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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 삼성, 아마존 모두를 경험한 한 남자의 생존 보고서
김태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예전이라면 '삼성전자'라는 IT(제조)기업과 '아마존'이라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비교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각 분야에서 1위라는 점은 묘하게 두 회사의 유사/차이점을 고려해볼 수도 있게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계 일류기업(국내 대기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業'으로써도 좋은 기회이지만,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쩌면 잘 알지 못했던 인생의 방향성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런 여러가지 그저 장점이 장점으로 느껴지지 못하거나 꼭 세계 일류기업이 아니더라도 알아 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 책 저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교(대학원 포함)를 나와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그 후 career가 낯설기는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하던 일을 생각하면 다음 회사가 '아마존'이라는 것 외에 그리 이상하진 않다. 우리가 이 책에서 관심있고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지금 세계 유통의 여사를 다시 쓰고, CEO이자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를 세계 1위 갑부로 만든 '아마존'이라는 회사에서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고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게 아닌 만큼 아마존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하나는 지금 이 시점의 아마존을 최신의 시점으로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두 회사에서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늘어지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나눠서 쓴 건 아주 좋은 구성인 듯 하다.
우선 제프 베조스의 대표적인 성장 방식의 기본이 되었다는 플라이휠 Fly wheel에 대한 것도 잘 설명이 되어있어 그 회사에서 일하며 그 안의 여러가지 영감을 함께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이 플라이휠 전략이 제프 베조스가 만든 것은 아니다. 짐 콜린스가 서서히 축적된 성과가 누적돼 다음 단계 도약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이론에 대해 알려주고 제프 베조스가 실제적인 모델을 만든 것이라 보면 된다.
꽤 재미있던 부분은 'PPT vs 워드'(P. 23~24)와 '지나친 업무량'(P. 37~40)에 대한 거였는데,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NO PPT가 확산되는 것 만큼 이미 그걸 생활화하고 있었다는 아마존의 방식이 특이하긴 했다. 보고, 특히 매니저에게 하는 거라면 그걸 한 장의 워드문서로 만드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PPT로 만들고 거기에 좀 더 근사한 말솜씨로 조금 더 포장하고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PPT방식을 선호하긴 하는데, 앞으로 이런 아마존의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적응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그렇기 위해 이 채에서 저자가 설명한 것들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지나친 업무량'에서는 'prioritization'과 ' escalation'에 대한 거였는데 쉽게 말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매니저를 포함한 일의 관련자들에게 알리고 필요에 따라 assign하는 걸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내 기업에서와 글로벌 기업에서 각각 매니저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긴 하다. 물론 나의 인사권자이나 상사라는 점은 같지만 내 일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주면 내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내가 결정하고 요청하는 범위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회사에서 한참 경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겐 저자가 제안하는 매니저에 대한 보고 방식은 잘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력이 쌓이면서 대면 보고 시간이 짧아지고 보고 대상의 직급이 높아질 텐데 그 분들은 듣고 싶은 것을 보고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누군가 보고할 때도 그저 '내가 최근에 뭘 하고 있다'이기 보다는 '이번 주에 어떤 목표로 이런 action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이다.
이번 주 목표는 A, B, C야. a는 여기까지 진행했는데 여기서부터는 네 도움이 필요해. 이 미팅이 끝나고 관련 자료를 보낼 건데 피드백을 줬으면 좋겠어. B는 15명의 고객들과 미팅을 했는데 총 15명 중 12명은 이런 피드백을 줬고, 3명은 다른 의견을 줬어.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생각을 누구와 최종 합의를 해서 이번 주 내로 법무팀 승인까지 받는게 목표야. C는 우선순위에서 뺐어
(후략)
P. 76
혹시 보고할 때 너무 중언부언되거나 매니저에게 보고를 좀 정리해서 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면 꼭 위와 같이 정리해보길 바란다. 일찍 못 고치면 나이 들어서도 똑-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저자 개인적인 것은 책은 다른 부분으로 두고, 아마존이라는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느꼈으면 좋겠다. 간접적으로나마 외국계 기업의 문화같은 것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차이에서 오는 개선할만한 부분을 잘 정리한 것 같아 사회 초년병들에겐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군데군데 있어 그런 부분이 더 좋았다.
비효율적인 회의에 대해서인데 사실 이런 건 잘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①의제가 없는 회의, ②사람이 넘쳐나는 회의, ③목적이 불분명한 회의, ④주관자만 말하는 회의, ⑤회의록이 없는 회의 등이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P. 170 ~ 176) 이런 건 어느 회사나 없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조금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논의가 된다면 개선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사실 나도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긴 회의를 한 적이 별로 없다)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를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만큼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 그리고 그걸 구체화 해가는 사람이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받고 그만큼 회사에서 나가가는 것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의 내용이라면 참고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아마존과 삼성의 차이는 신입사원에게 성과를 기대하는 시점이었다. 삼성의 경우 상사마다 다르겠지만 선배들의 업무를 하나씩 넘겨받으면서 본인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아서 터득하는 아마존의 경우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터득하기를 기대했다. 여섯 장짜리 Launch Plan(어떤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고, 어떤 성과를 기대하며,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지 설명된 글)이 전부였던 입사 첫 주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매니저는 "앞으로 세 달 동안 네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며 부담을 덜어주었고, "이 기간을 최대한 잘 살려서 모르는 것들이 있으면 질문하고 모든 정보를 빨리 네 걸로 만들어"라는 조언도 했다.
P. 229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Self Service'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대부분의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입사 후 약 1개월 동안은 적응과 업무, 사람들과의 안면트기 등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위 내용과 더불어 위 내용에 이어 '일 잘하는 직원'의 특징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작년쯤인가, 아마존을 다닌 후 그 경험을 쓴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박정준, 한빛비즈, 2019) 책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아마존 자체에 대한 묘사는 적다. 회사 자체보다는 그곳에 아직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써 경험을 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은 젊은 감각이라고 할까 topic별로 간결하게 정리가 잘 되었는데, 책을 읽는 대상이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인 듯 하다. 회사 자체가 어떤지는 지인들에게도 들을 수 있고, 외국계 기업,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나도 쉽게 이해가 가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부분이 영향을 주었으며, 어떻게 미래를 그려나가는지에 방점을 둔 책인 것 같다. 내용들에 전부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내부자가 알려주는 기업들에의 생존방법은 이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어쩌면 첫 번째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업무를 생각해 본 사람들에겐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option을 줄 수 도 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저자가 업무 중심으로 쓴 것 인데다, 외국계기업도 업무별로 워낙 다른 점이 많아 IT나 유통업계에 있거나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을 듯 하다.
2.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궁금하고, 그 안에서 생존하는 직장인이 바라 본 일 잘하는 직원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추천, 아마존에 대한 비밀과 제프 베조스의 전략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