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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ㅣ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주요 포인트는?
처음 ‘지식 편의점’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생각했던 내용은 단편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한두가지 주제에 대해서 가지에 가지를 쳐 나가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책 하나하나를 꺼내어 읽듯이 그 책이 가진 내용과 더불어 어떻게 읽으면 좋겠는지를 짤막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저자가 포함하기로 한 책들은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식을 위한 인문서라고 할 수도 있고, 어렵기 그지 없는 벽돌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 책들을 완독한 사람들 또는 그 책들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이 적다는 것이 이 책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고이종히 큰 장점일 수는 있다.
단지 책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되새기고, 누군가와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책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인 듯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접한 책은 ‘누군가가 읽은 책에 대해서 나와 나누는 이야기’이라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 저자가 생각한 지점이 바로 이것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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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던 라파엘의 집과종로는 따로따로 존재했지만, 두 지형이 이어져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중략)
많은 지식들이 그렇습니다. 각각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기애서 저기로, 저기에서 다시 여기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을 엮어서 퀼트를 만들 듯 한 땀 한 따 꿰어놓았습니다.
P. 7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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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선택해 소개한 책들은 18개이다. 소개된 모든 책들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remind할 필요도, 또 그것들에 의의를 따로 다룰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어떤 책은 알아서 반갑고 모르면 모르는 만큼 궁금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는 비교적 끊임없이 베스트셀러에 포함되는 <사피엔스>나 <총, 균, 쇠>도 있고,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노출된 <1984>, <멋진 신세계>, 그리고 이야기만 들었지 읽어야겠다는 결심만 여러차례 하게 한 <리바이어던>, <군주론> 등 제목만으로도 의미있게 생각되는 책들이 많은데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독서’로써의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굳이 ‘또 다른 독서’라고 표현한 것은 이 책에서 알려주는 서적들에 관한 내용이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지식 편의점’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그 안의 책들을 다 읽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책이 가진 고유한 내용들을 다 받아들이기에는 허락된 지면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았을 소소한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는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월든>을 소개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조금 첨언하자면,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평가가 있는데, 여느 평가가 아니라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는데 저자가 쓴“소설도 , 수필도, 시도, 논평도 아닌 그냥 「월든」”이라는 제목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에게 ‘좀 안다’는걸 보여주려면 저자의 행적이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책에 대한 것을 담담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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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이 목가적이고 시적이라고 해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자연을 그린 책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아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책이에요. 얼마나 현실적이냐면 심지어 회계명세서까지 책에 공개하고 있어요. 오두막을 지을 때 들어간 돈이 얼마라는 것을 합산해 보여줍니다. 그 계산서에 의하면 조그만 통나무집을 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28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의 1년 기숙사비가 30달러였다고 하니까, 현대 화폐 가치로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P. 212 ~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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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지만 호수 옆에서의 조용한 삶을 써내려간 <월든>에 위와 같은 내용이 함께 한다는 걸 듣는다면 독자들은 그 내용에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인 접근이 반갑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누군가의 표현대로 인문학 서적이 너무 어렵고 두께에 짓눌려 시작조차 못한 사람들에게 <에밀>, <자유론>, <이기적 유전자> 같은 시작이 어려운 책들에 조금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지는 않을까?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을 처음 받고 목차대로 읽어나간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들에 관한 것을 먼저 읽어보았다. 그건 내가 읽은 것과 얼마나 다른가,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게 옳았는지 확인하고자 싶어였을 수도 있지만 더 빨리 이 책을 읽어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였다. 그 후 다 읽은 후 느낀 것은 내가 읽지 못한 책들부터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였다. 앞서 얘기했듯이 18권의 서적이 이 책속에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은 11권이었다. 그럼 나머지 7권에 대해서는 처음 읽게 되는건데 이미 읽은 책보다는 새로운 책을 먼저 읽었어야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3단계로 구분하였다. 굳이 타이틀을 레벨 1, 2, 3으로 나누어 순서대로 배열했지만 일고 싶은 순서대로, 읽고 싶은 책 순서대로 읽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전에 서평으로도 남긴 <장미의 이름>을 어떤 관점으로 보았는지 궁금했는데 다른 무엇보다 소설 주인공을 ‘셜록 홈즈’의 그것과 치환시킨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젊은 감각이랄까 억지 끼워맞춤일까를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최소한 단 한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관점이기 때문에 그저 다양함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한데, 만약 <장비의 이름>을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이를 기준으로 또 디른 추리소설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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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윌리엄 수사와 조수 역할을 하는 아드소는 누가 봐도 셜록 홈스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탈리아인 에코가 이탈리아 배경에서 영국인 주인공, 그중에서도 바스커빌의 윌리엄을 내세우는 것만 봐도 너무나 분명합니다. 윌리엄의 출신지인 ‘바스커빌’은 「셜록 홈스」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바스커빌의 개」에서 가지고 온 겁니다.
(중략)
특히 아드소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사건의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깨닫는 윌리엄을 보면 그대로 셜록과 왓슨이라는 이름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P. 130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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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에서도, 문체에서도 저자의 다양한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들을 보고 알 수 있듯이 비교적 최근 trend를 반영하였다. 앞 부분의 <사피엔스>와 <총, 균, 쇠>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벤져스’나 ‘캡틴 아메리카’ 특히 타노스의 핑거스냅을 예로 든 부분은 기존의 인문서를 설명하는 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는 비유이기도 해서 더 쉽게 이해가 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드는 건 아마도 쉽게 사람들에게 원전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만큼 그 자체로 즐겁게 읽는다면 이 책을 더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안에서 소개한 책들의 선정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다. 예를 들어 중세 철학이나 현대 인문학처럼 짜여진 틀 안에서 선택한 것 같지는 않아서인데, <로빈슨 크루소>나 <1984>, <멋진 신세계>같은 소설이 툭 튀어 나온데서 어떤 흐름을 따라 가는지 궁금해지긴 했다. 아마도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 다음을 이어서 다른 주제로도 책이 이어서 나올 듯 한데, 거기서는 이렇게 엮은 이유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들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무척 간단명료하고 책의핵심을 잘 말해 주지만 그것 만으로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는 말고 꼭 원전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덧붙인다면?
1.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은 지금도 도전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책이기도 한데, 그저 어려워서가 아니라 왜 내가 읽지 않았는가를 이번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던 것같다.
2. <사피엔스>, <총, 균, 쇠>,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같은 인문학 책을 읽었다고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면 한번쯤은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완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만큼 간단하고 재미있께 정리한 느낌이다.
3. 쌓아놓은 인문학 서적이 부담스럽거나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거나 쉽게 알려주는 책을 찾았다면 추천, 모든 인문학 서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게 미덕이라 생각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