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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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룬샷 Loonshot’이라는 낯선 개념 때문에 책을 더 빨리 읽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찾아나가야 한다는 강박에 표지를 넘기자 마자 바로 뜻을 알게 되니 시작부터 편안해지는 것 같다. 

룬샷 Loonshot 

1.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2. 그러나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큰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순한 아이디어 만을 목적 그 자체로 두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연한 기회에 얻게된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금 그 빛을 보지 못한 기업들도 많이 있고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런 아이디어를 절대 그냥 넘기지 않고 잘 현실화시킨 기업들이 아마도 훨신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동안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사례를 보여주고, 다양한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룬샷을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1부> 대규모 기업 안에서의 많은 아이디어들이 보여 준 변화의 순간, 즉 집단에서에서의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다뤄 왔고 결과물이 나왔는가, <2부> 여러 법칙을 바탕에 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고, 팀이나 기업 혹은 다른 목적을 가진 집단이 어떻게 같은 생각이 오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3부> 집단의 집단에서의 아이디어에 대해 사회나 국가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와 그것에 따른 역사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부는 기업들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노키아의 사례나 제약회사인 머크 사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항공산업에 대한 부분이 아주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팬암 PANAM이 이미 망했다는 건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 미국의 대표 항공사가 되었고, 어떻게 경쟁기업과 경쟁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쇠락하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기도 했던데다 그 안에 있던 중요한 순간에 대해서는 이번에 책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얘기 자체의 흥미와 함께 바로 뒷부분에 항공산업과는 상관없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를 통한 묘사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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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은 거의 존재하던 내내 후안 테리 트립과 동의어였고, 알메리칸 항공은 18년간 로버트 로이드 크랜들과 동의어였다. 1929년 팬암을 설립한 트립은 스페인어 느김을 주는 본인의 이름(‘후안’은 그 어머니의 이복자매인 ‘후아니타’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이 싫어서 이름을 ‘JT’로 바꿨다. 

(중략)

예일대학교를 나와 미식축구와 골프를 했던 트립은 스페인어를 단 한마디를 할 줄 몰랐다. 그러나 팬암이 철음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그는 자기 이름을 다시 ‘후안’으로 바꾸고, 2개 국어에 능한 비서를 채용해 그 지역 대통령과 독재자에게 자기 명의의 유창한 스페인어 편지를 보냈다. 5년만에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하늘을 장악했도, 10년 뒤에는 국제 항공을 장악했다.

P.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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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흐름인만큼 어느 한 사람, 한 조직(기업)에 이야기가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런 기적적인 부분에 의존하는 성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의 이야기를 통해 깜짝 놀랄 룬샷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할 것인지를 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미 책의 앞부분에 정확하게 그 점을 짚어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시각도 신화나 전설같은 것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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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기업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품을 가지고 건설한 제국이 오랫동안 건재하면 그를 두럴싼 산화가 널리 퍼진다. (중략) 그러나 정말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의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항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렬히 지지한다기보다는 많은 룬샷을 육성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이 있는 혁신가라기보다는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P.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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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역시 어느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뒤에 이어지는 행운은 설계의 흔적이며, 어떤 형태로든 구조를 설계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룬샷을 그냥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혁신을 잘하는 건 집합적 행동이며, 의견이 많으면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팀이나 집단에 있는 개인들이 협업 방법을 설계할 때 ‘구조’의 한 요소로 생각되며, 개인의 행동만 따로 떼어 분석해서는 왜 갑자기 팀이나 기업이 혁신을 잘 하는 집단에서 갑자기 형편없는 집단으로 바뀌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면 개인의 대단한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줄 자본이나 협력이 필요한데 거대 자본을 시간내에 모으는 것 보다는 의견을 같이 할 협력자(동료)들을 구하는 것이 조금은 더 빠를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기업의 사례에서 보여 준 안타까운 룬샷을 놓친 사례들이 ‘기업’에서의 아이디어들이었다는 건 단순한 뉴스 정리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한가지 아이디어(즉,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특출한 생각)일 수 있음에도 집단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뒷 부분에서 담담하게 거론하는 것이 이런 앞 부분의 생각을 더 굳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언급했지만 룬샷이라는 의미를 잘 보여주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그와 관련된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경제기사나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잡지같은 곳에서 봤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좀 더 좋은 건 그런 사건들과 맞물러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부의 사례 중 팬암 항공사에 관한 이야기에서 ‘항공산업과는 상관없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IT기업은 IBM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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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암이 국제 항공을 장악했던 것처럼 IBM은 수십 년간 컴퓨터 업계를 지배했다. 1981년 IBM이 올린 130억 달러의 매출은 2위부터 일곱개 경쟁사릐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컴퓨터 업계를 흔히 IBM과 일곱 난쟁이;라고 불렀다). 트립이 새로운 제트 엔진에 뛰어들었던 것 처럼 IBM도 새로운 사업(개인용 컴퓨터)에 뛰어들었다. IBM은 컴퓨터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개인용 컴퓨터의 핵심 요소 두 가지, 득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Intel이라는 작디 작은 기업에서 아웃소싱햇다.

(중략)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인텔의 칩을 발 빠르게 도입한 복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IBM의 시장점유율은 훅훅 줄어들었다. 1993년 IBM은 8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후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 그 해에만 10만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역시 창립 후 최대 규모의 해고였다. 10년 뒤 IBM은 남아 있던 개인용 컴퓨터 사업 전체를 레노버 Lenovo에 매각했다.

P. 172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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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다양한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각 산업의 대표성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건 그보다 더 깊이 산업을 연구했다고 보긴 어려울 듯한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이 경영서나 인문학 만을 이야기한다고 하기에 중간 부분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6장 결혼, 산불 그리고 테러리스트 : 상전이Ⅰ>과 <7장 마법의 숫자 150 : 상전이Ⅱ> 부분은 꽤나 어려운데, 숫자나 도표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건 룬샷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상전이’(사전적 의미 :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따위의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 다만 책에서 설명하는 의미는 좀 더 ‘변화’에 무게를 두었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서는 ‘유령체증 실험’처럼 쉽게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그걸 이론적인 것으로 설명하는 건 낯설었다. 만약 이런 수치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여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를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룬샷이라는 의미를 이해했다면 ‘스티브 잡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그에 대한 이야기도 몇 차례 등장한다. 많은 혁신 중에서도 픽사Pixar에 관한 부분이어서 새롭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도 스티브 잡스의 픽사 인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해지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관점보다는 회사의 관점이랄까, 스티브 잡스라는 대표적인 아이콘이 어떻게 외부에서 또 다른 혁신을 찾았는지는 다른 책을 통해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도 중국과 미국의 패권이나 아인슈타인과 케플러의 과학을 보는 관점, 러시아 우주선 등 후반부에서도 다양한 룬샷의 지점들에 대해 알려주는데, 전반부보다 짧고 간단해서 이 부분을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발생했던 폐해로 사해문서를 조각조각 냈다는 에피소드는 이전에 읽은 ‘도덕경제학’(새뮤얼 보울스 저, 2019)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어서 웃기기도 했다. 좋은 인센티브가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특이한 건 많은 비즈니스 이야기들을 스포츠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많은데, 저자가 공부만큼이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같다. 중간중간 미식축구같은 것에서부터 농구에 관한 비교도 있지만 특히 야구에 대해서는 상세히 써져 있는만큼 야구를 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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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즉 메이저 Major라는 단어는 스포츠에서 왔다. 야구에서 메이저리그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등장하는 리그를 말한다.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곳은 마이너 Minor리그다. 용어는 다양해도 대부분의 스포츠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야구의 특별한 점은 미국 대법원이 프로야구에 대해서만큼은 독점금지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주었다는 점이다. 이 예외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회원사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고, 마이너리그를 계속 마이너 상태로 둘 수 있다. 야구를 제외하고, 어느 산업이든 마이너리그에 속한 회사도 성장하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 디즈니는 겨우 두 사람(디즈니 형제)의 작디작은 마이너리그로 시작했다.

P.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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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 때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미래를 위한 어떤 아이디어나 기발한 생각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구체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골몰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만들어가는 게 더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이해를 구한 것은 결국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룬샷에 대해 이질감없이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신념과 다르거나 말도 안되는 미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경쟁사나 다른 업계에서 활용하는 걸 보기 이전에 내가 먼저 그것에 대해 시험해보고 실제화할 수 있는지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묵살해서 지나침으로써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끝부분에 쓴 소제목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고자 한다.


<’파괴적 혁신’으로 역사를 분석하고 ‘룬샷으로 신념을 테스트하라> 


덧붙인다면?

1. 중간중간 물리학에 대해서 꽤 언급되어서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보고 왜 그런 내용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긴 했다. 그럼에도 물리용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쓴 부분이 더 어렵게 느껴지긴 하다.


2. 500 page가 안되는데 자체 무게감이 살짝 있다. 표지도 그렇고 전체적인 재질이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 행간을 조금 줄였다면 전체 page수를 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3. 기업들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미처 꺠닫지 못한 빛나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추천,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만 관심이 있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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