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학 -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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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저자는 1980년대부터 시장과 인센티브, 문화적 효과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물론 윤리적이고 내생적인 여러 비경제적 동기가 존재한다는 걸 테스트하기 부족하고 법적 계약, 공공정책 수단 같은 것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테스트를 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여러 학문과의 조합, 정책과 제도가 변해가는 것을 오래 추적해온 바 그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 것을 이번 저서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센티브라는 표현은 너무 쉽게도 일을 얼마나 더 하고 그럼으로써 보수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연차'에 따른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급여가 기본적인 보수라고 여겼지만, 이제 한 때 '보너스'라고 생각한 인센티브라는 용어가 공무원들의 급여 체계에 포함되며 어느 정도 비중을 갖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의 예측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 효과는 벌금과 보조금이 어떤 선호와 관련이 있고 상황에 대한 인식 변화, 그럼으로써 일부 선호에 주목하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외면하도록 만들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새로운 취향, 습관, 윤리적 약속, 그 밖의 행동 동기를 습득하는 과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까지 효과로 규정한다. (P. 192)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의 역효과에 대한 부분에 저자는 더 집중한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서 주어지는 조건과 의미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어떤 목적을 위해 명시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나 제약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기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과중한 벌금을 내게 해서 부담을 주거나 무거운 형벌을 내려 죄를 덜 지을 수 있게는 할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조직 내에서 직원에게 잘못을 줄이기 위해 이런 체벌을 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시각에서다. 반대로 잘했다고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 역시 그 기준과 범위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그 이상의 불만이나 반감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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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놀라운 점은 경제를 표준적인 효율성 조건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때때로 효율성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인센티브와 사회적 선호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한 다음의 논리를 따라가 보자. 계약이 불완전해서 시장실태가 발생하는 경우, 신뢰나 호혜성 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규범이 이러 시장실패를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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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에 대해서도 배분이 잘 되는지, 구성원들은 정직한지, 그 사이에 부정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주체마다 다르다는 건 약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가 제시한 것이 있는데, 이 책에서 인용한 조슈아 그린 Joshua Greene의 저서를 통해 도덕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인데 첫째, 숙고의 과정은 결과에 기반하고 공리주의적인 반면, 정서적 과정의 의무나 규칙에 순응하는 비결과주의적 판단, 둘째 이런 행의 방식들은 각각 상이한 외 영역 (숙고적인) 전두엽과 (정서적인) 변연엽의 활성화와 관연 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인센티브가 결과주의적 추론을 전면에 나서게 할 수도, 의무론적 판단을 뒷전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P. 175)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인센티브를 받고 그것을 보상으로써 받아들이는데 감정적이냐 정서적이냐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지 금액 자체를 실적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반대입장에 대한 근거로 HP의 설리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팩커드의 방법을 들기도 했는데, 예전 GE에서 일할 때 보안강화와 직원들의 모든 순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부속품을 훔쳐가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틈이 날 때 마다 직원들이 부품을 빼돌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본인의 회사에서는 반대로 부품 창고를 개방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특허가 개발되는 기회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를 도덕적 기준과 함께 신뢰와 선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 역시 이런 신뢰와 선의를 갖고 있어야 그것을 주는 주체 역시 투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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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버넌스 체계에서도 인센티브와 제약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와 닮았다는 가정 아래 정책을 수립하거나 법을 설계하면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하려던 바로 그 이기심만을 조장함으로써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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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얘기한 건, 저자의 이전 저서 자본주의 이해하기(새뮤얼 보울스 외, 2009)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설명한 적 있는데, 어떤 범위안에서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 결국은 원하는 자와 그것을 주는 자와의 이해가 잘 맞아 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보상을 더 원한다고 해서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고, 회사에서 직원을 자극하기 위한 용도로 보상 체계를 만든다고 다 성공할 수는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조건이 초과라는 기준을 만나는 것, 받고 싶은 사람은 일한 것 이상으로 받기를 원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저자는 '도덕 Moral'이라는 규정으로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은 인문서나 교양서라고 보기에 매우 어려운 편이다. 그런 기준에서 책보다는 논문에 가깝고 그런 만큼 읽고자 하는 대상이 특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아쉽지만 내가 그 기준에 드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나마 '인센티브'라는 특정한 조건에 잘 맞춰진 사람이어서 읽다가 공감 가거나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각에 대한 것들이 있어서 중간중간 잘 이어나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의 문제-정확히는 용어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여기서 굉장히 많이 나오는 단어인 거버넌스 governance, 인센티브 Incentive, 몰아냄 효과 crowding-out 같은 용어들이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으므로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설명을 읽어도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역자도 용어를 그대로 표기한거라 생각하는데 그만큼 전문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읽어 나가다 보면, 처음에 그냥 가벼운 사례로 드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일랜드 주택단지의 비닐봉투',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어린이집', '보스턴시 소방청'는 뒤에까지 계속 복기된다. 앞서 설명한 이론과 뒤에서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 그럼에 따라 그 사례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하는 건데 앞에서 그 이야기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읽어나가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도덕'적인 시각으로 '인센티브'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바라본 '경제'가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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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계층화, 그리고 불안정성을 정치적 자유주의의 도덕적 기초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반 조건들을 해치는 요인들입니다. 자본주의가 새로운 형태로 변모함으로써 과연 정치적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도덕적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체제가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문제입니다.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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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이 그냥 서적보다는 논문이라는 틀에 치환시켜 본다면 이 책에 든 사례들을 이론적 기반을 뒷받침하고 그것의 결론으로써 정리하고 주장한 것이 이번 책의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v. 덧붙인다면?

1. 실험실 게임(P. 87 ~88)이라는 실험 툴로써 예시한 것이 있는데(일회성 죄수의 게임, 선물교환 게임, 독재자 게임 등), 그에 대한 비교, 사례 언급이 여러차례 나오기도 한다. 나름대로는 자세히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 경제학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하버드 대학의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 교수와는 좀 다른 시각도 있는 듯 한데,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3. '도덕'이라는 사회적, 관습적 개념과 '보상'이라는 경제적 개념이 어떻게 한 테두리 안에서 엮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인센티브나 처벌같은 보상 개념엔 관심 없고 '경제'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든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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