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줄거리에 대한 어떤 이해보다 내용의 진행보다 제목의 ‘이노센트 Innocent’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분명 주인공이 여자이고, 연쇄살인자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호감을 갖고 결혼을 하게 된다는 짧은 줄거리 소개 글만 본다면, ‘서맨사’(샘)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반전이 아닌 이상 과연 그녀가 왜 ‘이노센트 Innocent’한지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 그대로 ‘순수해서 좋은’ 와이프라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순수함이 그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일련의 심성이라고 하기엔 답답한 감이 있다.
이미 공개된 줄거리를 기준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를 대략 <기>-<승>-<전>-<결>로 나눠본다면 <살인자에 대한 ‘서맨사’(샘)의 관심과 두 사람의 교감> – <두 사람의 결혼과 데니스의 석방> – <데니스의 진심에 대한 의문과 의심> – 그리고 밝힐 수 없는 <결론>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사실 의외로 앞 부분이 좀 길다. 당연히 두 사람에 대한 배경과 인물의 소개여서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이미 ‘서맨사’(샘)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취향’ 때문인지 그 부분이 괜히 길게 느껴졌다.
----------------------------------------------------------
“그건 망상이야. 넌 그 남자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
“그의 이름은 데니스예요!”샘이 말했다.
“그 남자가 무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당연히 중요하죠!”
“그 남자는 감옥에 있어. 사형당할거야.” 샘은 엄마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가슴 아팠다.
“아니에요! 안 당할거예요! 엄마, 이게 얼마나 큰 일인디 이해하셔야해요. 이 청원은 수십만 건의 서명을 얻었고…”
“하, 청원이 무슨 도움이 되지? 서맨사, 현실로 돌아와. 넌 이렇게 멍청한 애가 아니잖니.”
P. 121
----------------------------------------------------------
이걸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만약 이것에 느껴지는 감정을 굳이 인간적인 것에 비유하자면 ‘연민’이나 ‘애정 결핍에 대한 충족’정도로는 생각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실제로 영화배우 샤론 테이트를 잔인하게 죽인 ‘찰스 맨슨’도 복역중(지금도 복역 중이다)에 20대 여성과 결혼을 했고, ‘테드 번디’ 역시 복역 중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고백을 받고 그 중 한 여성을 임신시키기까지 한다. 정상적이라면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런 것 역시 개인적인 애정관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초반부 너무 무조건적인 애정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중반부에 이르기까지가 너무 길게 느껴지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미 데니스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순간도 그의 신분은 살인자였고, 결혼을 결심한 순간까지 그의 무죄를 믿었었기 떄문에 그를 직접 만나고, 결호을 하고 그와 함께 있는 동안 그에게 조금씩 의심을 갖는 건 초반부의 주인공과 너무 차이가 큰 것 같다. 차라리 의심도 많고 모든 일에 방어기재를 갖는 주인공이 과거의 어떤 기억(또는 상처) 때문에 데니스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거라면, 하지만 늘 신중한 자세였다가 무죄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서맨사에게 다가왔고 그제서야 마음을 열었다면(서로 교감하고 마음을 열게 된 시점이 소설과는 달라진다), 그 이후 덴스를 의심하거나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더 이해가 쉽게 갔을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앞서 과하게 마음을 열었던 상황에서 뒤늦게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게 흔한 인물의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시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단절시켜가면서 데니스만을 바라 본 바로는 역시 서맨사도 평범한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미치기는 한다. 그것을 위한 걸까? 물론 소설 속에서 서맨사의 옛연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을 서맨사의 성격을 이렇게 바꿔놓았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단순한 인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장치로서 갑자기 등장하는 ‘린지’라는 인물과 이전과는 너무 달라진 데니스의 모습이 계속 반복되면서 서맨사가 느끼는 불안의 이유를 만들기도 하는데, 가끔 보이는 데니스의 낯설움까지 그 범위안에 넣기에는 좀 부족하다. 그렇지 않다면 서맨사가 바라던 데니스의 모습은 변한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왜 서맨사에게 그렇게 따뜻하고 애정어린 모습은 보였는지를 추적하는게 더 맞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중반 이후 데니스와 서맨사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는 건 이야기가 잘 읽혀지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 부분에서 보여주는 서맨사의 답답함을 지나면서, 정확히는 서맨사가 전혀 데니스를 의심하지 않고 함께 할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2018, 조 벌링거 감독)에사 보여준 범죄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인의 의 모습과 많이 오버랩된다. 물론 그 영화가 ‘테드 번디’를 다루고 있어 묘사에 있어서 궤를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전) 범죄자를 여인의 믿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에 있어서는 아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데니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의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그가 가진 배경이 ‘무죄’임을 떠올리고 그것을 믿게 할만큼 그닥 매력적이지 않고, 그저 잘생기고 신중하다는 묘사만으로는 그가 보여주는 첫 인상이 얼마나 사람을 믿게 하는지 생각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뒤에 뭔가 더 큰 반전 또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큰 충격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보여지는 행동이나 표정에서 더 나아가는 내적 갈등이나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이 소설의 뒷 부분이 더 큰 충격을 줄거라 생각했기 떄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치고는 데니스의 모습이 더 의심을 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니 결말에서 보여주는 반전도 힘을 잃는다. 서맨사에게 드는 느낌은 결말에 가서도 ‘아니 저 남자는 보이는게 다건데 왜 그걸 몰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건가?’라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데니스가 어린 시절 학대를 겪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부터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학대가 사실이 아니거나 그 학대를 다른 방법으로 극복했거나. 학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고 치고, 그렇다면 과연 당한 학대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일까? 서맨사는 이에 대해 먼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
단 1초 후, 데니스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움직이지마!” 데니스가 다시 말했다. 간신히 들릴 만한 속삭임이었지만, 샘에게는 늑대의 으르렁거림처럼 느껴졌다. 공포가 밀려왔지만 동시에 그의 목소리에서 묘한 섹시함을 느꼈다. 샘은 지금 이 순간이 두렵나, 생각했지만 곧 문 앞에 고양이를 두고 미로 속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생쥐처럼 포식자의 다으 행동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P. 406
----------------------------------------------------------
어쩌면 이런 묘사가 상반된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걸로 쓰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그런 것보다는 직접적인 것에 더 무게를 두었다. 또 데니스가 서맨사와 살게 된 이후에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짧지만 그가 가진 인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빠른 호흡으로 진행된다는게느껴진다. 새로운 인물이 만든 긴장감이 바로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서 데니스가 가진 비밀이 조금 더 깊이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기 떄문이다. 앞서 말한 더 큰 반전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지만, 그들과의 이야기는 다만 데니스의 과거에 대한 연결된 반응처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해리슨 포드사 주연한 ‘의혹’(Presumed Innocent, 앨런 J. 파큘라 감독, 1990)같은 반전을 바라기는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전제가 ‘직업’과 ‘관계’가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하므로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였기도 한데, 서맨사가 이왕 의심을 시작했다면 그것에 대한 더 다양한 사건을 접촉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더 이야기가 풍성해졌을 것 같다. 진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서맨사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밀하고 빠른 속도의 추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언제 진실이 밝혀지는지 기다려지는 것도 이런 소설의 재미이기도 할 것 같다. 단지 소설로써의 이야기도 ‘어떤 범죄’를 바라보는게 유사 경험으로 대할 수 있는데 의미가 있겠지만 혹시 ‘테드 번디’나 ‘찰스 맨슨’의 실제 이야기들을 함께 알아보고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이 책의 정확한 내용을 몰랐을 대 다른 출판사의 A. S. A 해리슨의 ‘조용한 아내’와 책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면 책 선택에 헷갈릴 수 있다. 차라리 책 표지에 여성의 얼굴을 회화나 크로키같은 단순화한 이미지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2. ‘리 차일드’가 추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의 소설 주인공 ‘잭 리처’같은 권선징악이 확실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 다양한 사건보다는 심리묘사가 앞서는, 인물들의 사건 밀당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끌린다면 추천, 경악할만한 사건을 추척하는 탐정 스타일로써 단서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미스테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