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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이 책의 저자는 ‘스피노자’의 오랜 연구가라고 한다. 맞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그 사람이긴 한데 그가 정확히 그 말을 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이 책도 읽다 보면 그만큼 저자가 관심을 둔 것이 근대철학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이 책에도 ‘스피노자’가 등장한다.
철학에 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다행히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턴, 갈리레이 갈릴레오, 파스칼, 뉴턴 같은 인물들이 나와 그들이 주장했던 것들, 그리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추종 또는 그렇게 함으로써 겪을 수 박에 없는 위협들, 그 당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이념들까지 포함해 단순하지만 잘 이해가 가도록 이야기를 읽어 나가듯이 구성되어 있다. 흔히 파스칼, 뉴턴, 갈릴레오는 과학자 또는 수학자 정도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나 역시 그랬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들이 학문에 있어 얼마나 다양한 사상을 함께 하고 그 안에 철학을 담으려 했는지 짧지만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주장했던 수학이나 자연과학 속에도 철학을 담으려 했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어느 한 분야에 연구가 정점에 이르는 사람을 칭하는 ‘박사가 Ph.D(Doctor of Philosophy)가 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한 스피노자에 대해선 짧지만 아래와 같이 ‘이성이 인도하는 삶’에 대해 주장한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 인지에 대해 인도하는 삶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더 깊이 들어가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나 그 당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 스피노자의 급진적이었던 이념,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대해 불안해 하는 반응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한 만큼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심지어 박해를 받은 것 까지-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신의 존재와 그에 대한 믿음의 변화에 대한 것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등장한 수많은 논쟁들이 생각이 나기도 해서 그런 내용을 알고 본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느꼈다.
로크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하자면, 로크는 '경험주의'라는 것으로 자신의 이념을 설명했는데, 이는 본질이 없고 각자의 경험에 따른 기억이 그 자체로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의 생각속에 자리 잡는 것이 있다면 본질이라기 보다는 경험에서 온 관념이 전부라는 것이며, 이는 그 당시의 ‘절대적인 어떤 것’을 보여주려 하던 시대의 조류와는 달랐을 것이다. 책에서도 설명하는 ‘라이프니츠’와는 이런 관념에 대해 논쟁을 오래 벌였는데 매우 격했던 것 같긴 하다. 이런 로크의 생각에 반박을 준비하고 이를 책으로 내려던 참에 로크가 사망하자 라이프니츠는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한다. 경쟁자로써 더 이상 논쟁을 벌일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비평을 지속할 수는 없어서였던 것인데, 이것이 인간적인 것 에서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경쟁자가 나오길 기다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다.
인상깊은 부분은?
위에 그림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 책은 아버지가 글을 쓰고, 아들이 그림을 그린 만화책이다. 그림체가 무척 귀여운데 우리나라의 멍랑만화같은 느낌이어서 보기에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체가 단순한만큼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교회 당국과 싸우는 것은 유명하지만 그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니콜라 망그량슈가 자신의 이념을 신과 함께 대화하는 것 같은 모습과 엘리자베스 공주가 생각하는 실체인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설명하는 건 자칫 어려울 수 있지만 만화여서 쉽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깨달음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더불어 책에서도 얘기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은 물질과 운동을 통해 기계적인 방식, 정신적 실재와 물질적 실재에 대한 관계 같은 건 데카르트를 너무 어렵지 않게 표현했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전공책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철학 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철학자들의 생각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좋지만 어느 이런 것에 관심이 있거나, 최소한 읽어 나가면서 어떤 인물(철학자들이다)이 그 시대 어떤 업적이 있있는지를 알고 접근 한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만화여서, 책이 두껍지 않아서 무조건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철학은 그 이상의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인다면?
1. 지금은 이 사람들에 대한 시각이 매우 달라졌지만 실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몇몇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여겨졌고,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한다.
2. 어떻게 보면 철학자이긴 했지만 과학적인 시각으로도 이념들에 접근한만큼 과학과 그 당시 종교가 얼마나 대척점에 있었는지도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3. 철학 또는 철학자에 대해 쉬운 접근, 그리고 근대 철학에 대해 간편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 갈릴레이 갈릴레오, 데카르트, 로크, 파스칼 같은 사람들을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창비'의 '교양한당' 프로젝트를 위해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