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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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처음 책을 받았을때는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제목만 보고 어떤 이야기(소설이나 극본)를 쓰기 위해 필요한 작법 또는 이야기를 더 풍부해지게 할만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지 도움을 주는 책인가 하는 선입견을 가졌다. 하지만 ‘The science of storytelling’이라는 원제에서 보듯이 창작 이론가들이 생각해내는 서사에 심리학, 신경과학과 유사한 것들이 발견되는 만큼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도 뇌과학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쓰여진 책이다. 하지만 뇌과학에 기반했다고 해서 책이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지 이론적인 배경일 뿐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들을 조금씩 예로 들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차례는 크게 4개의 chapter로 구분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머릿속에 세계를 형성하고 어떤 논리로 그 세계를 인식하는지를, 2장에서는 인물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며, 그 성격을 어떤 식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지와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인물에 대해서, 3장에서는 「극적 질문」을 통해 인물의 극적 질문이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되는지, 그리고 4장 「플롯과 결말」에서 기존 작법서에서 주로 다루었던 플롯을 설명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그것의 시작부터 마지막을 향해 어떻게 나아갈지는 모든 창작자의 고민일 것이다. 반전의 반전이 주는 쾌감도 좋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반전이 주는 피로감도 분명 있을테니 ‘딱 필요한 만큼’ 이야기에 강도를 더하는게 어려움일텐데, 이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가, 또는 창작자는 그것을 어떻게 느꼈는가 되묻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 속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이 책의 저자는 잊지 않는다. 대표적으로는 ‘인물’이라는 중요한 요소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저자 역시 이런 부분이 가장 독자가 이해하기 쉬울거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야기 하는데, 인물이 보여주는 모든 행위, 예를 들러 대화, 사회적 행동, 기억, 욕구, 슬픔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든 이야기는 인물에 관한 것으로 갈등이 자신과 외부 세계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인물이 보여주는 모형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겠지만 이런 모형 자체가 결함이 있으니 완벽하다고 생각한 이후에도 복잡한 상황을 마주한다든지 더 큰 갈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장에서는 인물의 의식 차원에서 어떤 것을 원하지만 잠재의식 차원에서 전혀 다른 것을 필요로 할 수 있고 이를 내적 모순으로써 자각하는, 그래서 다차원적인 주인공이 의식 차원의 욕망과 잠재의식이 부딪혀 더욱 강력한 인물의 변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설명하는데, 이는 <인물의 충돌 – 튕겨냄 – 다시 충돌 – 다시 튕겨냄 - 새롭게 변형되어간다>는 것이다.(저자는 이를 ‘인상적인 변화의 춤을 춘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래서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메리칸 뷰티>를 예로 들었는데 예전에 내가 영화를 볼 때 느끼지 못했던 것까지 상기시켜 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되새기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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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둘러싼 환경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관한 단서가 풍부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고 이는 자격증이나 책, 문신이나 의미있는 물건을 통해 드러낼 수 있다. 동기부여가 되는 포스터나 향초, 혹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거나 흥분시키거나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는 물건처럼 일종의 ‘감정 조절’ 가능을 하는 것들을 이용한다.

P.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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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표면적 사건(전환, 추적, 폭발)이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작품 속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경험하기 떄문에 우릳 인물처럼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극에 주의를 빼앗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만드는 인물이 없다면 사건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현상일 뿐이다.

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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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는 다시 젊어지기를 원했지만 사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성숙해지고 어른으로써 진실로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처럼 감동적이고 통찰력 있는 장면에서 그의 나은 자아가 잠재의식ㅇ서 뜷어오르는 사이, 우리는 극적 질문의 답이 갑자기 뒤집힌 것을 알아챈다. 이 장면이 더욱 강렬한 이유는 우리가 아는 레스터라는 인물에게 일어난 변화를 그려서만이 아니다.

P.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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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은 이처럼 ‘인물’이라는 예와 같이 어떤 이야기를 더욱 빨리 재미있게 받아들이느냐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뇌에서 생성된 환각의 세계는 전문화되고 특정 욕구에 의해 움직인다는 전문적인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이 느끼는 바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가며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례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어렵지 않았다. 


인상깊은 부분은?

글을 재미있게 쓰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상상이지만 더욱 흥미를 끌게 만들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스토리텔링하는 뇌가 감각기관에서 올려보내는 전기 파동을 가지고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배경을 구축해 나가는데, 어찌 보면 그것이 기억이나 기존에 알고 있는 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SF나 판타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극대화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나옴으로써 작품 속 환각에서 끌려나오기 보다는 오히려 이야기의 밀도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화 <스타워즈>를 예로 드는데, 거기서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속도나 거리에 대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옴에도 그저 나오는 것 만으로 사실이 된다는 것이다. 단어 만으로도 행성이 떠오르고 엔진이 윙위 거리는 기분, 그리고 어느 행성의 구석진 곳의 모습까지 머릿속에서는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어떤 모형을 만들고 그것이 상상의 결과일 때 사실보다 더 사실처럼 느껴지게도 만들 수 있다는게 당연하지만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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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독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뇌는 외부 세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받아서 신경계 모형으로 변환한다. 책의 글자를 눈으로 훑으며 글아제 내포된 정보가 전기 파장으로 변환되고, 뇌가 그 파장을 받아 글자들이 제공하는 모형을 생성한다. 책에 적힌 단어들이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 문을 묘사하면 독자의 뇌에서도 경첩 하나로 매달린 헛간 문 모형을 생성하는 것이다.

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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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것은 어떻게 더욱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이 환각의 세게는 특정 생존 욕구에 맞게 조율되고, 좁은 범위에서 중요하고 복잡한 주변 환경을 위해 더욱 호기시을 갖고 흥미진진한 부분을 파고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이론을 설명하는데만 그치지는 않는다. 4장과 이 책 뒷부분 부록에는 일반적인 이야기들의 플롯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인지하다시피 플롯, 그리고 결말은 모든 이야기에 있어 신경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자세하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 중에서 다른 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한 ‘일반적인 5막 구조’인데, 이는 스토리에 관한 명확한 설명을 통해 인물의 결함을 검증하고 깨뜨리고, 재구성하는데 효과적이며 마지막에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물론 전공자가 아닌 이상 이런 플롯이 어떻게 적용되는지까지는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앞서 많이 언급되는 것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뒷 부분의 극적 전개를위한 이론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떠오르지도 않고 만들수가 없었던 creative한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부분에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하는지를 보여주고 이를 위해 기존 작품들의 장면 또는 이야기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작품들도 꽤 인지도 있는 장면을 capture해 좋은 reference로써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책에서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즉, 머릿속에 무언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그 이야기의 이음새를 만들고 장면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보다는 연극영화과나 연출 관련된 학과에서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2. 스토리나 인물, 대사 등의 효과적인 이해를 위해 영화의 장면을 묘사하거나 스토리를 잘 설명하는 부분이 때로는 font만 다르거나 단문하게 인용기호로 쓰이긴 하는데 이를 글상자로 처리했다면 독립적으로 더 잘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3.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조금 더 흥미로운 부분을 더하고 싶거나 스토리텔링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면 추천, 평생 색다른 스토리를 쓸 필요가 없거나 어떤 도움없이도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에 자신이 있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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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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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룬샷 Loonshot’이라는 낯선 개념 때문에 책을 더 빨리 읽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찾아나가야 한다는 강박에 표지를 넘기자 마자 바로 뜻을 알게 되니 시작부터 편안해지는 것 같다. 

룬샷 Loonshot 

1.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2. 그러나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큰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순한 아이디어 만을 목적 그 자체로 두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금 그 빛을 보지 못한 기업들도 많이 있고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런 아이디어를 절대 그냥 넘기지 않고 잘 현실화시킨 기업들이 아마도 훨신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동안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사례를 보여주고, 다양한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룬샷을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1부> 대규모 기업 안에서의 많은 아이디어들이 보여 준 변화의 순간, 즉 집단에서에서의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다뤄 왔고 결과물이 나왔는가, <2부> 여러 법칙을 바탕에 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팀이나 기업 혹은 다른 목적을 가진 집단이 어떻게 같은 생각이 오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3부> 집단의 집단에서의 아이디어에 대해 사회나 국가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와 그것에 따른 역사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부는 기업들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노키아의 사례나 제약회사인 머크 사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항공산업에 대한 부분이 아주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팬암 PANAM이 이미 망했다는 건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 미국의 대표 항공사가 되었고, 어떻게 경쟁기업과 경쟁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쇠락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기도 했던데다 그 안에 있던 중요한 순간에 대해서는 이번에 책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얘기 자체의 흥미와 함께 바로 뒷부분에 항공산업과는 상관없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를 통한 묘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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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은 거의 존재하던 내내 후안 테리 트립과 동의어였고, 알메리칸 항공은 18년간 로버트 로이드 크랜들과 동의어였다. 1929년 팬암을 설립한 트립은 스페인어 느김을 주는 본인의 이름(‘후안’은 그 어머니의 이복자매인 ‘후아니타’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이 싫어서 이름을 ‘JT’로 바꿨다. 

(중략)

예일대학교를 나와 미식축구와 골프를 했던 트립은 스페인어를 단 한마디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팬암이 철음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그는 자기 이름을 다시 ‘후안’으로 바꾸고, 2개 국어에 능한 비서를 채용해 그 지역 대통령과 독재자에게 자기 명의의 유창한 스페인어 편지를 보냈다. 5년만에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하늘을 장악했도, 10년 뒤에는 국제 항공을 장악했다.

P.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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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흐름인만큼 어느 한 사람, 한 조직(기업)에 이야기가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런 기적적인 부분에 의존하는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의 이야기를 통해 깜짝 놀랄 룬샷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할 것인지를 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미 책의 앞부분에 정확하게 그 점을 짚어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시각도 신화나 전설같은 것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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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기업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품을 가지고 건설한 제국이 오랫동안 건재하면 그를 두럴싼 산화가 널리 퍼진다. (중략) 그러나 정말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의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항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렬히 지지한다기보다는 많은 룬샷을 육성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이 있는 혁신가라기보다는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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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역시 어느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뒤에 이어지는 행운은 설계의 흔적이며, 어떤 형태로든 구조를 설계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룬샷을 그냥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혁신을 잘하는 건 집합적 행동이며, 의견이 많으면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팀이나 집단에 있는 개인들이 협업 방법을 설계할 때 ‘구조’의 한 요소로 생각되며, 개인의 행동만 따로 떼어 분석해서는 왜 갑자기 팀이나 기업이 혁신을 잘 하는 집단에서 갑자기 형편없는 집단으로 바뀌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면 개인의 대단한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줄 자본이나 협력이 필요한데 거대 자본을 시간내에 모으는 것 보다는 의견을 같이 할 협력자(동료)들을 구하는 것이 조금은 더 빠를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기업의 사례에서 보여 준 안타까운 룬샷을 놓친 사례들이 ‘기업’에서의 아이디어들이었다는 건 단순한 뉴스 정리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한가지 아이디어(즉,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특출한 생각)일 수 있음에도 집단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뒷 부분에서 담담하게 거론하는 것이 이런 앞 부분의 생각을 더 굳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언급했지만 룬샷이라는 의미를 잘 보여주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그와 관련된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경제기사나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잡지같은 곳에서 봤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좀 더 좋은 건 그런 사건들과 맞물러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부의 사례 중 팬암 항공사에 관한 이야기에서 ‘항공산업과는 상관없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IT기업은 IBM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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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이 국제 항공을 장악했던 것처럼 IBM은 수십 년간 컴퓨터 업계를 지배했다. 1981년 IBM이 올린 130억 달러의 매출은 2위부터 일곱개 경쟁사릐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컴퓨터 업계를 흔히 IBM과 일곱 난쟁이;라고 불렀다). 트립이 새로운 제트 엔진에 뛰어들었던 것 처럼 IBM도 새로운 사업(개인용 컴퓨터)에 뛰어들었다. IBM은 컴퓨터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개인용 컴퓨터의 핵심 요소 두 가지, 득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Intel이라는 작디 작은 기업에서 아웃소싱햇다.

(중략)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인텔의 칩을 발 빠르게 도입한 복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IBM의 시장점유율은 훅훅 줄어들었다. 1993년 IBM은 8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후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그 해에만 10만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역시 창립 후 최대 규모의 해고였다. 10년 뒤 IBM은 남아 있던 개인용 컴퓨터 사업 전체를 레노버 Lenovo에 매각했다.

P. 172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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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다양한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각 산업의 대표성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건 그보다 더 깊이 산업을 연구했다고 보긴 어려울 듯한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이 경영서나 인문학 만을 이야기한다고 하기에 중간 부분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6장 결혼, 산불 그리고 테러리스트 : 상전이Ⅰ>과 <7장 마법의 숫자 150 : 상전이Ⅱ> 부분은 꽤나 어려운데, 숫자나 도표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건 룬샷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상전이’(사전적 의미 :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따위의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 다만 책에서 설명하는 의미는 좀 더 ‘변화’에 무게를 두었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서는 ‘유령체증 실험’처럼 쉽게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그걸 이론적인 것으로 설명하는 건 낯설었다. 만약 이런 수치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여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를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룬샷이라는 의미를 이해했다면 ‘스티브 잡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그에 대한 이야기도 몇 차례 등장한다. 많은 혁신 중에서도 픽사Pixar에 관한 부분이어서 새롭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도 스티브 잡스의 픽사 인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지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관점보다는 회사의 관점이랄까, 스티브 잡스라는 대표적인 아이콘이 어떻게 외부에서 또 다른 혁신을 찾았는지는 다른 책을 통해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도 중국과 미국의 패권이나 아인슈타인과 케플러의 과학을 보는 관점, 러시아 우주선 등 후반부에서도 다양한 룬샷의 지점들에 대해 알려주는데, 전반부보다 짧고 간단해서 이 부분을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발생했던 폐해로 사해문서를 조각조각 냈다는 에피소드는 이전에 읽은 ‘도덕경제학’(새뮤얼 보울스 저, 2019)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어서 웃기기도 했다. 좋은 인센티브가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특이한 건 많은 비즈니스 이야기들을 스포츠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데, 저자가 공부만큼이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같다. 중간중간 미식축구같은 것에서부터 농구에 관한 비교도 있지만 특히 야구에 대해서는 상세히 써져 있는만큼 야구를 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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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즉 메이저 Major라는 단어는 스포츠에서 왔다. 야구에서 메이저리그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등장하는 리그를 말한다.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곳은 마이너 Minor리그다. 용어는 다양해도 대부분의 스포츠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야구의 특별한 점은 미국 대법원이 프로야구에 대해서만큼은 독점금지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주었다는 점이다. 이 예외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회원사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고, 마이너리그를 계속 마이너 상태로 둘 수 있다. 야구를 제외하고, 어느 산업이든 마이너리그에 속한 회사도 성장하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 디즈니는 겨우 두 사람(디즈니 형제)의 작디작은 마이너리그로 시작했다.

P.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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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 때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미래를 위한 어떤 아이디어나 기발한 생각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구체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골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만들어가는 게 더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이해를 구한 것은 결국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룬샷에 대해 이질감없이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신념과 다르거나 말도 안되는 미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사나 다른 업계에서 활용하는 걸 보기 이전에 내가 먼저 그것에 대해 시험해보고 실제화할 수 있는지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묵살해서 지나침으로써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끝부분에 쓴 소제목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고자 한다.


<’파괴적 혁신’으로 역사를 분석하고 ‘룬샷으로 신념을 테스트하라> 


덧붙인다면?

1. 중간중간 물리학에 대해서 꽤 언급되어서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보고 왜 그런 내용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긴 했다. 그럼에도 물리용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쓴 부분이 더 어렵게 느껴지긴 하다.


2. 500 page가 안되는데 자체 무게감이 살짝 있다. 표지도 그렇고 전체적인 재질이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 행간을 조금 줄였다면 전체 page수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3. 기업들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미처 꺠닫지 못한 빛나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추천,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만 관심이 있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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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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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에 대한 어떤 이해보다 내용의 진행보다 제목의 ‘이노센트 Innocent’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분명 주인공이 여자이고, 연쇄살인자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호감을 갖고 결혼을 하게 된다는 짧은 줄거리 소개 글만 본다면, ‘서맨사’(샘)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반전이 아닌 이상 과연 그녀가 왜 ‘이노센트 Innocent’한지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 그대로 ‘순수해서 좋은’ 와이프라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순수함이 그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일련의 심성이라고 하기엔 답답한 감이 있다. 


이미 공개된 줄거리를 기준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를 대략 <기>-<승>-<전>-<결>로 나눠본다면 <살인자에 대한 ‘서맨사’(샘)의 관심과 두 사람의 교감> – <두 사람의 결혼과 데니스의 석방> – <데니스의 진심에 대한 의문과 의심> – 그리고 밝힐 수 없는 <결론>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사실 의외로 앞 부분이 좀 길다. 당연히 두 사람에 대한 배경과 인물의 소개여서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이미 ‘서맨사’(샘)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취향’ 때문인지 그 부분이 괜히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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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망상이야. 넌 그 남자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

“그의 이름은 데니스예요!”샘이 말했다.

“그 남자가 무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당연히 중요하죠!”

“그 남자는 감옥에 있어. 사형당할거야.” 샘은 엄마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가슴 아팠다.

“아니에요! 안 당할거예요! 엄마, 이게 얼마나 큰 일인디 이해하셔야해요. 이 청원은 수십만 건의 서명을 얻었고…”

“하, 청원이 무슨 도움이 되지? 서맨사, 현실로 돌아와. 넌 이렇게 멍청한 애가 아니잖니.”

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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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만약 이것에 느껴지는 감정을 굳이 인간적인 것에 비유하자면 ‘연민’이나 ‘애정 결핍에 대한 충족’정도로는 생각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실제로 영화배우 샤론 테이트를 잔인하게 죽인 ‘찰스 맨슨’도 복역중(지금도 복역 중이다)에 20대 여성과 결혼을 했고, ‘테드 번디’ 역시 복역 중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고백을 받고 그 중 한 여성을 임신시키기까지 한다. 정상적이라면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런 것 역시 개인적인 애정관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초반부 너무 무조건적인 애정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중반부에 이르기까지가 너무 길게 느껴지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미 데니스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순간도 그의 신분은 살인자였고, 결혼을 결심한 순간까지 그의 무죄를 믿었었기 떄문에 그를 직접 만나고, 결호을 하고 그와 함께 있는 동안 그에게 조금씩 의심을 갖는 건 초반부의 주인공과 너무 차이가 큰 것 같다. 차라리 의심도 많고 모든 일에 방어기재를 갖는 주인공이 과거의 어떤 기억(또는 상처) 때문에 데니스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거라면, 하지만 늘 신중한 자세였다가 무죄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서맨사에게 다가왔고 그제서야 마음을 열었다면(서로 교감하고 마음을 열게 된 시점이 소설과는 달라진다), 그 이후 덴스를 의심하거나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더 이해가 쉽게 갔을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앞서 과하게 마음을 열었던 상황에서 뒤늦게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게 흔한 인물의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단절시켜가면서 데니스만을 바라 본 바로는 역시 서맨사도 평범한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미치기는 한다. 그것을 위한 걸까? 물론 소설 속에서 서맨사의 옛연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을 서맨사의 성격을 이렇게 바꿔놓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단순한 인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치로서 갑자기 등장하는 ‘린지’라는 인물과 이전과는 너무 달라진 데니스의 모습이 계속 반복되면서 서맨사가 느끼는 불안의 이유를 만들기도 하는데, 가끔 보이는 데니스의 낯설움까지 그 범위안에 넣기에는 좀 부족하다. 그렇지 않다면 서맨사가 바라던 데니스의 모습은 변한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왜 서맨사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애정어린 모습은 보였는지를 추적하는게 더 맞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중반 이후 데니스와 서맨사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는 건 이야기가 잘 읽혀지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 부분에서 보여주는 서맨사의 답답함을 지나면서, 정확히는 서맨사가 전혀 데니스를 의심하지 않고 함께 할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2018, 조 벌링거 감독)에사 보여준 범죄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인의 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된다. 물론 그 영화가 ‘테드 번디’를 다루고 있어 묘사에 있어서 궤를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전) 범죄자를 여인의 믿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에 있어서는 아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데니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의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그가 가진 배경이 ‘무죄’임을 떠올리고 그것을 믿게 할만큼 그닥 매력적이지 않고, 그저 잘생기고 신중하다는 묘사만으로는 그가 보여주는 첫 인상이 얼마나 사람을 믿게 하는지 생각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뒤에 뭔가 더 큰 반전 또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큰 충격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보여지는 행동이나 표정에서 더 나아가는 내적 갈등이나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이 소설의 뒷 부분이 더 큰 충격을 줄거라 생각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치고는 데니스의 모습이 더 의심을 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니 결말에서 보여주는 반전도 힘을 잃는다. 서맨사에게 드는 느낌은 결말에 가서도 ‘아니 저 남자는 보이는게 다건데 왜 그걸 몰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건가?’라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데니스가 어린 시절 학대를 겪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부터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학대가 사실이 아니거나 그 학대를 다른 방법으로 극복했거나. 학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고 치고, 그렇다면 과연 당한 학대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일까? 서맨사는 이에 대해 먼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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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초 후, 데니스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움직이지마!” 데니스가 다시 말했다. 간신히 들릴 만한 속삭임이었지만, 샘에게는 늑대의 으르렁거림처럼 느껴졌다. 공포가 밀려왔지만 동시에 그의 목소리에서 묘한 섹시함을 느꼈다. 샘은 지금 이 순간이 두렵나, 생각했지만 곧 문 앞에 고양이를 두고 미로 속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생쥐처럼 포식자의 다으 행동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P.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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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묘사가 상반된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걸로 쓰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그런 것보다는 직접적인 것에 더 무게를 두었다. 또 데니스가 서맨사와 살게 된 이후에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짧지만 그가 가진 인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빠른 호흡으로 진행된다는게느껴진다. 새로운 인물이 만든 긴장감이 바로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서 데니스가 가진 비밀이 조금 더 깊이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기 떄문이다. 앞서 말한 더 큰 반전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지만, 그들과의 이야기는 다만 데니스의 과거에 대한 연결된 반응처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해리슨 포드사 주연한 ‘의혹’(Presumed Innocent, 앨런 J. 파큘라 감독, 1990)같은 반전을 바라기는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전제가 ‘직업’과 ‘관계’가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하므로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였기도 한데, 서맨사가 이왕 의심을 시작했다면 그것에 대한 더 다양한 사건을 접촉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더 이야기가 풍성해졌을 것 같다. 진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서맨사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밀하고 빠른 속도의 추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언제 진실이 밝혀지는지 기다려지는 것도 이런 소설의 재미이기도 할 것 같다. 단지 소설로써의 이야기도 ‘어떤 범죄’를 바라보는게 유사 경험으로 대할 수 있는데 의미가 있겠지만 혹시 ‘테드 번디’나 ‘찰스 맨슨’의 실제 이야기들을 함께 알아보고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이 책의 정확한 내용을 몰랐을 대 다른 출판사의 A. S. A 해리슨의 ‘조용한 아내’와 책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면 책 선택에 헷갈릴 수 있다. 차라리 책 표지에 여성의 얼굴을 회화나 크로키같은 단순화한 이미지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2. ‘리 차일드’가 추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의 소설 주인공 ‘잭 리처’같은 권선징악이 확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 다양한 사건보다는 심리묘사가 앞서는, 인물들의 사건 밀당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끌린다면 추천, 경악할만한 사건을 추척하는 탐정 스타일로써 단서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미스테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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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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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전반적인 스토리는 한 여자의 욕망,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의 희생,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와 그걸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보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분노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두 가지의 ‘왜?’가 떠오를 것 같다. 한가지는 ‘왜 미후유는 욕심이 멈추지 않는가?’,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왜 미즈하라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가?’ 그녀는 곁에 미즈하라를 두기 위해 그의 살인 목격한 것을 이용하는가? 중반 이후를 본다면 이미 미즈하라에게 그 사건의 목격자이기 때문에라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그녀의 성공을 동일시 또는 그녀와 모든 걸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를 점점 더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게 만드는 것이다. 


분노에 따른 것이었지만 어쨌뜬 자신의 고모부를 죽인 한 ‘마사야’. 그리고 그것을 모두 목격한 ‘미후유’와의 첫 만남은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의 직후여서 더 위태롭고 난감할 수 밖에 없을텐데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이기까지 하다. 혹시 마사야가 조금 더 나쁜 놈이었다면 그녀를 죽여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그럴만큼 독하고 냉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환경 속의 가녀린 여자, 다급한 위험이 닥친 곳에서 발견한 그녀에게 느껴진 건 이성으로써의 애정보단 안타까움과 연민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녀의 평범하지 않음은 이미 초반부터 드러나긴 하는데, 정신없는 남자를 살인이라는 큰 사건의 ‘범인’이 될 위기에서 구해 준 여자. 여기서 그녀이 영특함이 빛이 났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정신없는 순간에 그런 빠른 대처가 나올수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봤어야 할텐데 점점 그 영특함이 지능적이 되고 그걸 넘어 교활해져 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절대 거짓이 아니라 자신을 위하고 자신과 모든 걸 함께 한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점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긴 그걸 그렇게 일찍 알아챌 수 있다면 소설을 거기서 끝날 수 밖에 없을테니…이 책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해도해도 끝이 없는 그녀의 악행과 ‘순애보’라는 것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즈하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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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의 가면을 지켜 주려고 그랬던 건 아니다. 그가 그녀의 지시를 따른 이유는 그려는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몇번이나 말했듯이 '두 사람이 행복해지려고' 그랬던 것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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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행히도 이런 두 사람, 특히 미후유를 의심하는 인물들이 있어 그녀의 정체가 언제쯤 드러날지 기대하면서 보는 것도 이야기 진행의 큰 축이기도 하다.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상류사회 등장과 이상할만큼 빠른 성공,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의심하는 ‘가까운’ 인물과 어떤 ‘사건’ 때문에 그들을 쫓게 되는 ‘가토’ 형사의 날카로움은 여느 추리소설에서 처럼 속도감있게 보여주고 있어 언제쯤 그녀의 정체를 밝혀낼지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아마 이 형사가 없었다면 미즈하라의 답답함에 소리를 쳤을 수도 있다. 거기다 이 형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쫓다 보면 그 의심을 빠져나가는 미후유의 악랄함이 드러나니 도저히 ‘알려지지 않은 사정 때문에 악해질 수 밖에 없는’ 인물이 절대 아니라는게 더 깊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좀, 매우, 많이, 아주 아쉽다. 


인상깊은 부분은?

사실 이 책은 손에 잡기까지 망설여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에 ‘백야행’이라는 작품을 매우 재미있게 읽은데다 그 때의 ‘분노’와 ‘답답함’이 아직 남아있끼 떄문이기도 했다. 이야기의 중심 축, 전개, 사건들까지 작가의 전작인 ‘백야행’과 매우 비슷하고, 어떤 서평은 ‘작가의 자기 복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할 정도이다. 보이는 유사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지만, 그나마 좀 더 이 작품에 ‘더 큰 분노’와 ‘더 큰 답답함’이 생기게 된 건, 결정적으로, 아니 주인공의 시점으로 백야행의 여주인공과의 차이를 본다면, 백야행의 ‘카라사와 유키호’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상처, 불우함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변했다는 게 ‘상상’이 되긴 했지만 이 소설의 신카이 미후유는 정말 욕망뿐인 사람이어서 비교할 수 없이 나쁜 년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과거도 밝혀지지 않은 탓도 있다) 가장 찝찝한 건 그녀가 미즈하라를 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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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후유는 그 남자를 전혀 좋아하지 않잖아. 그런데…”

“잠깐만.”

미후유가 두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씁씁하세 웃다가 흥. 코웃음을 쳤다.

“그 일이라면 내가 이미 여러번 설명했잖아. 나는 그 남자를 좋아하는게 아니야. 그 남자의 아내라는 자리가 좋은거지. 좋아하는 걸 손에 넣으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잖아.”

“그거…정상이 아니야.”

그러자 미후유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마사야. 당신 설마, 돈을 보고 결혼하다니 동기가 불순하다느니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P.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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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그녀가 이전의 삶에서 그렇게 좋아했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를 좋아했다는 건 어떤 면이 그녀를 그런 말도 안되는 인물로 만든건지도 정확하게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의 뜻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았던 자존감이 좋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심이 자신을 조여올 때 여유롭게 성형수술로 그 모든 의혹을 그저 심증으로만 만들어버리는 건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는 마사야의 세상에도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미후유가 자신을 속인다는 걸 알게되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변하지 않는 건 꽤나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소가’의 죽음과 처리 장면에서 볼 수 있는 미즈하라의 범죄가 바로 그것인데, 비록 죄질이 나쁜 나쁜 놈인 건 맞지만 결국 그녀의 입에서 시작되고 그녀를 위한 것들이었다고 귀결되는 것임에도 그녀가 내지르는 쓰레기 같은 말들이 미즈하라에겐 진짜 사랑으로 들리는 건지, 그래서 둘이 함께 할거라고 진정 믿어지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현할 것 같다. 최소한 마지막엔 미즈하라가 다 알아채고 늦게나마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길, 어쩌면 지금까지의 사랑 때문에 힘겨운 삶에 보상이 있기를 바랬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사랑의 이면 때문에 많은 죄를 지어 온 그에게 그런 행복은 주어지지 않는다. 답답하게도 그의 생각은 마지막까지 그녀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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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힐끔 그를 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왜 그랬지, 미후유? 마사야는 자신의 생각을 눈빛에 담았다. 

왜 나를 배신했지? 왜 내 영혼을 죽였어?우리에게 낮 같은 건 없다고 당신한테 말했잖아. 언제나 밤이라고. 밤을 살아가자고 했잖아. 그래도 난 좋았어. 진짜 밤이라도 괜찮았어. 하지만 너는 그것조차 내게 주지 않았지. 내게 운 것이라고는 환영 뿐이었어. 그러나 미후유의 눈에는 아무런 대답도 담겨있지 않았다.

P.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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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런 마음까지 다 짐작했다는 듯한 그녀의 몽환적인 마지막 대사는 그의 마지막을 더 처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의 결말은 아쉽지만 그나마 히가시노 게이고가 펼치는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고 중간에 문득 따오른 물음표들도 순간 정리되는 기분은 여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스릴러로서 추리소설로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재미가 있지만 중간중간 꽤나 혈압이 상승하는 부분이 있으니 충분한 각오 후에 읽어햐 할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후반 쯤 누군가의 죽음과 관련되어 ‘죽음전의 키스(1991, 제임스 디어튼 감독)’라는 영화처럼 마무리하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걸 참고하란다고 영화를 보는 남주라니…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2. '백야행'과 '환야'는 소설 발행 기준 약 5년 정도의 편차가 있다. 이 두 소설을 읽은 팬들-아마도 일본 팬들일 가능성이 높지만-사이에서는 백야행의 '카라사와 유키호'와 환야의 '신카이 미후유'가 동일인물이라는 가설도 꽤 유행한 듯 하다. 하지만 작가는 "환야는 속편이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기도 하니 그냥 비슷한 사람인걸로.


3.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또는 인간의  맹신이 어떻게 바닥으로 내려가는지가 궁금하다면 추천, 악인이 나오는 소설의 마지막은 권선징악이 정석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블로그 ‘컬쳐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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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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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Stillness', 즉 고요, 적막이라는 단어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오히려 'Steel' 강철, 강함에 '-ness'를 더하여 더 강하고 단단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당연히 영어단어엔 Steelness라는 단어는 없다) 사실 이런 의미라고 생각한 이유는 얼마전 ‘팩트풀니스 Factfulness’라는 책을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처음 한 이유는 요즘처럼 외적인 유혹이 많고 흔들리기 쉬운 시기에 교양서라 함은 ‘강함’과 ‘곧음’을 강조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런 선입견을 날릴만큼 반대편에 있는 내용이었다. 책은 크게 정신, 영혼, 몸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안에서 각각 사례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특히 우리가 아는 유명인들)이 스틸니스(고요함)을 자기계발에 어떻게 활용하고, 그것을 실제에 맞게 끄집어 냈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어보면 ‘고요’라는 것을 단순하게 ‘정적’, ‘침묵’으로 치환시킬 수만은 없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단순화해보자면 어디엔가 내 감정을 표출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그것이 급한 일이든, 분노할 일이든 우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는 있는데, 그것을 무조건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책에서는 그런 감정의 동요를 <내 귀 사이에 있는 공간은 오로지 내 자신의 것이므로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것만 통제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통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처럼 감정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늘 주의를 기울이고 우선 그것의 가장 평온한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 하겠다. 


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여러가지 감정들을 다스리는 건 비단 악감정과 분노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과하게 좋은 기분, 자신감이나 행복감을 나타내는 것에도 마찬가지 이다. 무언가를 과하게 드러내는 건 그 당시의 기분에 기인하는 게 많으므로 한참 지난후에 일어나는 감정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책에서는 당연히 일종의 허풍과 거짓말을 따라가지 못해 허덕여야 할 수도 있고, 과한 자신감에 대해서는 그것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다.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작품을 완성하기도 전에 자신의 화를 못이겨 공방을 뛰쳐나간 횟수만 해도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였고, 이것이후원자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는 점은우리가 아는 위인이 아무리 훌륭했더라도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주어 이해하기 쉬웠다.


다만 스틸니스 Stillness에 대해 이런 걸 도를 닦거나 어떤 수준의 심적 연마를 말하는 건 아닌데, 마음의 평정 그리고 고요함을 이르는 말로써, 불교에서는 아시아마 asiama, 히브리서에서는 히쉬타부트 hishtavut, 힌두교 성전에서는 사마트밤 samatvam, 그리스에서는 에우티미아 euthymia, 헤시키아 hesychia, 에피쿠로스학파에서는 아타락시아 ataraxia, 기독교에서는 아이콰니미타스 aequanimitas, 동양에서는 도 道, 철학과 신학에서는 로고스 logos를 활용했으며, 또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 피우스 Antonius Pius가 죽기 전 양아들 아우렐리우스를 불러 했다는 “아이콰니미타스(고요하라)” 역시 이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니 우리가 날고 있던 정신수양의 어느 부분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또, 라틴어 속담에 ‘Medicina calamitatis est aequanimitas.’(불행의 치료제는 평온한 마음이다)라고 전해지기도 하는바, 요컨데 모든 고요함 안에서 멀리에서만 찾는 것은 답이 아니며, 가까이 붙어서 귀 기울이고 바로 그 자리에서 돌아보며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한데, 일상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에서 잠시 떨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는 꼭 휴가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많은 물리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휴식과 여유를 가져야 하기 위해 정반대의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아메리칸 어패럴의 회장 사례들기도 하는데, 빌 게이츠 회장의 경우는 여유로운 휴가를, 아메리칸 어패럴은 회장의 수면 부족과 만성피로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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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을 다한 사람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완전히 지쳐버린 상황에서 그 어떤 내면 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악순환이다. 휴식을 취해야 할 때 반사적으로 알겠다고 대답하기 보다 의식적으로 아니라고 대답해야 할 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오히려 더 많이 일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다 보면 숨 쉴 틈조차 없어지고 인내심도 바닥나기 때문에 결국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밀어내게 되고 끝내 그 관계를 아예 잃게 된다.

P.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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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 그리고 피곤의 누적에 대한 것이 어떻게 신체적으로도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인데, 충분히 공감이 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메리칸 어패럴 사례는 산업의 특징,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수면 부족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특히 회사의 경영자라는 자리에서는 무언가 결정하고 지시를 해야 하는 순간에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기 떄문일 것이며, 몸이 힘든걸 느끼는 순간에도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의 결정이 나를 따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면 조금 더 서두르고 더 열정적인게 맞다고 하더라도. 다만 이 책에서 굳이 그런걸 꺼내놓은 건 그런 중요한 순간, 그보다 더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부터 준비하는게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역설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했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의 여유는 오히려 더 큰 결정을 위한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을 잘 활용하고 그것이 큰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인상깊은 부분은?

공자, 예수, 석가모니, 존 스튜어트 밀, 마르쿠스 아우엘리우스까지 많은 사상가들의 이야기들이 중복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분노보다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라는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이클 조던이 이전에 받았던 냉대에 대한 표출,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원망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그 분노로 성장했겠지만 그것이 긍정적으로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며 어쩌면 그가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처리하는 걸로밖에 안보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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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역효과를 낳는다. 여기서는 격정의 불꽃을 터뜨리고 저기서는 주변의 무능함에 폭발한다. 분노가 순간적으로 우너초적 동기를 발산하게 하기도 하고 떄로는 안도감을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야기하는지에 대해서는 헤아려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분노를 터뜨린 이후에 사과를 하거나 선한 일들을 훨씬 더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받은 상처는 그대로 남고 분노를 표출한 결과가 반드시 따라온다.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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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분노는 우리 내면의 호랑이와 같다며 그 호랑이가 달려들어 상처를 내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똑같이 상처를 남긴다고 하며, 그런 조던의 피난처가 된 농구와 승리와 우월함을 좇아 그는 선수로써 몇 년간의 우승을 얻었지만 인간 관계에서는 벌어진 채 남겨둔 상처처럼 계속 그 간격이 줄어들지 않고 그 차이를 더 넓게 만들었다는 것이기도 앴다. 그런 걸 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노력과 투지는 이런 상처뿐인 영광을 만들기만 하는게 목적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루틴(일상적인 것)을 습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도움이 될 행동을 최대한 많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우리 몸에 불이익을 끼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라고 역셜하고 있다. 얼마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루틴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루틴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일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하겠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익숙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 더 많은 일들, 그보다 더 많은 미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잘 만들고 싶지만 개인의 이유로, 또 주변의 이유로 그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런 것들의 한 지점에 자신의 마음가짐, 즉 그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게 쉽게 이해되기도 하고 많은 생각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우주비행사 에드가 미첼 Edgar Mitchell>의 이야기였다. 그가 우주에서 지구를 봤을 때 느꼈다는 것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사소한 말다툼이 갑자기 옹졸해졌으며, 그릇된 절박함이 사라지고 만물을 향한 인정과 유대감만 남았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인생은 힘들고, 우리가 바라는 운이 변덕스러우므로 하나하나에 약해질 이유도 없고, 무력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것 같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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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두고 일하는 인간 Human doing이 아니라 존재하는 인간 Human being이라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중용을 지켜라. 현재에 집중하라. 자신의 한계를 알라.

이게 열쇠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몸은 선물이다. 

몸이 쓰러져 죽도록 일하지 말라. 불태우지 마라.

당신이 받은 선물을 보호하라.

P.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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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 무게는 가볍지만 무거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v. 덧붙인다면?

1. 책의 내용 중 무언가 막히도 도망치고 싶다면 어딘가로 가방을 사서 도망칠게 아니라 단지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있는데, 결국 어딜 가더라도 있던 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음이며, 현실도피보다는 잠시 멈춤이 더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같았다.


2. 분주한 사회생활에 잠시 생각이 필요하거나, 감정에 휘둘리는 주변에 한번쯤 진중함을 알려주고 싶다면 추천, 고요함보다는 역동적이고 충동적인 것이 체질이고 좌충우돌 성격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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