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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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최근 우리나라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에까지 관심이 이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북회담 이후에도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북한의 모습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는 한 사람에 대한 관심 이전에 그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느냐에 대해 어느 정도를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간다. 

광고용일 수는 있지만 마식령 스키장과 놀이공원 같은 오락시설, 백화점,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때 굳건한 사회주의 문명국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일부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은 어느정도 전환에 한발 다가섰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 경제부흥이라고 하기엔 부조감이 있지만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물적 변화라는 것에는 아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외적 변화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탄탄한 기본이 있어야 할 텐데 성공한 사례의 겉모습만을 따라하고,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지 않는다면 또 다시 실패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현대의 불안한 북한의 정치체계를 우리나라와 비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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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북한사회의 변화를 실감나게 이해하기 위해서 남한사회에서 익숙한 대기업 총수의 삼대세습 드라마와 비교해보자.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창업하고 아버지 김정일이 어렵게 지킨 대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은 젊은 재벌 3세와 비슷한 입장이다. 

(중략)

아버지가 고집스레 옛날 방식으로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경영권은 지켰지만, 거래처는 다 끊기고 신용도 잃어서 외부투자조차 유치할 길이 없다. 

(중략)

당신이 물려받은 기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경영권을 방어하고 시업을 살릴 것인가? 수많은 한류 드라마의 주제가 된 다양한 파멸 스토리 또는 성공 시나리오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P. 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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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염려하는 만큼 아직은 기존의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것에 현 지도자가 내실보다는 외양을 키우고 있으며 지금보다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급하게 단정할게 아닌 서서히 고민하고 외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그것을 위한 협상에 대해서도 북한이 보이는 효율성이나 합리성과는 관련 없는 일방적인 대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감정적' 이라고 언급하였다. 외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느 뉴스를 보더라도 북한은 자존심은 있는 대로 세우고 그것을 원칙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느 상대방도 그것을 있는 그 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텐데 말이다. 그리고 뭐든지 지금 이루고자 하는 것은 외교가 아닌 개인적인 결정, 흡사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듯 한 느낌인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상대방을 위협해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하기 위한 방법이며, 그래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거라는 근거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고집에 어떤 형태로 국가들이 반응하는지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강력한 무기'가 다른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이유이며, 어쩌면 그럼으로써 더욱 대화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다.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다큐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다만 저자가 유치원과 탁아소, 학교를 둘러보며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그들의 얼굴에서 독재국가에서 사는 것에 대한 슬픔을 찾으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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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주의 경제체제 붕괴 이후, 적대적 세력에 포위되어 봉쇄를 겪고 있는 북한의 어려운 상황이 1930년대 말 일본군 토벌대에 포위된 만주 빨치산의 운명과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동지애로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신념을 주입하려고 한 것이다. 

(중략)

즉, 빨치산 전투논리를 따르는 굶주림과의 투쟁에서 민간인보다 군을 우선시한다는 선군정치의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빨치산들에게는 민간인들이 생존의 열쇠였다. 적의 공격을 받으면 그들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로 마을을 떠나 산으로 갔다. 그런 엄연한 모순은 간과되었다.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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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중요한 사실들은 빼놓고 드러난 것들에 대해서만 선전에 이용한다는 것을 역셜하며, 앞서 말한 아이들의 웃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보이는 사회적인 모든 행동들 모두 단순한 세뇌나 교육에 따르는 게 아닌 이미 마음속에 있는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이 북한의 현재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체제의 중요한 부분이며, 앞으로도 있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치관이 된다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름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 사람들도 우리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많은 부분을 동의할 순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북한을 떠올릴 때 그것이 '핵무기'나 '김정은'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설하려는게 아닌가 한다. 



인상깊은 부분은?

저자가 북한을 오고 가면서 여러 가지 정치, 사회, 경제, 주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다뤘고, 지만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다. 심리학의 입장으로 핵무기를 다루는 북한 고위 인사들을 바라보는 것, 역사적 시선으로 북한의 현재를 분석하는 것, 학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살피는 것 같은 건 우리가 뉴스로 보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게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동안 두 국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왔다. 그래서 이런 서로간의 시선을 담는 글이나 매체들은 앞으로 있을 남과 북의 대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을 위해 정확하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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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보이지 않는 그 선이 이렇게 한 민족을 갈라 놓을 줄 몰랐다. 생소한 선 하나가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온 사람들을 두 무더기로 나누어 그렇게 다른 길을 가게 알 수 있을 줄은.

(중략)

제국주의 시대 강대국들이 지도 위에 그어놓은 모든 직선은 산과 강 같은 자연은 물론,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도 가차없이 분할했다. 그 경계선은 식민지배가 끝난 뒤에도 견고한 국경이 되어 인위적으로 다른 국가와 국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많은 신생국가들이 탄생했다.

P.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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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저자의 생각조차 정치적인 시각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자체가 아닌 분단된 나라에 대한 것을 바라보자면 다른 나라의 누구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두 나라의 관계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 우리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저가가 여러 가지 북한에 대해 담은 글들은 동의든 반대든 우리가 읽어보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없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덧붙인다면?

1. 북한주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탈북민을 다룬 다큐에서 본 주민들의 이야기에 비해 시점의 차이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다른 것 같다.


2. 북한을 직접 다녀온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거나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면 추천,우리나라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 북한은 관심조차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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