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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최근 인문서나 과학서들도 베스트셀러에 많이 오르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도 많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와중에 여전히 ‘철학서’라는 분야는 오히려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은 과학 철학서로써 과학적인 많은 이론과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왔는지, 그것이 실증적이었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우리도 그것 동일한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을 뿌리깊이 내린 학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보면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이론이든 그것을 연구하는데 있어 주제를 잡아 철저한 검증을 해서 증명하고 대중에게 발표하기까지 방향타 역할을 할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결국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를 제시해주는 것을 '세계관'이라고 본다면 이번 책도 조금은 어떻게 읽어나갈 지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지는데, 1부는 과학사와 과학 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철학적/개념적 쟁점들이 하는 역할들을 설명하며, 3부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 진화론을 중심으로 최근의 발견과 발전을 소개한다. 당연히 1부에서는 뒤에서 나오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들에 기본이 되는 용어와 이론들을 잘 구체화시켜주지만, 사실 내용 자체가 쉽지는 않다. 다만 역시 이론서의 역할로써 낯선 이론이나 관계학적 용어들을 잘 이해하면 이전에 얻지 못한 상식과 지식을 얻는데 도움을 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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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실재론적 태도를 지키고 다른 분야의 과학 이론에 대해서는 도구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흔한 일이다.
(중략)
정리하면 도구주의와 실재론은 이론을 대하는 태도다. 이 두가지 태도는 적절한 이론이 반드리 관련 데이터를 정확히 예측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실재론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절한 이론이 실제 상황을 묘사하거나 싷제 상황의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P. 130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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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식의 터널을 지나고 나면 2부는 예상치 못한 과학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들어 본 과학자나 물리학자 이름이 꽤 나오지만 그 때의 외우던 단어들은 이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과학자 이름이나 뉴턴의 ‘운동의 3법칙’정도만 머릿속에 두고 있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와 깊은 과학적 지식에 접근하는 것 같다. '천체'에 대한 철학적/개념적 사실에서 출발하는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가 ‘갈릴레오’와 ‘뉴턴’,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접근이 어떤 철학과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지식 자랑처럼 읽어나갈 수 있으니 꽤나 속도가 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무게감은 쉽게 손을 놓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코페르니쿠스’와 ‘프톨레마리오스’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들인만큼 내용도 속도감은 좀 떨어진다. 특히 앞서 이론을 잘 이해했다면 충분히 쉽게 다가오겠지만 ‘실제론적 관점에서는 어떤 체계의 우주 모델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쯤이 되면 이것을 도구주의와 실재론을 대하는 태도, 그것이 프톨레마리오스 체계와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예측과 복잡성을 대입하는 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이론들이 어떤 신뢰를 받고 어떻게 서로 수용되었는지를 읽고 나면 앞서 썩 이해하지 못한 것보다는 용어가 낯설어서 그런 시간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찬찬히 여유를 갖고 읽어간다면 나름 새로운, 그리고 알지 못했던 과학을 접하게 해주지만 모든 물리학(그리고 천체 물리학)이 그러하듯이 숫자나 도표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금은 속도가 늦어지면서 눈길이 방황하게 되는만큼 그런 부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오나벽한 이해보다 빠른 속독이 책을 읽는데는 더 도움될 수 있겠다.
인상깊은 부분은?
인상깊다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과거부터 있어 온 여러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지식의 척도를 비교해봤다면 현대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지식의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사실 책의 목차를 쭉 봤을 때 가장 관심도 가고 생경한 부분이 아마도 ‘양자론’이었을 것이다. 이 ‘양자론’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데도 쓰일만큼 지금의 기술적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지만 절대적 존재 또는 사물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론이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왜 내가 이전에 그것을 접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했을 뿐이다. 안타깝지만 간단히 설명한다는게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 어떤 형태로든 쉽게 접근 할 학문은 아닌 듯 하다. 당연히 이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을 다 습득한다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으므로 모든 걸 한꺼번에 다 머릿속에 넣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고 상대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하기엔 그 안에서 다루는 용어들과 참고하는 사례들이 그냥 지나치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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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가 상대성원리를 받아들이면 운동을 논의할 때 반드시 운동을 상대적인 운동, 즉 관점에 따라 상대적은 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핵심이다. 사람이나 물체가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반드시 운동을 절대적인 운동이 아니라 상대적인 운동, 즉 특정한 관점에서 바라본 운돌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 특수성상대성이론의 기초는 광속 불변의 원리와 상대성원리이다.
P.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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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론’에 이르는 부분은 물리학 자습서를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내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은 다른 책을 통해서라도 추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게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건 내용 중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가상의 실험이지만 그것을 읽고 그에 대한 측정문제, 주관성 대 객관성, 보편성을 설명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물론 그렇다고 100% 이해까지는 먼 길일텐데 이런 건 중간중간 자리를 차지하는 수식과 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물리학 자습서 같은 능선을 지나 어느 순간 ‘진화론’ 부분까지 가면 꽤나 큰 산을 넘은 듯한 생각도 든다. 굳이 물리학과 생물학의 교집합을 찾겠다는 시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현상을 증명하고 공유하면서 절대적이라는 의미를 바꾼다는 것은 종교나 윤리 같은 것 역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대입시키는게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다만 이런 지식의 확장에 관심이 없다면 단순히 어렵기만 한 책이라는 기억뿐 일 수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일 것 같다. 최근 인문학 서적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는 경제학(정확히는 ‘돈’에 관한) 서적쯤이 될까? 조금은 과학서에서 관심이 멀어졌다면, 한번쯤은 잠자고 있는 두뇌 속 과학을 깨우고 철학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인다면?
1. 대체적으로 문장이 길고 번역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원서 자체가 쉽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용어들이 있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2. 교양서로써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이나 철학 같은 학문쪽으로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면 추천, 이 책을 읽으면 모든 물리법칙이 쉽게 느껴질거라고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세종서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