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국 -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디지털 기술과 문화를 선도하는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기술 권력을 대표하는 기업을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잠시 주춤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더해서 GAFAM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대표 기업들 중 3곳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다.(우연찮게 나머지 두 곳은 워싱턴 주 시애틀에 위치한다) 이 책은 배경과 이야기 주체가 이 실리콘밸리로써 책의 시작 역시 여행 가이드 북 속 시선처럼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와 빌딩을 따라가며 시작하는데 당장 보이는 건물 하나하나가 실리콘밸리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모습을 갖추는 동안 산업 이상을 보여주고, 문화, 정신, 기풍, 언어, 미학 등으로 하나의 컨셉트라고 생각하는게 좋다는 것인데, 이를 신비감의 하나라고 저자가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선 브랜드화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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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를 볼 때 저지르는 가장 큰 과오 중 하나는 그것을 하나의 균질한 인프라, 즉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빅 테크의 거대한 단일체로 가정하는 것이라고 보이드는 말했다. 사실 실리콘 밸리는 부족 같은 성격이 강하며, 진화를 거치면서 여러 층위가 겹친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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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실리콘밸리는 단지 지리적인 것으로 설명하기에는 이제 단어적 의미나 모습이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앞 부분에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서 장점은 무조건 실리콘밸리의 위상을 위대하고 좋은 것 만으로 칭찬만 하는 건 아니다. 이미 그들은 충분히 존경받고 부러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들이 갖고 누리게 된 특권의 이면,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뿌리깊은 문제, 도덕성에 대한 정책의 문제들까지 언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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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본래의 논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의도적이고 전략적으로 우리 삶의 넓은 상징체계 안에 자신들을 편입시켰다. 그런 이유를 우리는 그들에게서 단순히 사업가 이상의 뭔가를 기대한다. 그들은 이로부터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이런 입장 때문에 다른 상업 활동들에게서는 겪지 않을 새로운 압박을 겪고 있다. 가짜 뉴스와 트롤링, 필터 버블의 문제가 대중의 담론 속으로 퍼졌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그것들의 제어에 착수할 수 있는 이념적, 도덕적 페르소나를 키워왔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일을 떠맡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원하지 않는가? 물론 그들은 떠맡지 않을 것이다.

P. 139 ~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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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 같은 첨단 기업들에서 펼치고 있는 많은 사업, 그 중에서도 아직 정확한 모습이 갖춰지지도 않은 '미래여행'같은 테마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무한한 가치로 인식되고, 나아가 그들의 투표성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그 어느 내용보다 진지하기도 하다.


또한 점점 성장해 갈수록 실리콘밸리는 정책, 전술, 막강한 힘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 더 큰 목소리로 반복해 응대하고 자유, 인터넷 이용, 인권 같은 가치에 적대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반대여론에 대한 대응한다는데 책임감 이상으로 권력을 누리기도 하지만, 그에 반해 아마존이 보건 분야에 대한 시스템 구축과 그에 쏟는 노력 같은 사회적인 역할 같은 것에 대한 것, 거기에 테라포밍, 우주여행, 무인자동차 등의 트렌드와 기술보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정책, 사람들의 대중성에 대해서는 상반된 논지를 적절하게 유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는 현재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무도한 행위들은 공개적인 망신이나 신문 기사로 끝날 수 있지만 최소한 지금 이상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소비자 브랜드이므로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만약 대다수의 소비자를 독식하는 떄가 온다면 언론 또는 그와 유관된 통제 긴ㅇ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건 많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상깊은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에서 배운 클러스터 Cluster, 복합단지 Complex 등 교육과 실습, 창업, 인적 네트웍, 지원까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것에 대한 모델 들이 결론적으로는 실리콘밸리와 비슷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아마도 거기 있는 학교-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들이 대부분 그런 주요 서적의 저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가장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의 모습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들었다.


이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기업들과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단순함이 아닌 교육과 지식 공유가 계속적으로 진행시켜 실행 방식의 변화와 노력,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다시티, 미네르바 스쿨, 언칼리지 같은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아주 깊진 않지만 이에 대한 투자와 거기에 속한 사람들의 노력은 단순한 학과 개설, 산학 협동이라는 타이틀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책의 앞 부분은 저자의 의지와 시도가 명확한 비평 속에서 눈에 잘 보이는데, 뒷 부분은 조금은 그런 느낌이 줄어든다. 오히려 그들이 갖는 프로의식과 그에 따른 고객들과의 관계, 행사 같은 것에 많은 할애를 함으로써 실제에 다가서긴 하지만 희망을 전달하려는 건지 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저자가 쓰려고 했던 바를 모두 포기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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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대형 주자들의 규모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현재로서는 그들 엯 신규 시장에 달려들고 있고 새롭게 연결될 영역들이 많다. 스타 기업으로 남지 못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형태가 될 운명을 맞을 것이다. 즉 살아남으려면 워드나 엑셀처럼 보편적이고 강력한 기술을 구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날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겠지만, 그들에 대한 잡지 표지나 유명인의 수사는 달라질 것이다. 일단 거대 기업 집단이 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서 더 멋진 신생 조직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다.

P.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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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찌보면 그들에게 우리가 미래의 어떤 부분을 요구하는 만큼 그들도 우리에게 책임과 영속하는 기업이 될만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눈부신 발전 역시 시작과 발전 사이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힘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거나 그 역할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 인만큼 무조건적인 통제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 만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함께 공감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한다. 


덧붙인다면?

1. 페이스북이나 구글에 대해선 기업의 이면을 다룬 책들이 많은데 애플 같은 회사는 CEO에 대해서만 알려진 듯 해서 그런지 애플의 내부 이야기가 많았었으면 더 관심을 끌었을 것 같다. 


2. 실리콘밸리에 대한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들의 브랜드화나 보다 큰 사회적 역할의 확대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실리콘밸리가 무언지 태어나 처음 들었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예문 아카이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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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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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 책의 저자는 ‘스피노자’의 오랜 연구가라고 한다. 맞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그 사람이긴 한데 그가 정확히 그 말을 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이 책도 읽다 보면 그만큼 저자가 관심을 둔 것이 근대철학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이 책에도 ‘스피노자’가 등장한다.


철학에 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다행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턴, 갈리레이 갈릴레오, 파스칼, 뉴턴 같은 인물들이 나와 그들이 주장했던 것들, 그리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추종 또는 그렇게 함으로써 겪을 수 박에 없는 위협들, 그 당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이념들까지 포함해 단순하지만 잘 이해가 가도록 이야기를 읽어 나가듯이 구성되어 있다. 흔히 파스칼, 뉴턴, 갈릴레오는 과학자 또는 수학자 정도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나 역시 그랬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들이 학문에 있어 얼마나 다양한 사상을 함께 하고 그 안에 철학을 담으려 했는지 짧지만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주장했던 수학이나 자연과학 속에도 철학을 담으려 했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어느 한 분야에 연구가 정점에 이르는 사람을 칭하는 ‘박사가 Ph.D(Doctor of Philosophy)가 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한 스피노자에 대해선 짧지만 아래와 같이 ‘이성이 인도하는 삶’에 대해 주장한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 인지에 대해 인도하는 삶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나 그 당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 스피노자의 급진적이었던 이념,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대해 불안해 하는 반응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한 만큼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심지어 박해를 받은 것 까지-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신의 존재와 그에 대한 믿음의 변화에 대한 것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등장한 수많은 논쟁들이 생각이 나기도 해서 그런 내용을 알고 본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느꼈다.


로크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하자면, 로크는 '경험주의'라는 것으로 자신의 이념을 설명했는데, 이는 본질이 없고 각자의 경험에 따른 기억이 그 자체로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의 생각속에 자리 잡는 것이 있다면 본질이라기 보다는 경험에서 온 관념이 전부라는 것이며, 이는 그 당시의 ‘절대적인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던 시대의 조류와는 달랐을 것이다. 책에서도 설명하는 ‘라이프니츠’와는 이런 관념에 대해 논쟁을 오래 벌였는데 매우 격했던 것 같긴 하다. 이런 로크의 생각에 반박을 준비하고 이를 책으로 내려던 참에 로크가 사망하자 라이프니츠는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한다. 경쟁자로써 더 이상 논쟁을 벌일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비평을 지속할 수는 없어서였던 것인데, 이것이 인간적인 것 에서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경쟁자가 나오길 기다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다.


인상깊은 부분은?

위에 그림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 책은 아버지가 글을 쓰고, 아들이 그림을 그린 만화책이다. 그림체가 무척 귀여운데 우리나라의 멍랑만화같은 느낌이어서 보기에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체가 단순한만큼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교회 당국과 싸우는 것은 유명하지만 그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니콜라 망그량슈가 자신의 이념을 신과 함께 대화하는 것 같은 모습과 엘리자베스 공주가 생각하는 실체인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건 자칫 어려울 수 있지만 만화여서 쉽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깨달음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더불어 책에서도 얘기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은 물질과 운동을 통해 기계적인 방식, 정신적 실재와 물질적 실재에 대한 관계 같은 건 데카르트를 너무 어렵지 않게 표현했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전공책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철학 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철학자들의 생각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좋지만 어느 이런 것에 관심이 있거나, 최소한 읽어 나가면서 어떤 인물(철학자들이다)이 그 시대 어떤 업적이 있있는지를 알고 접근 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만화여서, 책이 두껍지 않아서 무조건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철학은 그 이상의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인다면?

1. 지금은 이 사람들에 대한 시각이 매우 달라졌지만 실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몇몇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여겨졌고,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한다.


2. 어떻게 보면 철학자이긴 했지만 과학적인 시각으로도 이념들에 접근한만큼 과학과 그 당시 종교가 얼마나 대척점에 있었는지도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3. 철학 또는 철학자에 대해 쉬운 접근, 그리고 근대 철학에 대해 간편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 갈릴레이 갈릴레오, 데카르트, 로크, 파스칼 같은 사람들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창비'의 '교양한당' 프로젝트를 위해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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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제학 -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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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저자는 1980년대부터 시장과 인센티브, 문화적 효과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물론 윤리적이고 내생적인 여러 비경제적 동기가 존재한다는 걸 테스트하기 부족하고 법적 계약, 공공정책 수단 같은 것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여러 학문과의 조합, 정책과 제도가 변해가는 것을 오래 추적해온 바 그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 것을 이번 저서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센티브라는 표현은 너무 쉽게도 일을 얼마나 더 하고 그럼으로써 보수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연차'에 따른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급여가 기본적인 보수라고 여겼지만, 이제 한 때 '보너스'라고 생각한 인센티브라는 용어가 공무원들의 급여 체계에 포함되며 어느 정도 비중을 갖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의 예측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 효과는 벌금과 보조금이 어떤 선호와 관련이 있고 상황에 대한 인식 변화, 그럼으로써 일부 선호에 주목하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외면하도록 만들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새로운 취향, 습관, 윤리적 약속, 그 밖의 행동 동기를 습득하는 과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까지 효과로 규정한다. (P. 192)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의 역효과에 대한 부분에 저자는 더 집중한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서 주어지는 조건과 의미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어떤 목적을 위해 명시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나 제약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기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과중한 벌금을 내게 해서 부담을 주거나 무거운 형벌을 내려 죄를 덜 지을 수 있게는 할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조직 내에서 직원에게 잘못을 줄이기 위해 이런 체벌을 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시각에서다. 반대로 잘했다고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 역시 그 기준과 범위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그 이상의 불만이나 반감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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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놀라운 점은 경제를 표준적인 효율성 조건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때때로 효율성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인센티브와 사회적 선호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한 다음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계약이 불완전해서 시장실태가 발생하는 경우, 신뢰나 호혜성 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규범이 이러 시장실패를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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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에 대해서도 배분이 잘 되는지, 구성원들은 정직한지, 그 사이에 부정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주체마다 다르다는 건 약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가 제시한 것이 있는데, 이 책에서 인용한 조슈아 그린 Joshua Greene의 저서를 통해 도덕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인데 첫째, 숙고의 과정은 결과에 기반하고 공리주의적인 반면, 정서적 과정의 의무나 규칙에 순응하는 비결과주의적 판단, 둘째 이런 행의 방식들은 각각 상이한 외 영역 (숙고적인) 전두엽과 (정서적인) 변연엽의 활성화와 관연 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인센티브가 결과주의적 추론을 전면에 나서게 할 수도, 의무론적 판단을 뒷전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P. 175)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인센티브를 받고 그것을 보상으로써 받아들이는데 감정적이냐 정서적이냐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지 금액 자체를 실적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반대입장에 대한 근거로 HP의 설리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팩커드의 방법을 들기도 했는데, 예전 GE에서 일할 때 보안강화와 직원들의 모든 순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부속품을 훔쳐가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틈이 날 때 마다 직원들이 부품을 빼돌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본인의 회사에서는 반대로 부품 창고를 개방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특허가 개발되는 기회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를 도덕적 기준과 함께 신뢰와 선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 역시 이런 신뢰와 선의를 갖고 있어야 그것을 주는 주체 역시 투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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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버넌스 체계에서도 인센티브와 제약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닮았다는 가정 아래 정책을 수립하거나 법을 설계하면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하려던 바로 그 이기심만을 조장함으로써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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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얘기한 건, 저자의 이전 저서 자본주의 이해하기(새뮤얼 보울스 외, 2009)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설명한 적 있는데, 어떤 범위안에서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 결국은 원하는 자와 그것을 주는 자와의 이해가 잘 맞아 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보상을 더 원한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고, 회사에서 직원을 자극하기 위한 용도로 보상 체계를 만든다고 다 성공할 수는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조건이 초과라는 기준을 만나는 것, 받고 싶은 사람은 일한 것 이상으로 받기를 원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저자는 '도덕 Moral'이라는 규정으로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은 인문서나 교양서라고 보기에 매우 어려운 편이다. 그런 기준에서 책보다는 논문에 가깝고 그런 만큼 읽고자 하는 대상이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아쉽지만 내가 그 기준에 드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나마 '인센티브'라는 특정한 조건에 잘 맞춰진 사람이어서 읽다가 공감 가거나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각에 대한 것들이 있어서 중간중간 잘 이어나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의 문제-정확히는 용어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여기서 굉장히 많이 나오는 단어인 거버넌스 governance, 인센티브 Incentive, 몰아냄 효과 crowding-out 같은 용어들이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으므로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설명을 읽어도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역자도 용어를 그대로 표기한거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전문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읽어 나가다 보면, 처음에 그냥 가벼운 사례로 드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일랜드 주택단지의 비닐봉투',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어린이집', '보스턴시 소방청'는 뒤에까지 계속 복기된다. 앞서 설명한 이론과 뒤에서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 그럼에 따라 그 사례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하는 건데 앞에서 그 이야기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읽어나가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도덕'적인 시각으로 '인센티브'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바라본 '경제'가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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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계층화, 그리고 불안정성을 정치적 자유주의의 도덕적 기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반 조건들을 해치는 요인들입니다. 자본주의가 새로운 형태로 변모함으로써 과연 정치적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도덕적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체제가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문제입니다.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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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이 그냥 서적보다는 논문이라는 틀에 치환시켜 본다면 이 책에 든 사례들을 이론적 기반을 뒷받침하고 그것의 결론으로써 정리하고 주장한 것이 이번 책의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v. 덧붙인다면?

1. 실험실 게임(P. 87 ~88)이라는 실험 툴로써 예시한 것이 있는데(일회성 죄수의 게임, 선물교환 게임, 독재자 게임 등), 그에 대한 비교, 사례 언급이 여러차례 나오기도 한다. 나름대로는 자세히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 경제학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하버드 대학의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 교수와는 좀 다른 시각도 있는 듯 한데,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3. '도덕'이라는 사회적, 관습적 개념과 '보상'이라는 경제적 개념이 어떻게 한 테두리 안에서 엮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인센티브나 처벌같은 보상 개념엔 관심 없고 '경제'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든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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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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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최근 우리나라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에까지 관심이 이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북회담 이후에도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북한의 모습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는 한 사람에 대한 관심 이전에 그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느냐에 대해 어느 정도를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간다. 

광고용일 수는 있지만 마식령 스키장과 놀이공원 같은 오락시설, 백화점,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때 굳건한 사회주의 문명국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일부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어느정도 전환에 한발 다가섰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 경제부흥이라고 하기엔 부조감이 있지만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물적 변화라는 것에는 아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적 변화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탄탄한 기본이 있어야 할 텐데 성공한 사례의 겉모습만을 따라하고,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지 않는다면 또 다시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현대의 불안한 북한의 정치체계를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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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북한사회의 변화를 실감나게 이해하기 위해서 남한사회에서 익숙한 대기업 총수의 삼대세습 드라마와 비교해보자.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창업하고 아버지 김정일이 어렵게 지킨 대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은 젊은 재벌 3세와 비슷한 입장이다. 

(중략)

아버지가 고집스레 옛날 방식으로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경영권은 지켰지만, 거래처는 다 끊기고 신용도 잃어서 외부투자조차 유치할 길이 없다. 

(중략)

당신이 물려받은 기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경영권을 방어하고 시업을 살릴 것인가? 수많은 한류 드라마의 주제가 된 다양한 파멸 스토리 또는 성공 시나리오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P. 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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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염려하는 만큼 아직은 기존의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것에 현 지도자가 내실보다는 외양을 키우고 있으며 지금보다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급하게 단정할게 아닌 서서히 고민하고 외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그것을 위한 협상에 대해서도 북한이 보이는 효율성이나 합리성과는 관련 없는 일방적인 대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감정적' 이라고 언급하였다. 외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느 뉴스를 보더라도 북한은 자존심은 있는 대로 세우고 그것을 원칙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느 상대방도 그것을 있는 그 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텐데 말이다. 그리고 뭐든지 지금 이루고자 하는 것은 외교가 아닌 개인적인 결정, 흡사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듯 한 느낌인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상대방을 위협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하기 위한 방법이며, 그래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거라는 근거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고집에 어떤 형태로 국가들이 반응하는지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강력한 무기'가 다른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이유이며, 어쩌면 그럼으로써 더욱 대화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다.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다큐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다만 저자가 유치원과 탁아소, 학교를 둘러보며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그들의 얼굴에서 독재국가에서 사는 것에 대한 슬픔을 찾으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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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주의 경제체제 붕괴 이후, 적대적 세력에 포위되어 봉쇄를 겪고 있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이 1930년대 말 일본군 토벌대에 포위된 만주 빨치산의 운명과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동지애로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신념을 주입하려고 한 것이다. 

(중략)

즉, 빨치산 전투논리를 따르는 굶주림과의 투쟁에서 민간인보다 군을 우선시한다는 선군정치의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빨치산들에게는 민간인들이 생존의 열쇠였다. 적의 공격을 받으면 그들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로 마을을 떠나 산으로 갔다. 그런 엄연한 모순은 간과되었다.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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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중요한 사실들은 빼놓고 드러난 것들에 대해서만 선전에 이용한다는 것을 역셜하며, 앞서 말한 아이들의 웃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보이는 사회적인 모든 행동들 모두 단순한 세뇌나 교육에 따르는 게 아닌 이미 마음속에 있는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이 북한의 현재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체제의 중요한 부분이며, 앞으로도 있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치관이 된다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름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 사람들도 우리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많은 부분을 동의할 순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북한을 떠올릴 때 그것이 '핵무기'나 '김정은'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설하려는게 아닌가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저자가 북한을 오고 가면서 여러 가지 정치, 사회, 경제, 주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다뤘고, 지만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다. 심리학의 입장으로 핵무기를 다루는 북한 고위 인사들을 바라보는 것, 역사적 시선으로 북한의 현재를 분석하는 것, 학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살피는 것 같은 건 우리가 뉴스로 보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게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동안 두 국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왔다. 그래서 이런 서로간의 시선을 담는 글이나 매체들은 앞으로 있을 남과 북의 대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을 위해 정확하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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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보이지 않는 그 선이 이렇게 한 민족을 갈라 놓을 줄 몰랐다. 생소한 선 하나가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온 사람들을 두 무더기로 나누어 그렇게 다른 길을 가게 알 수 있을 줄은.

(중략)

제국주의 시대 강대국들이 지도 위에 그어놓은 모든 직선은 산과 강 같은 자연은 물론,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도 가차없이 분할했다. 그 경계선은 식민지배가 끝난 뒤에도 견고한 국경이 되어 인위적으로 다른 국가와 국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많은 신생국가들이 탄생했다.

P.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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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저자의 생각조차 정치적인 시각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자체가 아닌 분단된 나라에 대한 것을 바라보자면 다른 나라의 누구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두 나라의 관계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 우리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저가가 여러 가지 북한에 대해 담은 글들은 동의든 반대든 우리가 읽어보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덧붙인다면?

1. 북한주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탈북민을 다룬 다큐에서 본 주민들의 이야기에 비해 시점의 차이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다른 것 같다.


2. 북한을 직접 다녀온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거나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면 추천,우리나라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 북한은 관심조차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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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지구 벙커X - 강영숙 장편소설
강영숙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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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자연재해나 전쟁, 질병 이후 Apocalypse를 다룬 소설들이 꽤 많은 듯 하다. 전쟁, 질병, 그리고 단수 등 그 종류도 많고 그와 동시에 배경도 다양한데, 이번 소설도 그 중 '지진' 이후의 도시,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으며, 배경은 가상의 지역이긴 하지만 나라는 '한국'이다.


이 소설에 중요한 것은 인물과 배경인 것 같다. 사건 자체는 엄중하지도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큰 '지진'이라는 재해 이후 그에 따른 미세먼지와 탁한 공기, 잿빛 가득한 풍경과 번창했던 도시가 이제 무너진 잔해만 남은 모습 자체가 인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두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삶의 모습이 열악해지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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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타운에서 채소 가게를 했던, 나와 좀 가까운 사이였던 한 여자가 생리대가 없어서 흰 셔츠 한장을 조각조각 잘라 사용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P. 18


우리는 작은 플라스틱 수저를 들고 철가루를 먹었다. 진짜 철가루는 아니었지만 부림지구에서만 팔았다. 철가루 색깔의 과자를 곱게 갈아 파우더 형태로 유리병에 담아둔, 부림지구인간들만의 간식이었다. 부림지구에서는 철가루를 먹으면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P.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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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만으로 봐선 귀신조차 피해가고 싶은 엉망이 된 도시 그 어느 아래에 망가진 버스로 만든 임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그려지기 때문에 밖의 상황만큼 내부의 모습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아 더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가 모두 이런 절망 또는 멸망을 겪는 것은 아니다.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어디선가엔 정부가 존재하고, 그 정부에서는 이런 거주자들에 대한 이주를 권유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조건이라는 건 몸에 칩을 이식하고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후엔 N시로 떠나보낸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그것까진 정확하게 그리지 않아 그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로 보내버리기 위한 감언이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로서는 한번쯤 흔들릴만한 제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 부림지구의 벙커X에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이 들이닥쳐 이들을 끌고 가기도 하고 거기 살던 사람들이 도망을 가기도 하는데, 이런 상반된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전에 본 '알리타: 배틀 엔젤(2018,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떠오르긴 했다. 물론 그 영화도 '총몽'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것이지만, 거기서도 고철 쓰레기와 범죄가 들끓는 고철도시와 바로 위에 떠있는 공중도시 '자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런 배경적 이분법에 대해서는 다른 영화나 소설에서도 다룬 부분이기도 했다. 신체에 칩을 넣고 국가의 관리를 받는 생활도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벙커에서의 열악한 삶을 읽다 보면 어떻게든 그걸 벗어나는게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N시로의 이주가 지금보다는 나은 삶이어야 바란다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하지만.


많이 다뤄온 것이지만 위생적인 것 외에 인간이 사는데 더 힘든 건 먹을게 아닌가 한다. 그에 대해선 상상도 하기 싫지만, 언젠가 등장할 거라고 생각한 그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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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대피소에 식량 지급이 뜸해졌다. 며칠이 지나자 결국 벌레를 먹게 됐다. 흰 플라스틱 통에 넣어둔 벌레들은 서로의 몸 안으로 파고들면서 비슷한 무늬의 동선을 계속 퍼뜨렸다. 손 위에 놓인 벌레는 따뜻했다. 촉수로 피부를 빨아들인다거나 하는 불쾌감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부터 벌레를 잘 먹기는 쉽지 않았다.

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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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런 먹을거리, 입을거리 같은 것에서부터 지금 이 벙커의 삶이 오래되었고, 피폐하며, 절박한 것인지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심지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유진'이라는 인물조차 본인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말들로 ㄱ걸 설명할 정도이니 위에서 말한 벌레를 먹는 것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열악하게 변할 벙커내 삶의 시작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이어온 치열한 삶의 연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야기의 주 화자인 '유진'조차 나이를 속이고, 직업을 속이며, 심지어 중간중간 어떤 야릇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을 언급할 만큼 벙커X안의 사람들도 다양하긴 하다. 세련된 노부부와, 젊은 청년, 주인공을 따르는 소녀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끈질긴 삶을 이어 나간다고 봤을 때, 이 안에서 더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건 등장인물이 적어서 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각자가 가진 이야기는 있긴 하다. 노부부가 왜 이 지역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전에 신문기자였던 사람은 왜 배급 일을 하고 있는지, 벙커 안의 사람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모으는 사람까지 읽다보면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모았을까 싶기도 하다.


등장인물이 많고 그만큼 다수의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음모나 거기서의 계급끼리의 싸움 같은 갈등이 무리를 지어 폭발한다면 더욱 규모가 커지는 극적 스토리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조심할 것은 외부(특히 이 사람들을 이주시키려는 정부)일 뿐 이 사람들은 살짝살짝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아주 나쁜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래서 이 소설이 짧아지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들의 사연을 다 털어놓기에도 분량이 적고, 그나마 외부인들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영화에서 보아오던 멸망과 같은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더 극적인 뒷부분을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인물과 배경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헐리우드 영화 같은 어마어마한 사건이나 무리지어 싸우는 장면을 기대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도 다 진실이 아닐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 아는 사람이 겪은 이야기라고 본다면 그것 역시 지금의 공포스럽고 제한된 삶을 묘사한 것이니 다른 시각으로는 진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어두운 현실에서도 어머니의 기억, 특히 딸이 많은 집에서 아들 대신 낳은 딸의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지었고, 그래서 엄마가 남자 이름이었다는 이전 시대의 상황적인 모습, 부림지구가 제철단지로 큰 변영을 누리던 시절, 거기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아버지의 기억-자면서도 일했고, 그 당시 제철단지는 철이 녹아 쇳물이 될 때까지, 쇳물이 쇠가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던-까지 그런 것들 역시 재난 이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말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진 않는다. 강인한 삶의 모습,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다분히 현실적인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인격체라는 생각은 들어도 지금의 삶이 충분히 나아지지 않은 상황, 또 다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결말이 그들을 위한 최선인가라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그와 동시에 '유진'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죽음까지 늘 생각하고 있는 건 안타깝다.

책을 읽으면서 워낙 현실적인 배경과 주변의 모습에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의 어떤 암울한 모습이 거기 투영되기 때문에 더 한 것 같다.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미세먼지, 갑자기 늘어난 지진 등 이런 국가적 재난 이후 우리의 삶이 과연 지금과 같은 것인가에 대해선 무섭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으니 이런 소설의 묘사가 더 와닿는 건 아닐까?


덧붙인다면?

1. 짐작이긴 하지만 포항, 광양, 창원을 배경으로 한 것 같다. 도시의 주력 산업, 도시의 모습, 번화가의 모습들의 묘사가 비슷한 느낌이다. 


2. 몇 가지 정확하게 끝맺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주인공 '유진'의 진짜 과거라든가, 중간에 사람들이 털어 놓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노부부의 아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등 소소한 이야기들의  진실이  궁금하다.


3. 재난 이후 갇힌 사람들이 살아가는 리얼한 삶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추천, '설국열차'같은 계급간의 싸움이나 드라마틱한 반전을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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