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최근 인문서나 과학서들도 베스트셀러에 많이 오르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도 많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와중에 여전히 ‘철학서’라는 분야는 오히려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은 과학 철학서로써 과학적인 많은 이론과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왔는지, 그것이 실증적이었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우리도 그것 동일한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을 뿌리깊이 내린 학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보면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이론이든 그것을 연구하는데 있어 주제를 잡아 철저한 검증을 해서 증명하고 대중에게 발표하기까지 방향타 역할을 할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결국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를 제시해주는 것을 '세계관'이라고 본다면 이번 책도 조금은 어떻게 읽어나갈 지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지는데, 1부는 과학사와 과학 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철학적/개념적 쟁점들이 하는 역할들을 설명하며, 3부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 진화론을 중심으로 최근의 발견과 발전을 소개한다. 당연히 1부에서는 뒤에서 나오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들에 기본이 되는 용어와 이론들을 잘 구체화시켜주지만, 사실 내용 자체가 쉽지는 않다. 다만 역시 이론서의 역할로써 낯선 이론이나 관계학적 용어들을 잘 이해하면 이전에 얻지 못한 상식과 지식을 얻는데 도움을 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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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실재론적 태도를 지키고 다른 분야의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도구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흔한 일이다. 

(중략)

정리하면 도구주의와 실재론은 이론을 대하는 태도다. 이 두가지 태도는 적절한 이론이 반드리 관련 데이터를 정확히 예측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실재론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절한 이론이 실제 상황을 묘사하거나 싷제 상황의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P. 130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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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식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2부는 예상치 못한 과학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들어 본 과학자나 물리학자 이름이 꽤 나오지만 그 때의 외우던 단어들은 이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과학자 이름이나 뉴턴의 ‘운동의 3법칙’정도만 머릿속에 두고 있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와 깊은 과학적 지식에 접근하는 것 같다. '천체'에 대한 철학적/개념적 사실에서 출발하는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가 ‘갈릴레오’와 ‘뉴턴’,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접근이 어떤 철학과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지식 자랑처럼 읽어나갈 수 있으니 꽤나 속도가 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무게감은 쉽게 손을 놓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코페르니쿠스’와 ‘프톨레마리오스’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들인만큼 내용도 속도감은 좀 떨어진다. 특히 앞서 이론을 잘 이해했다면 충분히 쉽게 다가오겠지만 ‘실제론적 관점에서는 어떤 체계의 우주 모델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쯤이 되면 이것을 도구주의와 실재론을 대하는 태도, 그것이 프톨레마리오스 체계와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예측과 복잡성을 대입하는 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이론들이 어떤 신뢰를 받고 어떻게 서로 수용되었는지를 읽고 나면 앞서 썩 이해하지 못한 것보다는 용어가 낯설어서 그런 시간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찬찬히 여유를 갖고 읽어간다면 나름 새로운, 그리고 알지 못했던 과학을 접하게 해주지만 모든 물리학(그리고 천체 물리학)이 그러하듯이 숫자나 도표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금은 속도가 늦어지면서 눈길이 방황하게 되는만큼 그런 부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나벽한 이해보다 빠른 속독이 책을 읽는데는 더 도움될 수 있겠다. 


인상깊은 부분은?

인상깊다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과거부터 있어 온 여러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지식의 척도를 비교해봤다면 현대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지식의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사실 책의 목차를 쭉 봤을 때 가장 관심도 가고 생경한 부분이 아마도 ‘양자론’이었을 것이다. 이 ‘양자론’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데도 쓰일만큼 지금의 기술적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지만 절대적 존재 또는 사물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론이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왜 내가 이전에 그것을 접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안타깝지만 간단히 설명한다는게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 어떤 형태로든 쉽게 접근 할 학문은 아닌 듯 하다. 당연히 이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다 습득한다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으므로 모든 걸 한꺼번에 다 머릿속에 넣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고 상대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하기엔 그 안에서 다루는 용어들과 참고하는 사례들이 그냥 지나치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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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상대성원리를 받아들이면 운동을 논의할 때 반드시 운동을 상대적인 운동, 즉 관점에 따라 상대적은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핵심이다. 사람이나 물체가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반드시 운동을 절대적인 운동이 아니라 상대적인 운동, 즉 특정한 관점에서 바라본 운돌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 특수성상대성이론의 기초는 광속 불변의 원리와 상대성원리이다. 

P.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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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론’에 이르는 부분은 물리학 자습서를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내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은 다른 책을 통해서라도 추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게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건 내용 중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가상의 실험이지만 그것을 읽고 그에 대한 측정문제, 주관성 대 객관성, 보편성을 설명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물론 그렇다고 100% 이해까지는 먼 길일텐데 이런 건 중간중간 자리를 차지하는 수식과 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물리학 자습서 같은 능선을 지나 어느 순간 ‘진화론’ 부분까지 가면 꽤나 큰 산을 넘은 듯한 생각도 든다. 굳이 물리학과 생물학의 교집합을 찾겠다는 시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현상을 증명하고 공유하면서 절대적이라는 의미를 바꾼다는 것은 종교나 윤리 같은 것 역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대입시키는게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다만 이런 지식의 확장에 관심이 없다면 단순히 어렵기만 한 책이라는 기억뿐 일 수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일 것 같다. 최근 인문학 서적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는 경제학(정확히는 ‘돈’에 관한) 서적쯤이 될까? 조금은 과학서에서 관심이 멀어졌다면, 한번쯤은 잠자고 있는 두뇌 속 과학을 깨우고 철학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인다면?

1. 대체적으로 문장이 길고 번역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원서 자체가 쉽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용어들이 있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2. 교양서로써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이나 철학 같은 학문쪽으로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면 추천, 이 책을 읽으면 모든 물리법칙이 쉽게 느껴질거라고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세종서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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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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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건강에 관해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매체들이 다영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또 건강에 관한 책이야?’라고 처음 질문한다면 당연히 ‘또 건강에 관한 책이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일련의 건강 참고 서적이라 하기엔 정말 많은 사례와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있다는게 이 책의 다른 점일 듯 하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고 각 5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는 뒷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기본 개념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조금은 낯선 용어이지만 암을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우리 몸의 방어체계와 혈관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을 뜻하는 <혈관신생>은 면역력이 높으면 암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으로 쉽게 이해가 가는 용어이다. 그리고 재생을 위해 중요한 <줄기세포>,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거기에 DNA와 면역에 대한 부분까지 뒷 부분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와 상세한 설명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잘 읽어보면 좋겠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6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어떤 질병의 발생 원인과 그것을 치료(또는 억제)하기 위한 음식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는데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몇가지로 압축하거나 어느 한가지만 설명을 늘어놓긴 어려울 듯 하다. 다양한 사례와 그에 따른 음식들, 결국은 경험치를 잘 정리한 것 같은데 ‘그래서 어떤 음식이 좋다는건데?”라는 물음에 단 한가지 답을 할 수 없듯이 딱 잘라 답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다. 다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더 극대화되는 힘을 내는지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전의 동양에서의 음식 구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9장 부터는 앞서 설명한 것의 실행에 관한 설명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책의 띠지에도 강조하고 있다) <5X5X5 플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야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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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5X5X5 플랜은 먹어서 병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몸을 되살리는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5X5X5 플랜은 5가지 방어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강에 도룸이 되는 식품 중에서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식사나 간식으로 최소 5가지 씩 매일 최대 5번씩 섭취하는 전략이다.

(중략)

5X5X5 플랜은 다은 위학적 치료와 쉽게 병용할 수 있는 보다 큰 개념이기 때문에 이 실천 계획의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는 없다. 이 지침은 누구든 활용 가능하다.

P.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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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어려운 계획세우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 찬찬히 읽어보다 보면 역시 어렵게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활용하고 적응시키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만 딱히 하지말라는 것은 없으므로 제한적이지 않아 경계하거나 꼭 잊으면 안되는 강제사항이 없다는 점이 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DNA 손상에 대한 건 관심있게 읽었는데 쉽게 접하는 질병보다 더 의학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다양한 질병이 DNA 손상 때문에 얻어진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당연히 몸에 좋다는 음식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역시 야채쪽으로 집중되긴 하는데 이런 DNA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음료로 베리주스, 키위, 당근, 브로콜리 등이지만 키위를 뺴고는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 같아 한번쯤 정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다양한 경우들에 적용할 수 있을만큼 도움이 될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건강에 관한 책, 음식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전언, 그리고 뒷부분에 나오는 계획서까지 생각하면 책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일례로 면역력에 대한 부분은 요즘같은 바이러스, 세균에 민감한 때에는 어디서든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복잡한 정보가 아닌 면역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천연두’를 주제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런 것들이 어떻게 면역력을 지키는 것에 이용되었는지 등을 오래 전 사례부터 알려주는데 옛날 이야기처럼 간단하게 짚어주고 그에 따른 질병이나 염증에 대한 설명도 여러 차례 읽어보지 않아도 될만큼 쉽게 쓰여졌기도 하다. 거기에 우리의 면역체계를 ‘군사’에 비유해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백혈구의 역할이나 상처가 나면 거기서 열이 발생한다는 상식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확대가 가능한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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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내재면역 반응은 단기간 동안 진행되다가 며칠내로 사라진다. 면역 반응을 중지시켜야 할 때가 되면 면역체계에서 생성된 인터류킨10 interleukin10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상황이 종료되고 면역 방어 체계는 평상시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염증이 진정되지 않으면 면역 반응이 만성적으로 나타나서 정상 세포들이 손상될 수 있다. 

이 정도 설명을 들었으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이 우리 몸에 침입한 박테리아들을 몰라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이해했을 것이다. 이른 바 ‘항염증 식단’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염증을 일으키는 몸의 능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P.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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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에 대해서 약 235ml짜리 생수병에 미세 플라스틱이 2,400조각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리병(잔)에 덜어 마신다는지, 와사비는 유방암, 대장암, 간암 세포를 죽이는 효능이 있어 참 좋은 식품인데, 흔히 초밥집이나 횟집에서 흔히 접하는, 당연히 ‘와사비’라고 부르는 초록색 양념 덩어리는 진짜 와사비가 아닌 서양고추냉이 가루에 초록색 식용 색소를 넣어 만든다는 것은 놀랍기도 했다. 그 밖에 의학 서적과는 안어울릴 수도 있는 <샘플식단과 레시피>(14장)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들도 꽤 여러가지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잘 찾아보더라도 음식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지금까지 동양의학에서 많이 알려주는 음식과 건강에 대한 부분을 접해와서인지 DNA나 줄기세포 같은 의학적인 접근으로 설명하고 음식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한다는 설명, 그리고 균형이나 체계가 어떻게 나아지는지를 구분해 보여주는 사례들이 바로 와닿지 않는 부분도 간혹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우리가 TV에서 접하는 고혈압에는 붉은 과일(체리, 석류)이 좋다든지, 당뇨에는 흰 쌀이나 정제된 곡물은 좋지 않다든지 하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기도 할테니 조금은 진중하게 읽어보고 체험해보는 건강서적이라고 생각하면 읽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덧붙인다면?

1. 줄기세포를 촉진하는 음료에 녹차, 홍차와 더불어 와인과 맥주가 포함되어 있는데 줄기세포를 촉진해 건강해지는 지점과 장기를 손상시키고 세포 재생력을 낮추는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2. 번역 문제는 절대 아닌데, 음식들에 대한 장점을 소개하는 부분, 특히 9장-10장에 소제목이 너무 많아 앞의 내용과 이어지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내용을 알려주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3. 건강에 관심이 있고, TV에서 나오는 일관된 건강정보보다는 가까이 하는 음식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추천, 질병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단 시간내 건강을 회복하는 비결을 찾는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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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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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요 포인트는?

처음 ‘지식 편의점’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생각했던 내용은 단편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한두가지 주제에 대해서 가지에 가지를 쳐 나가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책 하나하나를 꺼내어 읽듯이 그 책이 가진 내용과 더불어 어떻게 읽으면 좋겠는지를 짤막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저자가 포함하기로 한 책들은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식을 위한 인문서라고 할 수도 있고, 어렵기 그지 없는 벽돌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 책들을 완독한 사람들 또는 그 책들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이 적다는 것이 이 책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고이종히 큰 장점일 수는 있다. 

단지 책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되새기고, 누군가와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책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인 듯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접한 책은 ‘누군가가 읽은 책에 대해서 나와 나누는 이야기’이라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 저자가 생각한 지점이 바로 이것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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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던 라파엘의 집과종로는 따로따로 존재했지만, 두 지형이 이어져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중략)

많은 지식들이 그렇습니다. 각각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기애서 저기로, 저기에서 다시 여기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을 엮어서 퀼트를 만들 듯 한 땀 한 따 꿰어놓았습니다.

P. 7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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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선택해 소개한 책들은 18개이다. 소개된 모든 책들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remind할 필요도, 또 그것들에 의의를 따로 다룰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어떤 책은 알아서 반갑고 모르면 모르는 만큼 궁금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는 비교적 끊임없이 베스트셀러에 포함되는 <사피엔스>나 <총, 균, 쇠>도 있고,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노출된 <1984>, <멋진 신세계>, 그리고 이야기만 들었지 읽어야겠다는 결심만 여러차례 하게 한 <리바이어던>, <군주론> 등 제목만으로도 의미있게 생각되는 책들이 많은데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독서’로써의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굳이 ‘또 다른 독서’라고 표현한 것은 이 책에서 알려주는 서적들에 관한 내용이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지식 편의점’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그 안의 책들을 다 읽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책이 가진 고유한 내용들을 다 받아들이기에는 허락된 지면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았을 소소한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는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월든>을 소개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조금 첨언하자면,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평가가 있는데, 여느 평가가 아니라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는데 저자가 쓴“소설도 , 수필도, 시도, 논평도 아닌 그냥 「월든」”이라는 제목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에게 ‘좀 안다’는걸 보여주려면 저자의 행적이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책에 대한 것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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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이 목가적이고 시적이라고 해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자연을 그린 책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아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책이에요. 얼마나 현실적이냐면 심지어 회계명세서까지 책에 공개하고 있어요. 오두막을 지을 때 들어간 돈이 얼마라는 것을 합산해 보여줍니다. 그 계산서에 의하면 조그만 통나무집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28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의 1년 기숙사비가 30달러였다고 하니까, 현대 화폐 가치로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P. 212 ~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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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지만 호수 옆에서의 조용한 삶을 써내려간 <월든>에 위와 같은 내용이 함께 한다는 걸 듣는다면 독자들은 그 내용에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인 접근이 반갑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누군가의 표현대로 인문학 서적이 너무 어렵고 두께에 짓눌려 시작조차 못한 사람들에게 <에밀>, <자유론>, <이기적 유전자> 같은 시작이 어려운 책들에 조금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지는 않을까?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을 처음 받고 목차대로 읽어나간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들에 관한 것을 먼저 읽어보았다. 그건 내가 읽은 것과 얼마나 다른가,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게 옳았는지 확인하고자 싶어였을 수도 있지만 더 빨리 이 책을 읽어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다. 그 후 다 읽은 후 느낀 것은 내가 읽지 못한 책들부터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였다. 앞서 얘기했듯이 18권의 서적이 이 책속에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은 11권이었다. 그럼 나머지 7권에 대해서는 처음 읽게 되는건데 이미 읽은 책보다는 새로운 책을 먼저 읽었어야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3단계로 구분하였다. 굳이 타이틀을 레벨 1, 2, 3으로 나누어 순서대로 배열했지만 일고 싶은 순서대로, 읽고 싶은 책 순서대로 읽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전에 서평으로도 남긴 <장미의 이름>을 어떤 관점으로 보았는지 궁금했는데 다른 무엇보다 소설 주인공을 ‘셜록 홈즈’의 그것과 치환시킨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젊은 감각이랄까 억지 끼워맞춤일까를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최소한 단 한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관점이기 때문에 그저 다양함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한데, 만약 <장비의 이름>을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이를 기준으로 또 디른 추리소설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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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윌리엄 수사와 조수 역할을 하는 아드소는 누가 봐도 셜록 홈스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탈리아인 에코가 이탈리아 배경에서 영국인 주인공, 그중에서도 바스커빌의 윌리엄을 내세우는 것만 봐도 너무나 분명합니다. 윌리엄의 출신지인 ‘바스커빌’은 「셜록 홈스」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바스커빌의 개」에서 가지고 온 겁니다.

(중략)

특히 아드소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사건의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깨닫는 윌리엄을 보면 그대로 셜록과 왓슨이라는 이름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P. 130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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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에서도, 문체에서도 저자의 다양한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들을 보고 알 수 있듯이 비교적 최근 trend를 반영하였다. 앞 부분의 <사피엔스>와 <총, 균, 쇠>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벤져스’나 ‘캡틴 아메리카’ 특히 타노스의 핑거스냅을 예로 든 부분은 기존의 인문서를 설명하는 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는 비유이기도 해서 더 쉽게 이해가 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드는 건 아마도 쉽게 사람들에게 원전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만큼 그 자체로 즐겁게 읽는다면 이 책을 더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안에서 소개한 책들의 선정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다. 예를 들어 중세 철학이나 현대 인문학처럼 짜여진 틀 안에서 선택한 것 같지는 않아서인데, <로빈슨 크루소>나 <1984>, <멋진 신세계>같은 소설이 툭 튀어 나온데서 어떤 흐름을 따라 가는지 궁금해지긴 했다. 아마도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 다음을 이어서 다른 주제로도 책이 이어서 나올 듯 한데, 거기서는 이렇게 엮은 이유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들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무척 간단명료하고 책의핵심을 잘 말해 주지만 그것 만으로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는 말고 꼭 원전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덧붙인다면?

1.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은 지금도 도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책이기도 한데, 그저 어려워서가 아니라 왜 내가 읽지 않았는가를 이번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던 것같다.


2. <사피엔스>, <총, 균, 쇠>,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같은 인문학 책을 읽었다고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면 한번쯤은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완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만큼 간단하고 재미있께 정리한 느낌이다. 


3. 쌓아놓은 인문학 서적이 부담스럽거나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거나 쉽게 알려주는 책을 찾았다면 추천, 모든 인문학 서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게 미덕이라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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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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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개인적으로 SF작가라고 한다면 '아이작 아시모프'(Isaak Yudovich Ozimov), '아서 C. 클라크'( Arthur Charles Clarke),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 ,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 '윌리엄 깁슨'(William Ford Gibson) 정도가 떠오른다. 아! 최근에 읽은 단편의 작가인 테드 창(Ted Chiang)을 포함해야 겠다. 물론 매니아들은 더 많은 작가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직접 읽어본 작품들을 기준으로는 이정도 기억력이 최대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억의 최대치라고 조시스레 단언하는 건, 읽는 사람마다 자신의 최애 작품은 다르겠지만, 다수의 SF 소설들을 읽어도 위에 언급한 작가달의 작품에서 본 설정이나 유사한 장면, 혹은 캐릭터가 떠올라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SF소설, 특히 중/단편들은 짧고 간단한만큼 독자들의 접근이 쉽겠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라는 기시감이 따라오기 때문에 더욱 쓰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하오징판’이라는 작가는 주제는 둘째치고라도 에둘러 표현하거나 이야기를 늘어뜨리지 않는다.(아- 한편만 빼고) 짧고 간결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걸 잘 드러내면서 요즘 독자의 구미에 잘 맞는 구성을 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천체물리학과 경제학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는데 과연 논문을 어떤 주제로 썼을지가 더 궁금해지긴 했다. 소설가로써도 작품을 남기겠지만 과연 천체물리학과 경제학이 가진 공통분모가 무엇이어서 두 가지를 전공했는지, 그리고 그 전공이 지금의 소설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는 다음 기회에, 다른 책을 통해서라도 알고 싶다.


소설 이야기를 하자면, 전체 6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작가의 전작이라는 ‘접는 도시’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도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최근에 나온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를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면 <영생병원>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읽다보면 작가가 잘 감춰놓은 ‘반전’이 쉽게 예상되는 이야기여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것은 소재나 이야기가가 주는 빈틈이 아니라 ‘추리소설’같은데서 보여지는 단서들에 기인한 것으로 이야기만으로는 문제가 있거나 한 수준은 아니다. 잘 만들면 SF영화나 공포영화같은 걸로 재탄생이 가능할 것 같다. 미지의 공간이나 아주 먼 미래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인간의 섬>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반부는 영화 <팬도럼>(Pandorum, 2009, 크리스티앙 알바트 감독)의 어느 한 부분이 떠오르지만 다행히 결말은 그 영화와는 다르니 혹시 선입견은 벼리는게 나을 듯 하다. 다분히 ‘기계적인’ 가치관이 보여주는 선과 악의 경계 그리고 지배와 피지배, 그리고 공존의 경계에 있는 AI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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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인간의 신체 기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아십니까? 인간은 그저 음식만 조금 먹으면 되는게 말이죠.”

“그래서 당신이 인류를 남겨두는 이유가 그저 긎들이 더 나은 노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로봇보다 더 유연해서?”

케커가 추궁했다.

“노예라는 단어를 쓰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나는 그들을 절대 부리지 않아요. 그들은 자신을 위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당신은 뇌 칩을 이용해서 그들을 통제하잖아요.”

P.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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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해서라면 당신은 많은 것을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제우스는 여전히 담담했다.

“무슨 오해요?”

“당신은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천체물리에서 자유의지라는 것이 어떻게 생길까요? 무작위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위는 자유가 아닙니다.”

(중략)

“하지만 난 지금 이 순간 자유를 가지고 있어요. 나야말로 나 자신의 주인이죠. 나는 내 생각과 선택을 결정할 수 있어요. 당신은 영원히 이 점을 부정할 수 없어요.

제우스가 말했다.

“많은 경우, 그것은 인간의 환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P.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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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들도 읽어 나가기는 쉽고, 꼭 단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슬프거나 감정적인 엔딩이 있는 건 아니니 기계 속 인간의 감성을 원한다면 포기하는게 좋다. 또한 앞서 잠깐 얘기했던 것처럼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어서인지 읽고 나서는 어디선가 본듯 한 장면, 어디선가 느꼈던 기시감을 떨쳐내긴 어렵다. 어느 작품에 어느 부분을 콕 찝어 비교하긴 어렵지만 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 <뉴로맨서>,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로버트 하인라인의 <프라이데이> 등의 인물, 갈등구조가 떠오르긴 했다.(떠올랐다는 것이지 유사하다는게 아니다!) 그러므로 혹시 SF를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더 재미있고 새롭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iv. 인상깊은 부분은?

무엇보다 ‘인공지능’이라는 존재가 무조건 적대적이거나 모든 삶을 편하게 만들었다는 이분법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더 반감이 덜 했던 것 같다. 이미 인공지능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어디까지일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고,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소설과는 좀 다른 접근 방법이 낯설음을 친숙함으로 바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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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그리고 18퍼센트의 질투와 10퍼센트의 좌절감이 나와, 지금은 만남을 허락하기에 적절치 않아.”

“48퍼센트의 증오?”

산수이가 몸으로 천다를 밀어내려 했다.

“그 부분만 놓고 봐도 틀렸어. 난 너에 대해서는 48퍼센트의 증오가 아니라 100퍼센트의 증오야.”

“진정해. 진정하면 들어가게 해줄께.”

천다가 팔로 가볍게 산수이를 막아섰다.

“네 증오는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네 아버지에 대한 것이야. 내 임무는 집안의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도록 보호하는 것이야. 정상치보다 높게 나온 증오의 감정으로 널 네 아버지를 만나러 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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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부분을 보면서 생각난게 영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서 타스(TARS)라는 로봇을 설정하는데 유머나 진실성을 퍼센트로 조정하는게 생각나긴 했다. 솔직히 유머나 진실성을 퍼센트로 단계화 시키는 게 말이 안되는 만큼 감정을 퍼센트로 나타내는게 언뜻 말이 안되지만 과연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라면 당연히 그런 식으로라도 단계적인 표현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이해가 더 쉬웠다. 


이와 함께 ‘좋아한다’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게 볼 수 있게 쓴 것 같다. 언뜻 단어만으로 떠올리기에 그 의미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정적인 것이라는 걸 직감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좋아한다’는 건 이성이 배제된 ‘흥미’와 ‘선호’정도임에도 그걸 감정이라는 것와 비교한 것 자체가 기계적이면서도 어수룩하지만 솔직한 아이의 표현같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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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신전에 가서 조언을 구한 뒤로 천다는 점점 더 그곳에 가서 탐구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한다’는 단어를 말하는 건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천다는 물론, 자신과 같은 종류에게는 ‘좋아한다’는 것과 같은 인간의 주관적인 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옥시토신이 공동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얼떨떨한 감정 말이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최적화’라는 단어가 가능 어울리는 듯 하다. 천다는 만신전에서 자기 프로그램을 최적화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강령을 들었다.

P. 191 ~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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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AI가 떠올리는 인간과의 접점에 대해서는 이를 이해하는게 완전 반대편에 있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1999,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에서의 감정 과잉이 따오르기도 했다. 위에서와 같이 기계적인 감정의 정의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자체가 인간의 감정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로봇이라는 정형을 넘어서 인간이 되고자 하는 모습이 완전 반대의 느낌이로 다가오는 만큼 같은 소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이 원작이다.


최근 정보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4차 산업혁멍같은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많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 AI를 인간의 기술이 보여주는 가장 궁극적인 것으로 말하는 것을 많이 접하게 된다.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더라도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는 일간 동의하면서 그것이 보여 줄 미래에 대한 모습이 조금은 제한적이라는게 아숴웠다. 이야기 자체만 보면 소설 속 이야기들이 AI의 불완전함이나 인간의 위대함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는 않는게 더욱 눈에 띄기도 한다. 오히려 반대급부로 기계적인 것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인간적인 것에는 모순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데, 다만 이런 이야기의 장점은 이야기의 끝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서 어둡거나 비극적인 결말이 오지는 않지만 강대강(强對强)의 갈등구조가 없어 조금은 밋밋해질 수도 있다는 약점이 있다. 이번 소설 역시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들에 강렬한 엔딩이 두고두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과 AI가 너무 적대적인 상상이나 있을 수 없는 공상속 비주얼만 묘사한 이야기의 향연보다는 이런 담담함이 주는 현실성이 더 끌리는 부분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 AI라고 해서 모든게 완벽할 수는 없다는 안도감 같은 것을 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인다면?

1. 6편 중 3편이 미국,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화되기로 결정되었다니 혹시 현실화된다면 나중에 직접 보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더 반갑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2. 피안(彼岸)이란,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름 또는 그런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제목이 주는 의미는 잘 이해가 가고, 썩 괜찮은 제목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는 것이 AI이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3. 화려한 CG에 지치고 말도 안되는 공상보다는 우리의 미래, 그리고 조금은 인간적인 AI를 그린 소설이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 이미 시중에 있는 SF소설을 섭렵했으며 어떤 소설이나 영화를 보든 그것의 reference를 모두 맞출 수 있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은행나무'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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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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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번 책은 책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읽을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와 결말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섣부른 예측이나 갈등이 언제쯤 해결될지에 조바심을 내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책을 처음 받으면서는 대를 잇는 아들의 아들의 아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하근찬의 ‘수난 이대’가 떠올랐고, 현대사를 지나 산업화를 지나온 후 이진오의 노동자로써의 모습에서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올랐는데,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에서는 김성종의 ‘여명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아마도 최대치가 용산철도파업을 주도했던게 생각나서였던 거 같은데 시대극이라는 이야기가 주는 사건이 일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도 같다. 


현재를 사는 ‘이진오’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주장하며 45 미터 상공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가 느끼는 노동자의 삶은 고단하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의 연속이다. 즉, 지금의 노동자들을 바라보기 전 이미 세대에 세대를 거쳐 그들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의 중심을 ‘철도’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근대화의 상징으로 포장되어 지기도 하는 동시에 우리 민족에 대한 핍박과 박해, 수난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다르다. 


현재의 이진오가 느끼는 노동에서의 차별과 옳지 못한 처우에 대한 반감은 그 무게가 다른 듯 하다. 이진오의 증조 할아버지 이백만의 시대엔 한일합방 이전부터 경인선과 경부선이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이미 개통되어 있던 상황이었고, 한일 합방 이후에는 호남선과 압록강 철교가 개통되었는데 단지 철도가 생겨났다는 사실 위에 부지가 수탈되고 수백만 명이 땅을 빼앗겼으며, 집, 삼림, 텃밭, 심지어 조상의 무덤까지 허탈하게 빼앗긴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자본가의 악덕 고용을 탓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수탈의 대상을 ‘우리 나라 전체’에서 ‘개인’으로 바꿔서 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에서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철도원 3대 그리고 지금 4대째가 겪어온 세월이 단지 그 가족의 일만으로 끝나지 않듯이 역사의 아픔에 결국 개인들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듯이 지금 이진오가 살아가는 세상도 만만찮게 힘들고 개인의 힘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을 겪으며 달라져야 하는 세상임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완성본이 아닌 일부만을 봐서 그런지 편집이 인쇄본과 똑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사이 아들에 아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빠른 장면 전환으로 이어지다보니 사람 이름을 정확히 외우지 않으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짧은 내용 속에서도 앞에서 나온 이야기가 너무 짧고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면, 이백만의 아내인 주안댁에 대한 이야기가 묘사로만 끝나다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끊기는 느낌(P. 58 ~ P. 59)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앞서 보았던 죽음의 전부가 이니며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P. 124 ~ P. 125)가 다시 언급되며 이전보다 감정을 더 끌어올리는 것 같다.


20대(정확히는 군대시절)에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책으로 읽다가 ‘왜 이렇게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길까’, ‘왜 이 인물은 말이 없이 설명만 많을까’, ‘왜 아직도 앞에 나오던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는걸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개인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사회상황과 역사의 흐름에 함께 한다는 걸 알았을 때처럼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철도 노동자의 어깨와 가슴팍에 난 상처를 처음 본 순간(P. 66)부터 그가 겪은 다양한 일, 왜 그 일을 했으며 그 일에는 일본인들이 끼어 있었는지, 왜 우리나라 사람들의 몫이던 일에 일본인들이 자리하게 되었는지(~P. 80)를 읽어나가다 보면 가슴팍의 상처에 대해선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다 일본인이 휘두른 칼에 맞고 죽음까지 이른 상황에서 안양댁이 그걸 살려준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이들의 무게감은 가벼울 수 있지만 얼마나 더 할 말이 많은 과거였는지를 대놓고 보여주기 때문에 더 와닿기도 한다.


비교적 뒷부분에 이진오의 농성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조태준’이라는 자본가에 대한 부분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사실 ‘자본가=빌런’이라는 모형이 그려질 수 있지만, 최소한 저자는 단편적으로만 보지 않는게 이진오의 증조할아버지인 이백만은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수백만 명의 삶을 파괴하면서 만들어 놓은 철도가 하나의 기회가 되었었기 때문이다. 자본가는 아니었을지라도 그 당시 힘있는 세력에 붙어 있었다는 건 지금 이진오가 느낄 분개함이 꼭 한쪽만을 향하는게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봐야 할 듯 하다.


덧붙인다면?

1. 원래600 page가 넘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뭐가 더 있을지 궁금해진다.


2. 가족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무언가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투박하지만 진짜 집밥같은 느낌이 절로 든다.


3. 고집스럽게 써내려간 그동안의 황석영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왔다면 추천, 아직도 일제시대-한국전쟁에 이르는 시절을 이겨낸 이야기는 이제 지겹다고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창비'으로부터 도서 일부(가제본)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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