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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서평 – 전호태_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내용은?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수만 년 동안 축적된 고대 한국인의 생각과 신앙을 중요한 유물, 유적, 개념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동서양의 신화, 미술, 종교를 넘나들며 우리 고대의 사상을 입체적인 설명을 통해 고분벽화와 암각화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설명하고 있다.
주요 포인트는?
과거의 모든 것을 문명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쓰는 '원시적'이라는 단어의 뜻에 함께 포함된 '문명적이지 않은', '과학적이지 않은'이라는 의미는 그저 선입견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아왔던 벽화나 유적들에 대한 의미부터 그 당시 사람들의 이동, 그리고 정착에 따른 문명의 수립까지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시험을 위해 열심히 국사책에서 외워온 것이 있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미 그런 것들보다 더 깊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전혀 그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자신들이 살고 생을 다하던 곳에 그림을 남겼다는 건 지금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이 문화라고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런 것을 역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게 써내려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스테리한 벽화를 보며 외계인이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엉뚱함도 여기서는 힘을 받지 못한다. 어디 땅에서 꺼낸 토기나 처음 발견한 동굴 속 벽화만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물로써 고대의 시간을 돌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도 이어지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삶, 가치관까지 알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알아두고 싶은 게 넘친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구석기-신석기 문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어떤 토기의 모양, 청동기엔 청동그릇, 철기시대엔 칼자루가 떠오르겠지만, 왜 그런 것들이 대표적인 문명이 되었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고, 어떤 것에 의지했고 서로 믿음을 가진 건 종교의 어떤 것과 닯았는지, 그래서 그것이 신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잘 묘사하고 있는데 결국 동물을 많이 잡아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욕구에서 출발했지만 어떻게 그런 표현들이 더 화려해지고, 자신들의 생각을 더했는지 읽어나가게 되면 앞에서 말한 '원시적'이라는 단어가 과연 옳은 의미인가는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그들의 유희(윷놀이판에 대한 이야기)조차 그냥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부분은 조금 웃기기도 했는데, 개인의 의지라기 보다는 집단적으로 함께 표현하고자 한 제도 또는 사회현상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의 두께와 제목만 보면 지루하기 그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문화와 미술, 그리고 역사에 대한 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저자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그냥 더 자세하게 쓰인 역사책을 읽어 나가겠다는 굳은 결심이 아니라면,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라면 먼저 끌릴만한 제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리고 궁금한 것을 질문처럼 하나하나 알아가는 형태로 만들어 필요한 내용을 찾아가는 흐름이라 설명 자체가 정겹다.
어쨌든 수업도 선생님만 칠판에 써 나가는 수업보다는 문답으로 그 틈이 있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관심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도교에 관한 부분이 새롭게 느껴지긴 했다. 조금은 어렵기도 하고 조금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신'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어느 신을 숭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고대 종교부터 유교와 불교, 그리도 도교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들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젖어들게 되었는지도 담담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옛날에 있었던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도 전혀 관련 없다고는 알 수 없을 믿음에 관한 구체화를 종교와 연결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 같다. 다만 이런 것들과 연결하는 추정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덧붙인다면?
1. 대화체가 편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종교에 관한 내용이나 단군과 관련된 곳 에서는 조금은 중언부언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분량을 좀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2. 흥미로운 고대 역사, 문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추천, 역사책은 무조건 500page 미만이어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