self Service'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대부분의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입사 후 약 1개월 동안은 적응과 업무, 사람들과의 안면트기 등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위 내용과 더불어 위 내용에 이어 '일 잘하는 직원'의 특징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작년쯤인가, 아마존을 다닌 후 그 경험을 쓴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박정준, 한빛비즈, 2019) 책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아마존 자체에 대한 묘사는 적다. 회사 자체보다는 그곳에 아직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써 경험을 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은 젊은 감각이라고 할까 topic별로 간결하게 정리가 잘 되었는데, 책을 읽는 대상이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인 듯 하다. 회사 자체가 어떤지는 지인들에게도 들을 수 있고, 외국계 기업,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나도 쉽게 이해가 가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부분이 영향을 주었으며, 어떻게 미래를 그려나가는지에 방점을 둔 책인 것 같다. 내용들에 전부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내부자가 알려주는 기업들에의 생존방법은 이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어쩌면 첫 번째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업무를 생각해 본 사람들에겐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option을 줄 수 도 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저자가 업무 중심으로 쓴 것 인데다, 외국계기업도 업무별로 워낙 다른 점이 많아 IT나 유통업계에 있거나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을 듯 하다.


2.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궁금하고, 그 안에서 생존하는 직장인이 바라 본 일 잘하는 직원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추천, 아마존에 대한 비밀과 제프 베조스의 전략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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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들 1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이은선 외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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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요포인트는?

이번 소설은 스티븐킹과 그의 아들 오언킹이 험께 쓴 소설이다. 오언킹은 이전에 중단편으로 이름을 막 알리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두 사람의 시너지가 어떻게 커질지, 어떤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티븐킹의 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강하고, 독하며, 잊을 만하면 긴장감을 잡아끈다. 전체적인 흐름은 아닌 듯하고 인물들 몇에 대한 back ground를 오언킹이 써서 보완한 게 아닌가 한다. 처음엔 기현상에 대한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생각되지만 조금 지나면 이 현상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공포스럽다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걸 보면서 세기말의 암울함을 다룬 apocalypse인가?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질병(으로표현된다), 그와 함께 집중되는 여성의 행동들. 그것뿐만이 아니고 여성교도소인 초반의 배경, 그리고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 일부 인물들의 과거에서 이미 성차별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 말에 클린트는 저넷 솔리를 떠올렸다. 저넷은 점점 심해지는 남편의 학대를 수년간 견디다 못해 남편을 드리아버로 찌른 뒤 피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본 죄로 교도소에 들어와 있었다. 저넷이 그러지 않았다면 그녀의 남편 대미언 솔리는 결국 저넷을 죽이고 말았을것이다. 그랬으리라 클린트는 확신했다. (중략) 하지만 이 자리에서 코츠 교도소장에게 그렇게 얘기를 해봐야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방면에서 소장은 상당히 구식이라 이대로 질의응답의 시간을 끝마치는 편이 나았다.

P. 94


그리고 ‘여성들이 없는 세상’으로까지 치닫지만 어디서든 여성에 대한 편협함이 나타나면서 선입견, 미지의 대상이 익숙한 대상을 잠식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차별로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것 같다. 병의 이름부터 이런 구분, 또는 정확한 대상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이름이 붙여진 것이 그런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어쩌면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이 결국 '여성'이라는 한정에 갇히게 되면서 차별된다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수면병’으로 불리다가 ‘여성 수면독감’으로 명칭이 바뀌고 이제 ‘오로라병’으로 불리게 된 전염병에 관한 뉴스를 텔레비젼으로 보았다. 오로라병이라는 명칭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오로아 공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P. 147


이런 의미들로 여성성이 침범받는 것을 다 묘사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이런 직접적인 표현은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혀이전에 보지 못한 물질에 대한 표현도 자극적이진 않지만 상상이 가기에 충분하다. 희고 거미줄같지만, 괴상하게 마끌거리고 따끔거리기까지 한 물질이 얼굴을 가득 덮고 있는데, 그게 눈과 코, 피부를 뚫고 나왔다는 걸 상상하면 병으로써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스럽기까지 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게다가 처음 발생한 지역의 이름이 붙었다가 곧 성별로 그 주체가 옮겨진 것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COVID 19'라고 불리는 질병의 처음 이름이 중국 지명이 붙었다는 것과 연결되어 사실성 있게 느껴지게도 한다.


소설이 시작하고 120 page 넘게까지 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보여주지 않지만 그 이후부터는 혼돈 그자체가 된다. 여성들은 잠을 자지 않으려, 그 옆의 남자들은 그것을 막아보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들은 최소한 그것들이 자신과는 상관 없길 바라는 마음이 부딪히며 폭발적인 자연 재해가 닥친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와중에 자기 어머니의 머리에 레밍턴 산탄총을 갈겨버리는 나쁜 놈도 있는데, 이런 캐릭터의 경우 이미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걷는데다, 어설프게 살아남아 악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니 2권에서도 지켜봐야 하겠다. 참고로 ‘공무원’이었던 놈이다.


또 수많은 등장인물 중 ‘이비’에 대해 말을 안할 수가 없는데 등장은 그저 범죄자의 한명(당연히 초반 배경이 교도소이니 만큼 거기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후반부에 가면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알게 될 거예요. 결국에는. 어쩌면 내일 내가 당신을 만날 수도 있어요.그나저나 부인의 말이 맞았어요. 당신은 수영장을 두고 부인과 의논한 적이 없었어요. 사진을 몇 장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이비……”

“키스를 해서 다행이예요.정말 다행이예요.나는 당신 부인이 좋거든요.”

P. 605


대화만으로는 그냥 잠꼬대 같을 수도 있지만 이부분의 앞에 일어났던 정말 뜻하지 않은 부부싸움과 이 장면 이후 대화에 등장한 ‘부인’의 선택에 대해서 읽어본다면 이 대화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그리고 이비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라보고 있는지 놀라게 될 것이다. 이 부분만으로도 미스테리한 소설의 재미를 알게 될 수 있으니 꼭 그냥 넘기지말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 때문에 누구나 전염, 확산에 무서움을 갖게 되는데 이 소설속 에서도 ‘오로라병’의 확산에 대한 공포가 인간의 이성을 잠식하고 그로 인한 더 광란의 장면이 펼쳐지게 된다. 아니 어쩌면 이미 본 것 이상의 장면들이 2권에서 펼쳐질 것 이라 예상하는데 말 몇 마디로 퍼져나가는 공포의 위력은 사소한 가짜뉴스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로라의 경고 : 긴급진단!

     필립 P. 버드러스키의학박사

생물학자와 역학자로 이루어진 카이지 퍼머넌트 의료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오로라 수면병에 걸린 여성들을 둘러싸고 있는 고치가 질병 확산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치를 관통한 환자들의 호흡을 매개로 감염이 된다. 이 매개체는 상당히 전염성이 높다.

오로라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치와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여성들을 태우는 것이다!  지금 당장 실천하라!

P. 589


책에서도 “불가피한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 그 자체보다 끔찍하기 때문에 포기하는게 더 쉽다”라는 표현으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에 대해, 즉 오히려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무서운 상황에 처해지는 걸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약자의 눈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이 이런 생각에서 온 것이지 않을까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우선 처음부터 쏟아지는 등장인물에 조금은 당황스럽다. 도대체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도 안가지만 스티븐킹의 기존 소설들처럼 조금 지나면 어렵거나 하진 않다. 그리고 그 인물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확인되면 서서히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름이 많다고 시작하기 전부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번역자의 의도인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영어이름 표기가 조금 달라- 자넷이 저넷, 엔젤이 에인절, 데미안이 대미언, 에비가 이비로 표기-서 처음엔 입에 붙지 않는다. 하지만 자주 나오는 이름들이어서 곧 적응이 된다.

그 중에서 이름에 관해서 가볍게 읽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들은 나방(moth) 관찰자를 ‘모서(mother)’라고 불렀어요. 어머니를 뜻하는 마더(mother)와 철자는 같지만 발음은 다르죠.”

(중략)

“모두가 나를 알아요. 내가 나름 매력있는 여자거든요.”

이비가 턱을 긁느라 어꺠를 올리자 수갑이 딸그락거렸다.

“나름. 매력있는여자. 나, 나 자신, 그리고 나, 아버지, 아들, 성스러운 이브. 외벽면에서 밖으로 돌출된 지붕을 뜻하는 이브(eave), 저녁을 뜻하는 이브닝(evening)의 줄임말 이브(eve),  우린 누구나 힘이들죠. 그렇죠? 모서? 어머니와 철자가 같은 모서.”

P. 101 ~ 102


책에서도 경찰이 듣는 헛소리나 주정 정도로 얘기하긴 하지만 책 뒷부분의 이비의 모습과 행동들에서 이런 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떠올려 보기도 한다. 게다가 처음엔 약에 취한거라고 여겼지만 동물들과 이야기를 하기까지 하는(?!) 미스테리한 상황을 보여주니 그냥 비슷한 발음이 아니라 어떤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에 대한 단서나 복선을 주는게 아닐까 하는데, 혹시 2권에서 이런 것에 대해 나온다면 더욱 반가울 것 같긴 하다. 


굳이 남성 vs 여성 대결로 작품을 몰아가고 싶진 않다. 하지만 작품 자체로만 본다면 잠들어 있는여성들을 깨우면 주위의 모든 것을 공격하는 야성(또는 영화 속 좀비같은 모습이 그려진다)에 피해를 입는 것이 대부분 남성이긴 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사나운 여성을 제압하는 것도 대부분 ‘아직 깨어있는’ 또 다른 여성이다. 어쩌면 작가는 억압된 여성이 폭발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남성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물론 모든 여성들이 다 옳고, 정확한 판단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어찌되었든 주 배경이 되는 둘링(Dooling)이라는 마을의 여자교도소이고, 그 교도소의 소장 역시 여성이다.


마지막으로, 전에 스티븐킹의 책에 대해서 생각지 못한 순간의 훅 들어오는 유머 또는 단어나 사람 이름 가지고 말장난 같은 유머를 보여주는 건 최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책에서는 다른 어떤 유머보다 짧고 강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티파니는 종종 “저 새끼보다 더 못돼처먹은 새끼가 또 있을까?”라고 자문하곤 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식인종들 말고는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그는 대단한 개새끼였다.

P. 50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작가인 스티븐 킹은 현직 미국 대통령을 매우 싫어해서 페북을 탈퇴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를 꼽기도 했다. 자유로움이 부럽고 이런 걸표현 할 수 있는 작가의 고집도 대단하다. 


이 소설은 두 권으로 되어 있고 각 600 page가 넘을 만큼 짧지 않다. 하지만 많은 스티븐 킹의 작품이 그러했 듯이 갑작스러운 공포의 순간을 맞이하고 또 그걸 지켜보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전염병이 위협적인 시점에 단지 병이어서가 아닌 차별과 공격성이 무서움을 가지고, 병과 상관없는 남자들의 잔인함, 병을 극복하려는 여자들의 안간힘이 대조를 이루는 만큼 현실보다 극적인 이야기로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인다면?

1. 장소의 변경,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 멀진 않지만 시선의 이동에 따른 도시명  등장, 조금은 느린 호흡 때문에 시간적인 걸 놓칠 수 있는데 1권의 이야기는 하루동안 벌어진 이야기이다.


2. 중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미케일라 코츠(또는 미키 코츠 또는 미케일라 모건)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2권에서 혹시 좀 더 강하고 역동적인 활약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앞에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인물 한명이 허무하게 사라져 생존이 더 궁금하긴 하다.


3.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범인 찾기 추리물보다는 사회현상을 기반에 둔 미스테리 장르소설을 기대한다면 추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쇄 살인사건이 나오는 범죄물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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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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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사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평범하지만 기억에 남을지도 모를, 반복되고 있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는 어느 날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만난 인연, 오래된 물건을 보고 떠오른 단상까지 

이보다 더 단조로운 삶에서는 어떤 새로운 것이 있을까 싶은 쉼표 같은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주요 포인트는?

이 책은 수필, 아니 우리가 일기라고 부르는 '기록'의 정형성에 너무나도 잘 맞는 글이다. 단 여기서 빠진 것이 '시간'일 뿐이고 장소, 인물, 물건에 대한 단상이 그 때 그때의 감정을 담아 쓴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읽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상황을 시간에 맞게 그려보고 싶어지는데 그럴 수가 없다. 장소 역시 해외의 경험에서 온 것이어서 그런지 정확한 지점을 찾기 어려우니 굳이 무언가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며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중반쯤 이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독립적으로만 따로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읽다 보면 의외로 앞에 나온 이야기와 흐름을 잇는 부분도 있어 반갑기까지 하다.

기타는 정말 어려웠다. 그렇지만 매일 연습해도 자꾸만 틀리던 부분이 어느 날 갑자기 당황스러울 만큼 술술 풀릴 때가 있었다. 띄엄띄엄 하는 연습은 덧셈밖에 안되지만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는 연습은 곱셈이 된다는 말을 믿었다.

P. 144


우연한 계기로 1년 만에 기타를 들었다. 가장 자신 있었던 곡을 연주해보니 분명히 외웠던 코드와 연주 방법인데 까맣게 잊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중략)

나는 1년 만에 기타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잊은 줄 알았던 코드와 연주방법을 한 달 만에 거의 예전만큼 기억하게 됐다는 것이다.

P. 158

저자가 일본에서 잡지의 편집장이자 독립서점을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문 수필 느낌보다는 생활의 진솔한 느낌이 더 좋았다. 아무래도 많은 시간 해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들도 많은데 거기서도 자신과 같은 작가를 만나는 부분에서 하는 얘기는 독자에게 선언하는 일로 느끼는 부담감과 자기 고백이 아닐까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는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점이다.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P. 38

위 이야기는 '나의 적은 나 자신'이라는 부분에서 언급하는 부분과도 일간 이어질 수도 있겠다. 물론 작가로서의 관찰 같은 것 외에 처음 만난 사람과의 인사와 헤어짐, 사소한 즐거움, 부적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생활 속 글의 소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이렇게 담담하게 써 내려감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일상에서 작은 부분을 잘 찾아내는 작가의 세심한 능력인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나가다 보면 제목에 있는 '악센트'가 어디 있는 건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는 건 아니므로, 일상 속 어떤 곳이 눈의 확 띌만한 부분인지 고민하기 전에 이미 글을 써내려가고 그 중에서 나중에 다시 한번 떠올려 볼만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같다. 혹시 일기와 수필의 차이를 그걸 쓴 사람이 누구냐의 차이로 구분해야 한다면 최소한 이 책에서는 단조롭지만 꼭 기억에 남기고 싶은, 누군가에게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글의 내용에 있는 장소와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읽으면서 연결점이 보이는 글들이 있었다. 꼭 맞는다기 보다는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하는 상상일 뿐이나,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더 관심이 가긴 했는데, <등을 곧게 펴고> (P. 62)편에서 미국에서 만났던 여인과의 짧은 인연과 헤어짐, 그래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싶다>(P. 92)에서 상대방의 배려와 더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한 애틋함. 그 글에 있는 누군가가 그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 정점은 아래의 내용에서 더욱 크게 느껴졌다.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 어째서 잊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일이 내게 무척 소중해서 그것을 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소중한 것이란 무엇일까. 분명 내가 아끼는 추억이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나는 그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a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이며, 잊는 일 따위 불가능하다고.

P. 67

물론 위 감상은 유럽 여행에서 기차 안의 어떤 중년 여성을 보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마도 다른 누군가에 대한 잊혀짐에 대한 것이었을 것이다.


책에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별 생각 없이 펼쳤는데 처음 나온 이야기가 너무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여서 계속 읽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분명 지어낸 거라고 생각할 만큼 드라마틱하지도 않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실망스러워질 만큼, 짧지만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전략)

"당신을 잊어버릴까 봐 올 여름에는 당신에게 줄 구두를 만들었어요. 구두를 만들었더니 당신을 떠올릴 수가 있었어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구두 만드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선물이에요."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새 구두를 신고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소중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P. 16~ 17

구두를 보낸 사람은 누구이고, 도대체 저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 건지 궁금하다면 기꺼이 책을 한번 펼쳐보기를 권한다.


덧붙인다면?


1. 책 크기도 작아 여성들의 작은 가방에도 잘 들어갈 것 같고, 종이 질 때문에 가벼워서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편할 것 같다.


2. 다만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단편적이어서 이야기들이 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툭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울 때가 있다.


3. 단조로운 일상에 관한 에세이지만 읽으면서 좀 여유로움을 공유하고자 한다면 추천, 살면서 느끼는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하는 인생의 네비게이터 같은 에세이를 필요로 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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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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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전호태_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내용은?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수만 년 동안 축적된 고대 한국인의 생각과 신앙을 중요한 유물, 유적, 개념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동서양의 신화, 미술, 종교를 넘나들며 우리 고대의 사상을 입체적인 설명을 통해 고분벽화와 암각화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설명하고 있다.


주요 포인트는?

과거의 모든 것을 문명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쓰는 '원시적'이라는 단어의 뜻에 함께 포함된 '문명적이지 않은', '과학적이지 않은'이라는 의미는 그저 선입견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벽화나 유적들에 대한 의미부터 그 당시 사람들의 이동, 그리고 정착에 따른 문명의 수립까지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시험을 위해 열심히 국사책에서 외워온 것이 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미 그런 것들보다 더 깊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전혀 그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자신들이 살고 생을 다하던 곳에 그림을 남겼다는 건 지금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이 문화라고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런 것을 역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게 써내려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스테리한 벽화를 보며 외계인이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엉뚱함도 여기서는 힘을 받지 못한다. 어디 땅에서 꺼낸 토기나 처음 발견한 동굴 속 벽화만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물로써 고대의 시간을 돌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도 이어지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삶, 가치관까지 알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알아두고 싶은 게 넘친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구석기-신석기 문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어떤 토기의 모양, 청동기엔 청동그릇, 철기시대엔 칼자루가 떠오르겠지만, 왜 그런 것들이 대표적인 문명이 되었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고, 어떤 것에 의지했고 서로 믿음을 가진 건 종교의 어떤 것과 닯았는지, 그래서 그것이 신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잘 묘사하고 있는데 결국 동물을 많이 잡아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욕구에서 출발했지만 어떻게 그런 표현들이 더 화려해지고, 자신들의 생각을 더했는지 읽어나가게 되면 앞에서 말한 '원시적'이라는 단어가 과연 옳은 의미인가는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그들의 유희(윷놀이판에 대한 이야기)조차 그냥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부분은 조금 웃기기도 했는데, 개인의 의지라기 보다는 집단적으로 함께 표현하고자 한 제도 또는 사회현상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의 두께와 제목만 보면 지루하기 그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문화와 미술, 그리고 역사에 대한 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저자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그냥 더 자세하게 쓰인 역사책을 읽어 나가겠다는 굳은 결심이 아니라면,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라면 먼저 끌릴만한 제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리고 궁금한 것을 질문처럼 하나하나 알아가는 형태로 만들어 필요한 내용을 찾아가는 흐름이라 설명 자체가 정겹다.

어쨌든 수업도 선생님만 칠판에 써 나가는 수업보다는 문답으로 그 틈이 있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관심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도교에 관한 부분이 새롭게 느껴지긴 했다. 조금은 어렵기도 하고 조금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신'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어느 신을 숭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고대 종교부터 유교와 불교, 그리도 도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들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젖어들게 되었는지도 담담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옛날에 있었던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도 전혀 관련 없다고는 알 수 없을 믿음에 관한 구체화를 종교와 연결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 같다. 다만 이런 것들과 연결하는 추정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덧붙인다면?

1. 대화체가 편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종교에 관한 내용이나 단군과 관련된 곳 에서는 조금은 중언부언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분량을 좀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2. 흥미로운 고대 역사, 문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추천, 역사책은 무조건 500page 미만이어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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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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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저자인 맷 매카시는 의사이자 학자로써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즉, ‘슈퍼버그’를 발견/치료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동료들과 팀을 이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슈퍼버그에 맞설 새로운 항생제 임상시험의 최전선에서 담담하게 과정을 기록하고 피실험자에 대한이야기들까지 함께 해 우리가 막연하게 떠올리려 보는 ‘슈퍼버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쓴 이야기이다.


주요포인트는?

제목만 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온갖 세균들의 백과사전일 줄 알았는데, 내용을 찬찬히 보고서 느낀 건 우리가 남용하는 ‘항생제’의 위험성과 다른 형태로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동안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항생제라는 용어는 자주 듣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이 쓰기도 하고,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남용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변이도 많이 일어나서 필요한 만큼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현재도 이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학자로써 이에 대한 여러가지 경고와주의해야 할 부분을 여러가지 사례로 알려주고 있다.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1990년대까지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들이 잘못된 항생제 처방관행과 함께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업적 농업이 박테리아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약품들을 노출시켰고, 그 결과 박테리아들은그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제 슈퍼버그는 퀸스지역의 유탄에도 숨어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의 주요원인인 슈퍼버그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P. 11 ~ 12


실험과 의학적인 지식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항생제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우리가 몰랐던 의학적인 내용, 그리고 그 연구를 위해 지원한 임상시험지원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들까지 chapter별로 나누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소설-창작 같아서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과거/현재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여서-처럼 이어지기 때문에 읽어나가기가 쉽다. 그리고 그사람들에 대한 사연-안타깝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는 사람도 있고, 결국 임상시험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들은 어찌보면 이미 항생제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읽으면서 느끼는 바도 있다. 그 중에서는 ‘소렌 길릭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 처음에는 부상때문에 필요에 의해 약한 항생제부터 시작해서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리고 점점 중독되면서 마약을 찾게 되는 경우였는데,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했지만 그에 대한 미국의 항생제 남용정책이 와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달 후 진통제가 떨어졌을 때 그는 의사를 찾아갔지만 진통제 처방을 거부당했다. 다리가 다 나아서 처방을 연장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렌은 생리적으로 옥시콘틴의존증이 생겼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으며 고질적인 설사증상도 나타났다.

(중략)

그래서 소렌은 거리로 나갔다. 그가 원하는 것을 찾는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미국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태로 빠져들었다. 2000년 이후 옥시콘틴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후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20만명에 이른다. 심지어 소렌처럼 헤로인에 손대는 사람들의 4분의 3 이상이 처방용 진통제가 그 시작이었다.

우리 병원 응급실에 들렀을 때 소렌은 이미 중증 마약중독자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가 굵고 검은머리카락을 쓸어 넘길 때 오른손을 떠는 모습이었다.

P. 153 ~ 154


이런 항생제 남용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웨스트포인트 2005(2019, 리 차일드)속에서도 그려진 내용이어서 쉽게 이해도 가고 좀 더 깊이 현재 상황을 알 수 있기도 했다. 과연 이런 참가자들도 새로운 항생제 연구를 통해 좋은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읽어 나가면서도 궁금해졌다. 이외에도 과산화수소수 사용에 대한 변화, 시프로플록사신이라는 항생제를 가축에 투여하는 행위와 그것의 감염, 그리고 그것이 애완동물의 주인들에게까지 감염되는 것을 겪은 실험자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내 경험과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구나 그런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경각심을 갖고 읽어 볼 만하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치료하기 위한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그도 당연한 것이 항생제의 위험을 찾아냈나고 하더라도 분명 또 다른 변종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문제의 해결로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위험을 알리고 그것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 것 같다. 그것도 우리가 쉽게 접하는 항생제가 ‘슈퍼버그’가 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전달하며 그를 비롯한 내성감염을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함께 공유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환자는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데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미생물이 있다. 바로 슈퍼버그다. 슈퍼버그는 언론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를 지칭하며 만들어 낸 단어이다. 주로 박테리아가 거론되지만 치료제가 듣지 않는 진균도 포함된다. 2019년 20개국으로 퍼졌던 치사율 60%의 항생제 내성 ‘칸디다속 진균’이 그 예다.

P. 386


다만 개인적으로는 저자 저신도 록펠러 재단의 도움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록펠러 재단의 대규모 연구 투자, 록펠러(특히 데이비드 록펠러)의 후원의 역사, 그리고 수막염이 뉴욕에 퍼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것을 갑자기 찬양하는 부분은 읽으면서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상깊은부분은?

앞서 저자가 직접 대면한 임상실험 참가자들의 사례도 함께 쉽게 읽어나가지만, 중간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실험사례도 나오는데, 길지 않지만 읽으면서도 썩 좋은 기억은 아니다.

설파닐아마이드가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실험이 자행됐다. 나치는 이 수용자들의 다리근육을10cm가량 절개했다. 그리고 설탕과 박테리아를 섞은 대팻밥을 절개한 상처에 밀어넣었다. 그런다음 상처를 봉합하고 석고붕대를 했다. 두번째 집단에도 같은 절차를 반복하되 대팻밥 대신 유리조각을 넣었다. 세번째 집단에는 대팻밥과 유리조각을 둘 다 집어넣었다.

(중략)

피험자가 하나도 죽지 않자 나치의사들은 상처주변의 순환계를 차단해 면역계가 박테리아와 싸우지 못하게 함으로써 감염을 악화시켰다. 이번에는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몇 안되는 생존 여성들이 수용소 안을 한발로 뛰어다니거나 절뚝거리며 다니자 나치는 그들을 카닌첸Kaninchen,토끼라고 불렀다.

P. 59

워낙 이 시점의 독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지만 현재 항생제의 발전사에서 전혀 상관없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남기려고 한건 아닐까.


이 책에서는 항생제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그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운 것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연구자로써 취해야 하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 책에도 나오지만 항생제라는 것은 중병 또는 오랫동안 치료하기 어려웠던 질병-대부분 후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을 위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만들어내서 비싼 값에 팔기도 어렵다-이를 수익성과 비교해 얘기하기도 했다-는것, 또 만들어내도 그것이 임상실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까지 통과해야 할 관문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이 항생제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중간중간 헷갈리기도 한다. 필요악이라고 하기엔 어떤 형태로든 써야하는 바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맹신을 하기에도 다양한 악영향을 가져오므로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더 강하고 잘 듣는약을 만드는제약사를 원망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하는 이야기가 다 옳다고도 할 수 없는만큼 조금이라도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가능한 사용은 안하되, 꼭 사용해야 하는 곳에는 더 강한약을 쓰지 않을 수 있도록 공유할 수 있는 knowledge base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국민 모두 ‘감염’,  ‘전염’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 책에서의 ‘내성’, ‘세균의 진화’같은 것도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항생제라는 표현을 너무 많이 쓰고 있는데, 이를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에서 시작했고, 플레밍은 이로 인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건 잊고 있었던 것 같다.


2. 이 책의 저자인 맥 매카시는 얼마전에 미국 CNBC 뉴스에 출연해 “미국에는 아직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조차 없다”며 “한국은 하루에 1만개씩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 하면서, “한국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며 “난 우리(미국)의 (코로나19) 모델링을 믿지 않는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기사 참조 :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321858&code=61131111&cp=nv


3. 항생제에 대해 잘 몰랐거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슈퍼버그’와 관련된 의학연구서에 관심 있다면 추천, 세상의 모든 바이러스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다거나 코로나바이러스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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